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한국정부 적극 조력 덕분
8월 22~29일 경술국치 주간에 벌어진 제2 국치
후쿠시마 핵폐수 투기가 기어코 24일 강행될 예정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오염수 '방류'를 위한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해 오염수 방류 시점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일본 정부가 몇 달 전부터 지속적으로 오염수 방류 방침을 밝히고 이를 위한 준비작업을 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국의 어민들과 연안 바다가 접해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거센 반발, 국제사회의 비판 등에 직면하면서 ‘예정’과 ‘예고’에 상당한 제동이 걸린 것으로 관측돼 온 것을 생각하면 24일 방류 시작 확정은 ‘전격적인’ 결정이랄 수 있는 면이 있다.
오염수 배수관 절반쯤 열어준 한국정부
이번 방류 결정과 발표는 분명 일본 정부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그 결정과 발표의 절반의 역할은 한국 정부가 한 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으로서는 오염수를 내보내는 배수관의 마개를 절반쯤 열고 때를 기다렸던 셈인데, 그 절반쯤 열린 마개를 잡고 있는 손을 잡아서 함께 나머지 반을 돌려준 것이 바로 한국 정부였다. 기시다 총리는 22일 방류 방침을 발표하면서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의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는데 이해와 지지를 넘어서 재촉하고 등을 떠밀다시피 한 것이 바로 한국 정부였다.
한국이 자청해 한반도 해역을 일본에게 핵 오염수 처리장으로 쓰라고 갖다 바친 셈이다. 한국인들의 건강과 안전, 어민들의 생계 터전은 한국 윤석열 정부에 의해 일본 핵 오염수 처리, 오만한 일본 정부의 불순 불온한 시도를 위한 제물로 바쳐지게 돼버렸다.
일본의 핵오염수가 한반도 해안을 향해 밀려오기 시작할 24일. 특히 이날이 더욱 한국인들에게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이날이 1910년 일제에 의한 한국의 강제병합인 경술국치 주간이기 때문이다. 113년 만의 ‘국치(國恥)’의 재연이랄 수 있는 것이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것이 8월 22일로, 일본의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대한제국의 내각총리대신 이완용 사이에 조인됐다. 이 조약이 발효된 것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9일이었다. 8월 22일부터 29일까지의 7일간의 경술국치 주간의 한가운데인 날인 24일에 ‘또 다른 국치’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국치가 더욱 한국인들에게 수치와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113년 전의 국치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1910년과 다른 것은 강제 아닌 자발적이라는 점
첫 번째는 1910년의 국치는 국력의 현저한 열세 앞에 일방적으로 합병을 강요당했다면 이번에는 국치를 스스로 자청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한일병합이 이미 사실상 주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 이래, 거슬러 올라가면 청일전쟁 이후의 조선에 대한 일제의 침략이 가속화되면서 일본의 종속국이 된 상태에서 서류상 ‘명의 이전’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의 한반도 해역 헌납이라는 국치는 윤석열 정부에 의한 갑작스러운 사태라는 점이다.
세 번째는 그때와 지금 한국과 일본 간의 국력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실이라는 것이다. 경제력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에서 일본에 거의 근접했지만 보편적인 가치와 규범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는 한국이 오히려 일본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이 스스로 말하는 ‘보통국가’, 즉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의미의 보통국가와는 다른 의미에서 보통국가가 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실례가 바로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다. 그러나 한국은 스스로 그같은 일본의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을 항의하고 제지하기는커녕 그에 동조하고 나아가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해도 우리나라에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를 담은 정부의 유튜브 홍보 영상 제작을 대통령실이 직접 주도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113년 전 한일병합에 앞장선 조선 조정의 일부 대신들을 연상시키는 행태다.
한국정부의 이같은 용납되기 힘들고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은 국제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와 함께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린피스는 “잠재적 위험을 간과하고, 방류 저지와 관련해 국제법에 보장된 인접국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방조 행위를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년 간 대일 굴욕, 자발적 예속 외교를 펼쳐온 가운데 2023년 8월 24일은 한국 스스로 주권과 영토의 일부를 스스로 일본에 헌납한 '계묘국치', 113년 만의 국치일로 기록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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