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해양 방출 '기정사실화'…3개항 요구는 '눈속임'
중국, 14일 아세안서 '핵 오염수 방출 반대' 공식화
태평양도서국 "IAEA, 태평양 이익 생각 없다" 비판
미국 '부실‧졸속' IAEA 보고서에 "과학적이고 투명"
'일본편향' IAEA, '반인류‧반생태' 해양투기 정당화
윤석열, 징용 배상도 핵 오염수도 일본에 '면죄부'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부실투성이' 보고서를 졸속 공개한 이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핵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확산 중이나 한국과 미국만은 일본과 IAEA '쉴드치기'에 급급하다.
미국은 지난 4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 종합보고서에 대해 "능력을 갖춘 국제기구의 전문적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백악관)거나 "일본은 IAEA와 협력해 과학에 기반한 투명한 절차를 진행해 왔다"(국무부)라면서 환영했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물론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 태평양 도서국에 이르기까지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11일에는 남태평양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올해 의장국 쿡 제도의 브라운 총리를 만나 이해를 구했으나 "IAEA는 태평양 지역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또한 중국은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와 IAEA 종합보고서의 부실함과 졸속 공개를 공식 비판하고, 이런 내용을 담은 ARF 의장성명 채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중국, 14일 아세안서 '핵 오염수 방출 반대' 공식화
이 회의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참가하며, 중국에선 외교 1 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직접 나설 예정이어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를 놓고 한판 격돌이 예상된다.
부실 보고서의 공개로 불신에 직면한 IAEA가 유엔 산하 기구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공신력과 위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다시 긴급 지원사격에 나섰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의 11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다.
밀러 대변인은 먼저 "우리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를 관리하는 데서 개방적이고 투명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그(해양 방출) 계획을 선도적으로 IAEA와 조율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IAEA는 과학에 기초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며 "우리는 국제전문가로 이뤄진 IAEA 태스크포스(TF)가 일본의 '처리수'(treated water) 방출 계획에 대해 공정하고 사실에 기초해 검토‧보고하고자 지속해서 노력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IAEA TF의 최종 보고서는 일본의 '처리수' 방출 계획이 세계적으로 용인되는 핵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린 점에 주목한다"며 "우리는 일본이 그 계획에 관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과학자와 파트너들과 협의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IAEA는 이 분야에서 적합한 전문가들이라는 점을 다시 주목한다"며 "그들은 일본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부실‧졸속' IAEA 보고서에 "과학적이고 투명"
밀러 대변인을 통해 확인된 미국의 태도는 일본과 IAEA에 대한 무조건적 두둔이다. 당장 '핵 오염수'란 용어를 쓰지 않고 일본의 '처리수'란 용어를 쓰는데서도 '일본 편향'이 확인된다.
첫째는 IAEA가 '이 분야'에서 적합한 전문가들이라는 부분이다. '이 분야'는 사고 원전 핵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뜻한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오염수 해양 방출 외에 인간과 해양 생태계에 방사능 피해를 최소화할 다른 대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적의 안'이 해양 방출인지 아닌지에 대한 IAEA의 검토는 전혀 없었다. 또한 일본이 정화 장비인 다핵종처리설비(ALPS)를 통해 '처리한 오염수' 시료만을 분석했을 뿐, ALPS에 대한 성능 검증도 없었고,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 미칠 환경영향 평가가 담겨있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IAEA는 적임자가 아니라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봐야 한다.
더욱이 IAEA의 설치 목적 중 하나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촉진'으로 원자력 산업 진흥에도 깊은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완벽할 때까지 해양 방출의 위험성을 다각도로 검증하기보단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조기 수습'을 위해 해양 방출에 면죄부를 부여한 인상이 짙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이 핵 오염수의 해양 방출 계획을 "선도적으로 IAEA와 조율해왔다"는 밀러 대변인의 발언은 일본이 애초부터 '반인류적, 반생태적' 해양 방출 행위를 정당화할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IAEA를 끌어들였고, IAEA도 바라던 바라는 태도로 장단을 맞춘 셈이다.
'일본편향' IAEA, '반인류‧반생태' 해양투기 정당화
여기에 10여 년 전부터 일본이 IAEA에 인력과 전문적 서비스와 함께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함으로써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 뿐아니라, 최근 100만 유로 이상을 주고 IAEA 보고서 사전 입수 및 수정을 했다는 '검은 거래' 의혹까지 고려하면 '사기극'에 가까울 정도다.
둘째는 IAEA가 과학에 기초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았고, 공정하고 사실에 기초해 검토‧보고하고자 노력했다는 대목이다. 밀러 대변인은 IAEA가 당초 세 차례 공언과는 달리 2,3차 표본에 대한 분석은 생략한 채 1차 표본 분석에 기초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서둘러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을 내린 부적절한 행동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IAEA 태스크포스에 참가했던 중국원자능과학연구원의 리우썬린 연구원의 경험담은 주목할만하다. 리우 연구원은 지난 6일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 IAEA 보고서가 그로시 총장 명의로 발표됐다 △ 기술그룹 전문가 내 충분한 컨센서스가 없었다 △ 전문가들에겐 일본이 제공한 데이터만 주어졌다 △ 주어진 시간이 제한됐고 전문가 의견들은 참고용이었다 △ 전문가들과 충분한 협의없이 졸속 공개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보면 IAEA의 검토 및 보고서 발표 과정은 과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공정하지도 과학과 사실에 기초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보는 게 진실에 가깝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이 일본과 IAEA를 감싸기에 바쁜 것은 '과학보단 정치'를 앞세우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 "어느 시점에선가 '더 이상 이야기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여차직하면 정부가 모두 책임을 지고 (방출을) 결단할 것"(아사히 보도)이라고 ‘만용’을 부리는 것도 일본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비호하는 미국의 뒷배를 믿기 때문이다.
윤석열, 징용 배상도 핵 오염수도 일본에 '면죄부'
윤석열 정부도 일본과 IAEA를 '대변하기' 바쁘다. 대통령실은 IAEA 보고서 공개 이튿날인 5일 "IAEA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도 비공식적으로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IAEA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윤 정부는 실무책임자인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을 내세워 IAEA가 1차 분석만으로 결론을 낸 배경과 졸속 공개의 불가피성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나라의 정부로선 납득하기 힘든 행보다.
마침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과 관련해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으나 근본적으로 일본의 해양 방출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거센 반발을 예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 세 가지는 요구 사항은 △ 계획대로 방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한국측과 실시간 공유 △ 방류 점검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한국 측에 해당 사실 공유 등이다.
윤, 해양 방출 '기정사실화'…3개항 요구는 '눈속임'
여태껏 보여온 윤 정부의 행보에 대해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것이 매우 건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미국의 역할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미국은 한국민 절대다수가 절박하게 여기는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나, 어민은 물론 관련 산업 종사자를 비롯한 한국민의 생명과 생업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일본의 핵 오염수 방출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속내를 들켰다.
미국은 "세계에서 미국에 도전할 의사와 역량을 지닌 유일한 국가"(2022 국가안보전략)인 중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저지, 봉쇄한다는 전략적 목표 아래 한국, 일본과 '3국 동맹' 구축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한일 결속'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민이 어떤 희생을 치러도 개의치 않겠다는 뜻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있다.
미국 '한미일 동맹' 위해 절박한 인류 현안 외면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일본은 물론, 주변국과 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지구 전체 해양 생태계와 인류 전체의 건강에 당장은 물론 장기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줄 우려가 큰 사안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국가에 걸맞은 책임과 진정성을 가지고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절박한 인류의 현안을 외면한 채 중국과의 지정학적 패권 경쟁이란 '그들만의 싸움'에 매몰된다면 미국의 리더십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미국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위해 서방 진영의 단합을 꾀하는 한편, 뭣보다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 포섭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아직 기대만큼 성과가 나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미국은 독일 싱크탱크인 유럽외교위원회(ECFR)의 마크 레오너드 위원장의 조언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레오너드 위원장은 '포린 어페어즈'(6월 20일 자) 기고문에서 "글로벌 사우스에선 '규범에 기반한 질서 유지'라는 서구의 주장은 잘 먹히지 않는다. 규범을 만드는데 발언권이 없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서방이 규범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자신의 이익에 맞게 자주 규범을 바꾸거나 때론 규범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를 놓고 한미일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한 '3국 공조'를 과시하고 있지만, '3국 공모'로 비칠 소지도 다분하다.
관련기사
- IAEA '부실투성이' 종합보고서 서둘러 발표한 까닭
- "일본 편향 IAEA 보고서"…한국 야당에 혼쭐 난 그로시
-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중대한 국제법 위반
- 태평양도서국, IAEA보고서·해양투기 반대 재천명
- "윤, 국민 뜻 외면한 채 '핵오염수 테러' 기시다 공범 돼"
-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인민 배려' 빠진 북한의 담화
- 윤석열 '도장'에 날개 단 기시다 "여름 방류" 재확인
- 중국 왕이, 일본 하야시 만나 "독단적 해양 방출 반대"
- 이순신 장군 '사즉생 생즉사' 인용한 '친일 본색' 윤석열
- 바다를 망가뜨리면 포식자 인간도 망가진다는 사실
- 일, 핵오염수 협의 제안…중국 "먼저 방류 계획 보류하라"
- "일본, 무비판적 미국 추종…아시아와 일본에 비극 될 것"
- 미 매사추세츠 주, 폐기 원전 핵오염수 해양 투기 불허
- 일본 방위백서 "독도는 우리 땅"…'친일 본색' 윤석열 무색
- 징용·핵오염수 면죄부 준 윤석열…일본 ‘잘못될까 걱정'
- 두달째 ‘불황형 무역흑자’가 던지는 섬뜩한 경고
- 핵이 구원이다? 핵몽(核夢)은 결코 이룰 수 없는 꿈
- 일본 정부 , 돈으로 자국내 핵오염수 투기 반대 무마
- 한국 재촉에?…일, 이르면 24일부터 핵오염수 투기
- 태평양 도서국 “대규모 해양오염, 전범처럼 처벌하라”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