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각료회의, 24일 이후 강행 결정할 듯

일본 어민들, 투기 반대지만 보상해주면 수용

기시다 정부의 ‘돈으로 회유하기’ 방책 먹혀

윤 정부 용인정책에 한국민이 피해 덮어써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도쿄 총리실에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만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어업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계속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사카모토 회장은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2023.08.21. 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운데)가 21일 도쿄 총리실에서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과 만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면담하고 있다. 이날 기시다 총리는 어업인들이 안심하고 생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계속 취하겠다고 말했으나, 사카모토 회장은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2023.08.21. AFP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여당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내년 총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전에 빨리 실행하라고 요구했다는 <아사히신문> 기사가 보도된 지 닷새 만에, 일본정부가 이르면 24일부터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할 방침을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일본정부가 24일부터라도 핵오염수 “(해양)방출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최종조정에 들어갔다”고 정부관계자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2일 아침에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이를 정식으로 결정할 것이라면서, 9월부터 후쿠시마 현 근해에서 저인망 어업이 해금되는 것을 고려해 8월 중에 해양 투기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카모토 전어련 회장, 해양 투기 반대하지만 보상해 주면 수용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장기간의 폐로(사고원전 폐기) 프로세스의 전제가 되는 필수적인 스텝(조치)이 이번의 처리수(핵오염수) 해양 방출”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앞서 이날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의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 등과 총리관저에서 만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어업 관계자들에게 투기계획의 안전성과 풍평(소문) 대책 등에 대해 직접 얘기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사카모토 회장은 이와 관련해 “어업 종사자, 국민의 이해를 얻을 수 없는 처리수(핵오염수)의 해양 방출에 반대한다는 것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투기 계획이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합치’한다고 평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과학적인 안전성에 대한 이해는 우리 사업자들 사이에서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학적인 안전과 사회적인 안심은 다르다”면서 “풍평대책 등의 예산확보를 요구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사카모토 회장의 말은 일본정부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에 대해 전어련이 반대한다는 기본입장은 변함이 없으나 풍평 피해나 중국 등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또는 제한 조치 등으로 인한 손실을 국가가 충분히 보상해 준다면 해양 투기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오른쪽)이 21일 도쿄 총리실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날 사카모토 회장은 "반대라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2023.08.21. AP 연합뉴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전어련) 사카모토 마사노부 회장(오른쪽)이 21일 도쿄 총리실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날 사카모토 회장은 "반대라는 것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오염수 방류 반대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2023.08.21. AP 연합뉴스

기시다 정부의 ‘돈으로 회유’ 방책 먹혀

기시다는 이에 대해 “사카모토 회장의 말씀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수십 년의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겠지만 정부 전체가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사카모토 회장이 핵오염수 해양 투기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확실히, 해양 투기가 끝날 때까지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아사히>는 일본정부가 어업 종사자들에 대한 지원책으로 후쿠시마와 인근 현 어업 종사자들을 염두에 둔 300억 엔(약 2800억 원) 기금을 마련해 어선 연료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난해에는 추가경정예산에서 전국 어업 종사자들을 위한 500억 엔(약 4600억 원) 기금도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해양 투기에 대한 반발을 일본정부가 돈으로 무마하겠다는 것이고, <아사히>의 21일 보도는 일본정부의 그런 계책이 일단 먹혀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끼리의 거래, 일본 바깥은 외면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에 “관계자의 이해를 얻지 않고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후쿠시마 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현어련)에 문서로 작성해 전달했다. 사카모토 회장은 면담 뒤 “약속은 깨지지 않았지만 이행되지도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바람은 안심하고 어업을 계속하는 것이다. 나라가 이를 확실하게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카모토 회장의 얘기를 보면, 일본정부는 2015년 문서로 전어련 등 어업 종사자들에 ‘어민들이 반대하는 한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고 대신에 그것을 기금 등 돈으로 변상하겠다는 것이다. 이 거래를 사카모토 회장은 결국 받아들였다.

이들 간의 이런 식의 거래로 일본은 손해볼 게 없을지 모르지만, 일본 외에는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본 내의 거래 당사자들은 이웃 한국 등 일본 바깥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무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8.1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각)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8.19. 연합뉴스

자업자득 한국

한국에겐 자업자득인 면이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이 열린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해양 투기 계획을 “국제적인 안전기준에 합치”한다고 평가한 IAEA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국제적으로 신뢰성 있는 IAEA의 점검 결과를 신뢰한다”면서 “계획대로 처리가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고 투명성 있는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정부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한국정부가 사실상 무조건 받아들인 것이다. 투기 과정이 이미 책임 있고 투명성 있게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투기를 덜컥 허용해 놓고, 투기가 책임 있고 투명성 있게 진행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는 건 하나마나한 소리다.

게다가 16일의 <아사히> 논설위원 하코다 데쓰야의 서울발 기사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여당은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빨리 하라고 일본정부에 독촉하기까지 했다.

“윤 정권과 여당(국민의힘) 내에서는 당면한 현안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핵오염수) 방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내년) 총선거에 악영향이 적은 이른 시기에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의향은 일본 쪽에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되고 있어, 일본정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023.08.20. 로이터 연합뉴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정상회의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023.08.20. 로이터 연합뉴스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의 시작

이 모든 일은 지난 18일의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에서 최종 조율되고 확정되는 모양새를 갖췄다.

그러나 이런 절차를 거쳐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강행된다고 해서 문제가 종결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새로운 국면, 제2 단계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일본 국내적으로,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처럼 수십 년이 지나도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비용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1990년대 말에 일본정부는 보조금 등을 앞세워 후텐마 기지의 나고 시 헤노코로의 이전을 오키나와 쪽에 강요했고 당시 나고 시장은 이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나 오키나와 주민 대다수가 헤노코로의 이전에 반대하는 현실에서 사임할 수밖에 없었고, 오키나와 지사는 이전에 반대했다. 오키나와 민심은 ‘본토’에 대한 거부감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그 결과 후텐마 기지 이전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지가 옮겨갈 헤노코 앞바다 생태환경이 이전 토목공사로 파괴되고 있다.

전어련과 사카모토 회장이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수용하더라도 풍평 피해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사카모토 회장의 말대로 이는 ‘과학적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정부와 IAEA는 ‘사회’는 빼고 ‘과학’만 앞세워 밀어붙였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IAEA 보고서와 ‘과학’을 앞세운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국공산당과 한국 민중의 반발 거세질 것

그리고 ALPS로 여과한 오염수를 여전히 ‘핵오염수’로 부르고 있는 중국의 반발은 일본정부의 해양 투기 강행으로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산 수산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수입 규제 강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한미일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맞대응하는 중국의 지정학적, 전략적 반격 또한 해양 투기 강행 이후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한국 정부 여당은 일본편을 들지만 한국 야당과 대다수 국민들은 일본정부의 해양 투기에 반대하고 있다. 그것이 해양 투기에 찬성한 한국 정부 여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전화되면, 해양 투기 강행으로 인한 역풍이 한일관계를 다시 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의 정치도 다시 요동치는 연쇄반응이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한일관계가 이대로 굳어지기를 바라는, 불가역적이길 희망하는 대다수 일본인, 특히 보수우파 지배세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은 한미일 우파 정권끼리의 의기투합을 영구불변의 준동맹적 관계로 ‘제도화’하려 했지만, 그런 식으로 제도화를 시도한 것 자체가 그것이 허물어지기 쉬운 연약한 기반 위에 구축됐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제도화는 한미일 3국의 국내정치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졸지에 허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핵오염수 해양 투기 강행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꼴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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