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없이 사고수습 인상줘 원자력산업 활성화

일본-IAEA-한국 원자력계 이해관계 공유

내부자 "IAEA 포지션, 일본 정부 쪽으로 편향"

"인류 전체 이익에선 더 나은 옵션 검토했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관한 최종보고서 전달에 앞서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날 IAEA는 일본의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기준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2023.07.05. AP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왼쪽)이 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관한 최종보고서 전달에 앞서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이날 IAEA는 일본의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 기준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2023.07.05. AP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고도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에 대한 '부실투성이' 종합보고서를 서둘러 발표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올 여름철 방출'이라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의 시간 계획표에 맞추고자 예상 밖의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지만, IAEA가 유엔 산하 기구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공신력과 위상을 하루아침에 허물면서까지 시간에 쫓기듯 행동한 진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애초 세 차례 공언과는 달리 1차 표본 분석에 기초해 보고서를 작성했고, 일본이 제시한 해양 방출 외 다른 안을 검토하지 않았으며, 정화 장비인 다핵종처리설비(ALPS)에 대한 성능 검증도 없었고, 해양 생태계와 인간에 미칠 환경영향 평가가 담겨있지 않았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우원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7.9 [공동취재]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대책위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에서 우원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2023.7.9 [공동취재] 연합뉴스

IAEA '부실투성이' 종합보고서 서둘러 발표한 까닭

'부실‧졸속 공개' 논란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에서 이 사안의 실무책임자인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IAEA를 '대신'해 해명에 나섰다. 먼저 1차 분석이 핵심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일본 측 방류 실시계획의 현실성을 평가할 때 핵심은 2·3차 시료를 채취한 일반 저장탱크 속 오염수 농도가 아니라, 1차 시료를 채취한 K4 탱크에서 정확하게 핵종 농도를 파악해내는 능력"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IAEA가 애초에 왜 분석을 세 차례 하겠다고 공언했는지, 그 약속을 왜 깼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다음은 '시한'이 정해져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IAEA도 보고서를 6월 말 정도에 발표할 것이라고 공론화돼 있었다"면서 "모니터링이 다 끝난 다음에 최종보고서를 내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너무 시간적 한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이 일본은 물론, 주변국과 지구 전체 해양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게 분명한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한 완벽한' 보고서를 내는 게 마땅하다는 점에서 박 1차장의 말은 IAEA와 일본을 두둔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목차 사진,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목차. 내용이 거의 같다. 2023.7.4. 김성진 기자
왼쪽이 조르세티가 제보한 최종보고서 초안 목차 사진, 오른쪽이 4일 발표한 IAEA의 최종보고서 목차. 내용이 거의 같다. 2023.7.4. 김성진 기자

"IAEA, 조기 해결 열성적"…원자력계 이해 반영?

이런 가운데 IAEA 종합보고서 작성을 가까이서 접한 한 '내부 전문가'가 익명을 전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에 IAEA 종합보고서 '졸속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IAEA 평가 결과를 보면 IAEA의 포지션은 일본 정부 쪽으로 편향돼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IAEA의 '일본 편향'은 일본이 IAEA 안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데서 비롯됐다. IAEA에서 근무하는 일본인이 많고, 이런 흐름이 지난 10년간 지속돼왔다.

그는 "일본 정부는 적극적이고, IAEA에서 근무하거나 IAEA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나 자문역을 파견하고, 재정 지원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IAEA 입장에선 돈 안 들이고 전문적 서비스를 누리는 일은 환영할 만하고, 일본의 입장에서도 이런 방법을 통해 IAEA 내에서 자국의 영향력과 담론 설정 권한을 확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문가는 또한 IAEA의 '설치 목적'에서 파생된 이해관계도 거론했다. IAEA는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적 목적의 핵에너지 사용 금지를 추구하는 정부간 기구다.

이 전문가는 "IAEA에 맡겨진 일이 전 세계적으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IAEA 자체가 후쿠시마 핵 오염 폐기수 문제를 가능한 한 조기에 해결하고자 열성적이었다"고 전했다.

핵 오염수의 조기 해양 방출을 지원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큰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는 인식을 전 세계인에 퍼뜨림으로써 IAEA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촉진'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계기를 만들고, 그걸 통해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계산일 수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9. 연합뉴스
시민단체 회원들이 9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저지 대책위원회-국제원자력기구 면담이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9. 연합뉴스

일본-IAEA-한국 원자력계 '이해 공유' 관측도

한국 내에서도 유사한 해석이 나왔다. 김혜정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전 이사장은 6일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서 "오염수를 바다에 폐기시켜 '원전 사고는 끝났다. 사고 수습이 다 됐다'는 거짓 신화를 만들고 싶은 것에 정말 숨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그 이해를 한국원자력계가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염수가 안전하고 방사능 물질은 위험하지 않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해야 원자력 산업이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예를 들어 삼중수소가 체내에 들어가면 DNA 구조를 파괴해서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다는 것들이 계속 논란이 되면 결국 국내 원자력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이사장은 11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도 "일본 정부하고 원자력계는 오염수 해양 방류가 안전하고 삼중수소도 무해하다, 이런 논리를 펼치고 있고 한국의 원자력계도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걸로 보인다"며 "특히 지금 현 정부가 원전 최강국 건설을 국정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과도 다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일본 방출 계획을 잘 아는 다른 내부 인사는 일본의 핵 오염수 방출 계획과 평가는 '처리 폐수'가 기준을 충족할 것이란 가정에 기초하고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고 한다.

도쿄전력이 이전에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ALPS를 통해 처리된 오염수의 약 70%가 설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18%는 10~2만 배 기준을 초과했다. 더욱이 ALPS의 잦은 고장과 부품 손상으로 ALPS의 오염수 처리 능력에 불신이 제기하고 있다.

이 내부 인사는 또한 "ALPS를 통해 오염수를 '2차 처리'한다고 상황이 개선될지 불확실하다"며 "도쿄전력이 제시한 계획은 처리된 폐수가 배출 요건의 충족, 배출 영향 분석을 어떻게 보장할지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LA 동포들이 지난 8일(현지 시간) 일본 영사관 앞에서 ‘핵 폐수 저지 집회’를 갖고 일본 정부의 핵 폐수 방류 결정을 옹호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LA촛불행동
미국 LA 동포들이 지난 8일(현지 시간) 일본 영사관 앞에서 ‘핵 폐수 저지 집회’를 갖고 일본 정부의 핵 폐수 방류 결정을 옹호하는 윤석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LA촛불행동

"인류 전체 이익에선 더 나은 옵션 검토했어야"

공개된 데이터는 도쿄전력이 오로지 핵 오염 수의 0.25%만 2차 처리했다는 것을 보여줄 뿐, 2차 처리에 걸린 시간을 알려주거나 2차 처리를 위한 계획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내부 인사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처음에 삼중수소 외에 단지 9종의 핵종을 표본 추출한 뒤 모니터했고, 2023년 29종으로 조정했다. 그러나 고염도 물질과 여러 불순물이 섞인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복합적 구성을 고려하면 이런 조치는 전혀 충분치 않다.

그는 "도쿄전력의 행위는 핵 오염수의 원시정보(source information)에서 중대한 불확실성을 초래함으로써 후속 모니터링 계획 수립과 해양 생태계 영향 평가를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며 "IAEA 평가보고서가 일본의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을 충족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타임스는 "이들의 견해에 따르면, 핵 오염수의 해양 방출 계획이 무해하다는 이야기를 만들려는 일본의 계산된 노력에도 리스크는 현실적"이라며 "인류 전체의 이익의 관점에서 보면, 더 나은 옵션들이 검토됐어야 하지만, 일본은 그것들을 무시하고 자국에 가장 유리한 접근법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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