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투기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크다"
"핵폐기물 육상저장 등 다른 대안 배제 잘못"
후쿠시마 어업조합연합회도 투기 반대
기시다 총리주변 “정부가 책임지고 강행” 흘려
삼중수소 문제 부각은 도쿄전력의 은폐 자작극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최종보고서를 일본정부에 제출하고 공표한 뒤 일본정부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10~11일 후쿠시마 현 어민들과 태평양도서국포럼 회원국을 돌며 해양 투기를 위한 이해를 구했으나 해양 투기 반대 입장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일본총리 주변에서는 “여차직하면 정부가 모두 책임을 지고 (방출을) 결단할 것”이라는 얘기를 흘리고 있다.
후쿠시마 어민조합, 니시무라 경산상에 “해양투기 반대”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1일 IAEA 보고서 발표 이후 처음으로 후쿠시마 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현어련)를 찾아가 IAEA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고 어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나 현어련은 반대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의 이번 방문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위한 일본정부의 계획이 최종단계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니시무라 경산상은 “방출 전에 확인해야 할 안전성이 분명히 확인됐기 때문에 설명해 드리겠다”며 IAEA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해양 투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노자키 데쓰 현어련 회장은 “해양 방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우리의 향후 입장을 나라와 도쿄전력에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양자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나, 회의 뒤에 노자키 회장은 “안심, 안정된 어업을 계속하는 것이 최대목표”라며 해양 투기 반대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핵오염수와 관련한)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의 문서를 현어련에 전달했다.
기시다 총리주변 “여차직하면 정부책임 아래 방출 결단”
그러나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어느 시점에선가 ‘더 이상 이야기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상황이 될 것이다. 여차직하면 정부가 모두 책임을 지고 (방출을) 결단할 것이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니시무라 경산상도 이날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해양 투기 시점에 대해 “여름께라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전문가들, IAEA 보고서 거부
한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한국 방문(7~9일) 뒤인 10일 뉴질랜드를 찾아가 마후타 외무장관을 만난 뒤 11일에는 남태평양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올해 의장국 쿡 제도의 브라운 총리를 만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의 해양 투기 계획에 이해를 표시하기도 했으나 “IAEA는 태평양지역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아사히신문>이 12일 전했다.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IAEA 조언의 과학적인 접근을 칭찬하며 신뢰를 표시했으나, 과거 남태평양 지역이 핵실험장이 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투명성과 태평양 국가들과의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쿡 제도의 수도 라로통가에 가서 만난 브라운 총리는 남태평양 지역 비핵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태평양에 악영향을 끼치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깊은 협의와 논의 아래 이뤄지도록 확인해 가겠다”고 말했다.
이 지역 국가들은 1985년에 핵뿐만 아니라 방사성 물질을 지역 내에 투기하는 것을 금지하는 남태평양비핵지대조약(라로통가 조약)을 체결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뒤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일본정부에 특히 주의해 줄 것을 요청해 온 태평양도서국포럼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계획에 반발해 왔다.
PIF 전문가위원회 해양 투기 반대 이유
2022년 3월에 PIF가 위촉한 5인 전문가위원회의 전문가들 4명이 IAEA 최종보고서가 공표된 지 이틀이 지난 6일 IAEA 보고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5명은 다음과 같다.
켄 베셀러 박사, 미국 우즈 홀 해양연구소 수석연구원, 해양학자
아준 매키자니 박사, 미국 에너지환경 연구소 소장
퍼런크 달노키-베레스 박사, 미국 제임스 마틴센터 핵비확산연구소, 미들버리 국제대학원 몬터레이연구소 상근과학자 겸 겸임교수
로버트 H. 리치몬드 박사, 하와이대학 마노아 캠퍼스 커왈로 해양실험실 연구교수, 소장
안토니 후커, 호주 아들레이드대학 방사선연구소 교육이노베이션센터 소장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들 가운데 안토니 후커 소장을 뺀 4명이 IAEA 보고서에 반대했는데, 그 이유는 먼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방사성 물질은 앞으로 해양생물의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런 영향에 대해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타당한 실험을 계획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도쿄전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해가 이익보다 더 크다
이들은 또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원자로 폐기작업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핵오염수 저장탱크들을 치워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저장된 핵오염수를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로 인한 메리트(이점)가 해양오염이나 건강피해 리스크(위험), 소문피해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해 등의 디메리트(단점)를 상회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방사성 물질의 방출(폐기)은 방출로 인한 이익이 손실보다 클 때에만 방출한다는 ‘정당화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로 이익을 볼 나라는 오직 일본뿐이며 나머지 지구의 모든 나라와 생태계는 손해를 볼 뿐이다.
이들 전문가는 또 성명에서 “‘처리수’를 방출하지 말고 후쿠시마 제1원전 내에서 사용하는 콘크리트용 시멘트에 섞어 쓰는 물로 사용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해양 투기가 아닌 다른 육상 저장방식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얘기다.
삼중수소 부각은 본질 흐리려는 도쿄전력 자작극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삼중수소(트리튬) 방출량이 주요 원전 가동국 원전들이 배출하는 삼중수소 방출량보다 적다는 걸 해양 투기 강행 이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일본정부는 해양 투기에 들어갈 때 트리튬(삼중수소)의 연간 방출량을 22조 베크렐 이하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해외의 많은 원자력 관련시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하면서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정당화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태산 제3원전의 삼중수소 방출량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출량의 6.5배(143조 베크렐), 양강 원전은 5.1배(112조 베크렐), 영덕 원전은 5배(102조 베크렐), 홍연하 원전은 4.1배(90조 베크렐)이며, 한국의 월성 원전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출량의 3.2배(71조 베크렐), 고리 원전은 2.2배(49조 베크렐)다. 프랑스의 라아그 핵재처리시설은 454.5배(1경 베크렐)에 이르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등은 멜트다운된 사고원전 배출 핵폐기물과 정상 가동 중인 원전이 배출하는 핵폐기물을 같은 차원에 놓고 얘기하는 것부터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것은 삼중수소만이 아닌데, 인체에 해가 있다 또는 없다로 전문가들 의견이 갈리는 삼중수소만 부각시켜 다른 수백종, 많게는 수천종의 방사성 핵종(동위원소 포함)을 뿜어내는 후쿠시마 사고원전의 핵오염수 해양 투기문제의 본질을 흐려 놓고 있다며, 이를 문제의 본질을 숨기려는 “도쿄전력의 자작극”이라고 비판했다.
일반 원전의 삼중수소 다량 배출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 문제는 따로 따져 봐야 할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것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정당화하는 무기로 동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숨기려는 일종의 속임수임을 지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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