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 새해 예산안 톺아보기] ⓶ 부정확한 세입추계


올해 2차 추경 54조원…본예산의 15% 규모

사과까지 해 놓고 본예산 대비로 발표 꼼수

예산당국의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도 한 원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산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정부는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총수입을 625.9조원으로 전망했다. 국세수입 400.5조원과 국세외수입 225.5조원을 합친 금액이다. 올해보다 총수입 13.1%, 국세수입 16.6%, 국세외수입 7.3%가 각각 증가한 규모다.

이런 세입추계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예산 당국의 세입추계의 오차율은 예상치를 크게 벗어난다.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회계연도의 추경예산 기준 국세수입 오차율은 평균 5.4%를 넘는다. 특히 바로 지난해의 국세수입 예산(314.3조원)과 결산(344.1조원)의 차이는 30조원(9.5%)에 이르고 있다. 감사원도 지난 9월에 실시한 기획재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 “기재부장관은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입예산을 다시 추계할 때 실제 국세수입 누계액과 수납 진도율, 징수결정 실적과 징수결정 진도율, 전체 및 개별 세목의 세수 증가 추세 등이 세입실적 자료들에 대한 검토를 철저히 해서 활용하라”고 지적했다.

 

 

예산 당국의 세입추계가 불신받는 이유가 매년 상당한 오차가 발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 등 세입추계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전년도 본예산과 비교했다. 올해 2회 추경이 53.3조원이나 됐던 점을 감안하면, 새해 국세수입은 추경예산 대비 3.9조원, 1% 증가에 지나지 않는다. 국세수입 등 총수입 규모나 국가부채 비율은 전년도 본예산이 아니라 전년도 추경과 비교하는 것이 이론상으로도 맞고, 그동안 관행도 그랬다.

정부가 내년 세입예산안을 유독 과소 추계됐던 올해 본예산과 비교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재부는 새해 예산안 보도자료를 통해 “새해 국세수입은 주요 세목 세입기반 확충에 따라 16.6%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그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의식해서 사과까지 해 놓고 본예산과 대비한 수치를 발표한 것이다.

정부가 ‘주요 세목 세입기반 확충’을 강조한 이유는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세수입이 증가한다. 가격이 오르면 매출액이 증가하고 이는 부가가치세 세수입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치 국세수입이 상당폭 증가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세제개편으로 인한 세수감소를 ‘눈가림’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상향 조정, 종합부동산세 세부담 인하 등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법인세 감세 효과가 나타나는 2024년까지 13.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전망치가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유찬 교수(홍익대 경영학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새해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정부의 세제개편에 따른 세수감소 효과가 과소 추계됐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계산은 특정 년도의 세수 증감 규모를 직전년도에 비교한 세수감소 효과 만을 감안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세제개편의 세수감소 효과는 세제개편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앞으로 5년간 줄어드는 세수는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내년도 조세감면에서 고소득자 혜택의 비중이 올해 31.6%에서 내년에는 31.2%로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평균소득의 150%를 초과’였던 고소득자의 기준을 ‘200%를 초과’로 올렸다. 또한 법인에 제공되는 감세 혜택은 고소득자에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기준을 올려 대상을 줄였으니 비중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세부담 감소 효과를 계층별로 보면 서민·중산층이 11.7조원, 고소득층이 14.2조원이며, 중소기업 10.2조원, 대기업 20.7조원 등이다. 세제개편의 수혜가 서민보다는 고소득층에,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치중돼 있다는 말이다.

부정확한 세입추계의 원인에는 예산당국의 균형재정에 대한 집착도 자리를 잡고 있다. 관련 공무원들 사이에는 세입-세출의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 특별히 적자재정을 시현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대대로 흐른다. 세출예산 규모를 가급적 보수적으로 잡고 이에 맞춰 세입예산을 설정한 뒤, 초과 세수가 생기면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관성이 지배하고 있다.

정부 세입이 대체로 초과수납의 경향을 보이는 이유다. 지난 5년 중에서 2019년 한 해를 빼고는 모두 국세수입 결산액이 예산액을 초과했다. 2017년 14.3조원, 2018년 25.4조원, 2020년 5.8조원, 코로나로 온 국민의 고통이 극심해 재정의 역할이 강조됐던 2021년은 무려 29.8조원에 이른다. 결산액이 예산액에 미달했던 2019년도 1.3조원 부족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적게 잡아놓고 많이 걷히면 추경 편성하면 균형재정도 달성하고 정치권의 요구도 수용할 수 있다는 예산 관료집단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