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매체 “1인당 세금 부담 줄었다” 강조
보수 언론선 “부과 대상자 늘었다” 대조
‘금액’-‘비율’ 선별 비교로 조세저항 부추겨
정부 “이때다!” 공시가 현실화 등 후퇴 조짐
최근 정부가 고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진보-보수 언론의 보도는 현격한 대조를 보였다. 진보 언론들은 감세 정책의 영향으로 1인당 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다주택자에게 훨씬 감소폭이 컸다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보수 언론들은 과세 대상이 크게 확대됐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집값보다 세금 상승이 훨씬 큰 폭이어서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런 일부 ‘보수’ 언론들의 분석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세금 납부 대상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보수 언론들의 종부세 납부 대상자 확대 부각은 침소봉대 수준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이 뜻을 모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편향된 보도는 곧바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정부 정책의 역주행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2일 보도에서 각각 ‘종부세 내는 1주택자, 1년새 50% 늘었다’와 ‘1주택 23만명에 종부세...서울 집가진 5명중 1명 낸다’는 주 제목을 달았다. <중앙>은 “올해 고지서를 받게 될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만 122만명이며 토지분 종부세까지 합치면 130만7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동아>도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1주택자가 23만명으로 역대 최대”라며 “종부세가 더 이상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갔다. 22일치 1면 머릿기사에서 “야당의 반대로 종부세 완화가 무산돼 집값이 수억원 내렸는데도 세금은 올랐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근거로 통계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등을 예시로 들었다. “작년 55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는 거의 배로 늘어난 95만원으로 고지”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의 경우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13억3800만원에서 15억8100만원으로 1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종부세의 인상 폭이 4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강남구 은마,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성동구 래미안옥수리버젠 아파트등의 공시가격과 종부세 변동을 표로 정리해 제시했다.
<조선>의 이런 종부세 보도는 ‘금액’과 ‘비율’을 선별적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잘 살펴야 한다. ‘공시가는 18% 올랐는데, 종부세는 거의 倍(배·100%)가 올랐다’라고 하는 것과 ‘공시가는 2억4300만원이 올랐는데 종부세는 40만원이 올랐다’고 하는 것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함께 예시했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도 공시가가 17% 오를 때 종부세는 163%나 올랐지만, 이를 금액으로 말하면 공시가가 2억1300만원이나 오를 때 종부세는 25만원 밖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일반 서민들로서는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는데 세금이 수십만원 늘어난 게 왜 문제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조선>은 또한 올들어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오히려 세금은 크게 올랐다고 강변했다. 은근히 조세저항까지 부추기는 듯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부과된 종부세는 지난해 크게 오른 집값을 반영한 올해 1월1일 기준 공시가로 매겨진 것이다. 올들어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면 내년 공시가에 반영하게 된다. 집값이 오를 때는 즐기고 있다가, 떨어지면 절차도 없이 선반영이라도 해야 한다는 투의 무리한 주장이다.
<한겨레>는 “올해 다주택자 1명이 내야 하는 종부세가 지난해보다 223만원 줄어든다”면서 “이는 1주택자의 1명당 종부세 감소액의 5배”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종부세 부과 대상자 수가 올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서자 종부세를 ‘중산층 세금’으로 규정하면서 ‘감세 몰이’에 나서고 있는 정부 당국을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올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122만명으로 지난해보다 29만명 늘었지만 1인당 세부담은 137만원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올해 종부세 과세 대상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종부세 고지액은 지난해 4조4천억원보다 소폭 줄어든 4조1천억원을 기록했다. 다주택자 1인당 종부세가 지난해 616만원에서 올해 393만원으로 223만원(36.2%)이나 감소했다. 이보다는 작은 폭이지만 1주택자도 153만원에서 109만원으로 평균 세부담이 줄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 산정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낮췄고, 일시적 2주택자 특례 신설 등 감세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부 보수 언론들의 선동에 가까운 보도를 틈타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올리거나 공시가 현실화율을 다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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