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5천여명 상경 투쟁…총파업 투쟁 선포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 동지를 죽게 만들었다"

"대통령·장관, 검경 합작해 만든 사회적 타살"

"유언 받들어 노동자가 주인된 세상 만들 것"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등이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 등이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무차별적인 노조 탄압에 노동자들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다. 노동절에 분신한 고(故) 양회동 열사의 빈소가 마련된 4일 오후, 건설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대대적인 도심 투쟁에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낮 12시 30분 서울역 12번 출구 앞에서 '건설노조 탄압 분쇄!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 윤석열 정권 퇴진! 전국건설노동조합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결의대회' 사전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행진에는 주최 측 추산 5000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조합원들은 평소 머리에 매던 붉은 색 '단결투쟁' 머리끈을 풀고, 양 열사의 유언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열사정신계승'이라고 써진 검은 색 머리 띠를 둘렀다. 가슴에는 '노조탄압 분쇄, 열사정신 계승' 근조 띠를 달았다. 영정 사진 아래 '더 이상 죽이지마라'라고 써진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열사 정신의 염원이다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자" "건설노동자 다 죽이는 윤석열 정권 물러가라" "공안탄압 박살내고 건설노조 사수하자" "열사의 염원이다 민주노조 사수하자" "열사정신 계승하여 노동탄압 분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본대회가 열리는 용산 대통령실 앞 삼각지역까지 행진했다.

본대회는 양 열사에 대한 묵상을 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하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본대회에는 건설노조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진보정당 등도 동참했다.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은 본대회에서 양 열사의 분신과 관련,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몸에 신나를 뿌려서 분신을 하겠는가"라며 "정당한 노동조합을 공갈협박범이라 이야기하니,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는 용납할 수 없는 모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장옥기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열린 건설노조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장 위원장은 양 열사가 건설노조에 남긴 유서에서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유언을 받아서 반드시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고 지금까지 땀흘려 산 건설노동자들과 2000만 노동자들이 주인이 된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고인의 아들이 "우리 아버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꼭 해달라"고 말했다면서, "저놈들이 우리를 죽이려하는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에 우리 건설노조는 앞뒤 재지 않고 전면전을 해야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양회동 동지가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인 다음 날도 건설노동자는 구속됐다. 그 다음날에도 건설노조 사무실과 간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멈추지 않았다"며 "이 자본과 정권은 노동자들을 살 수 없도록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노조를 통해서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 막장 인생이 아니라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변화시켜왔다"며 "그것을 불법으로, 비리로, 폭력으로 매도하고 갈취범, 공갈범, 파렴치범으로 내몰았던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 동지를 죽였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이제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노동자를 죽이고, 물가 폭등으로, 전세 사기로 서민들을 죽이는 이 부정한 권력을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은, 노동자들은, 민중들은 권력에 맞서 싸우겠다"고 외쳤다.

강원건설지부 김현웅 사무국장은 "양 열사는 자기를 소개할 때 '자랑스런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입니다'라고 소개했다"며 "이놈의 정권이 우리 조합원을 위해서 뛰고 있다는 자랑스러워하는 자존감마저 무참히 짓밟았다. 그것이 양 열사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했다.

 

4일 오후 서울역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결의대회 전 행진을 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4일 오후 서울역 인근 한강대로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원들이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결의대회 전 행진을 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그는 "양 열사가 자기 몸을 바쳐서 세상의 촛불이 되어서 우리에게 호소를 하는 거 같다. 현장에서 순수하게 일하고 생존을 위해서 싸웠던 양 열사는 자기 몸을 바쳤다"며 "이제는 정치가 답해야 하고 건설노조,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함께 답을 해야될 때"라고 말했다.

정당과 시민사회 발언도 이어졌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전국민적인 고통인 전세사기 단속에 30명, 보이스피싱 단속에 25명인데, 건설노조 때려잡는데 경찰 50명의 특진을 걸었다"며 "이게 바로 국가폭력"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건설노조 때려잡는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가 양 동지를 죽였다"며 "(양 열사는) 야4당에게 남긴 유서에서 윤석열 정권을 무너뜨려 달라,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을 풀어주고 진짜 나쁜짓 한 놈을 잡아들여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달라고 했다. 그 유언을 뼈에 새기겠다"고 했다.

전국민중공동행동 박석운 대표는 "이 억울한 죽음은 건설자본 앞잡이 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 조중동 수구적폐언론 그리고 검찰, 경찰이 합작해 만들어낸 사회적 타살"이라며 "한편으론 검사독재정권의 잔인한 탄압에 저항하여 건설노동자 자존을 지키기 위한 항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건설노동자들이 건설노조를 통해 고용 안정과 건설 안정 실현 투쟁에 나서는 것은 건설노동자 권리쟁취 투쟁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우리사회 공익을 실현하는 투쟁이기도 하다"며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더이상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힘과 정성을 모아나가자"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노조를 죽이려 애쓰던 윤석열 정권이 결국은 노동자를 죽였다"며 "동지는 외롭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혼자 그렇게 쓰러지도록 놔둘 수 없다. 우리 모두 힘을 합치고 함께 거대한 횃불이 되자. 그 거대한 횃불로 윤석열정권에 맞서 투쟁하자"고 외쳤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회동 열사의 동료 노조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분신해 숨진 건설노조 강원지부 양회동 열사의 동료 노조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한강대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정부규탄 총력투쟁 결의대회 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건설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며 △강압수사 중단 △건설노조 탄압 분쇄 △윤석열 정권 퇴진 △구속자 석방 △총파업 총력·투쟁 등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낭독했다. 조합원들은 '건설노조 탄압중단! 윤석열 정권 퇴진!'이라고 써진 스티커를 경찰 차벽에 붙이는 상징의식을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대회를 마친 뒤, 양 열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이와 별개로 시민단체들도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시민사회, 종교계 121개 단체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용산 대통령 집무실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양 열사의 죽음에 대해 "분명하게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과 무차별한 노조 탄압에 원인이 있다"며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음해와 탄압을 중단하라"고 했다. 또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사회적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빈소에 조문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더이상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될 국가 때문에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려운 환경이긴 하지만 노동자 여러분께서도 죽지 말고 살아서 싸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이 수사에 대해서 방침을 주고, 그 방침 때문에 과잉수사로 생긴 일이니 대통령께서 조문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 그리고 다시는 국가권력 행사 때문에 국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노동하면서 살아간다. 국가 공무원도 결국 노동자다.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을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국가 노동존중 사회는 반드시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할 우리 사회의 미래상"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열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 열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2023.5.4. 연합뉴스

한편 이날 극우단체들이 건설노조 결의대회를 방해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이들은 결의대회 무대 바로 뒤에 대형 확성기를 설치하고 "민주노총 해체" "건설노조 해체" "귀족노조 해체" "깡패노조 해체" 등 선동적인 발언을 했지만 경찰은 제재하지 않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