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동자 양회동 죽음에 책임 적지 않은 조선
악마적 음모론 기사화, 상상 뛰어넘는 마녀사냥
어떤 비인간적 방법도 가리지 않는 상습적 패턴
다른 언론들, 비판은커녕 꽁무니 쫓아가기 바빠
펜을 칼처럼 휘두르며 노동자들 멸시…각성해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와, 친검찰 기자로 악명 높은 최훈민 기자가 "건설노조원 분신 때 함께 있던 간부,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면서 제2의 '유서 대필 조작사건' 같은 마녀사냥을 시작했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님이 비극적 선택을 한 것에 <조선일보>의 책임은 결코 적지 않다. 건설노동자들과 건설노조를 파렴치한 조폭 집단으로 몰아가는 기사와 칼럼과 사설들을 제일 많이 생산해 냈던 언론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고인의 비극적 죽음 이후에 <조선일보>의 건설노조에 대한 기사들은 약간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고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별다른 자세한 기사들은 이어지지 않아서, 비록 스스로 반성과 사과는 못하더라도 일말의 양심은 있어서 약간은 주춤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다.
5월 16일부터 시작된 상상을 뛰어넘는 마녀사냥을 통해서 <조선일보>가 지난 보름 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가 분명해졌다. 이 죽음에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 그것에 대한 "보도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고인이 스스로를 불태우던 끔찍한 참극의 현장에서 엄청난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건설노조 동료에게 뭔가 수상한 부분이 있다는 주장이다.
함께 울고 웃던 사랑하는 동료가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상황의 충격과 트라우마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동료 노동자에게 죽음의 책임을 뒤집어씌우며 기막힌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만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 가까이 있던 목격자와 YTN 기자, 건설노조의 조사 결과에 따르더라도 이것은 정말 터무니없는 억지일 뿐이다.
고인은 자신의 온몸에 시너를 붓고서 한 손에는 라이터를 들고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긴밀한 친구이자 선후배이자 동료였던 노동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이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계속 고인을 설득하며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불길은 솟아올랐다. 동료 노동자는 오열하면서 패닉과 공황 상태로 빠졌다.
이것이 당사자와 현장 YTN 기자들의 일치된 진술이고 관련 정황과 증거로 뒷받침되는 진실일 뿐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인간적 반응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건설노조에 대한 극단적 편견을 바탕으로 단편적 정보들을 짜맞추며 악마적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다. '궁지로 몰리던 건설노조가 투쟁의 불씨로 삼기 위해 일부러 죽음을 방조했다'는 괴담을 퍼트리고 싶은 속셈이다.
이것은 이 비극적 죽음에 대한 윤석열 정부와 족벌언론들의 책임을 떠넘기면서 '건설노조 죽이기'를 흔들림 없이 계속하기 위한 잔인하고 야비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조선일보>의 보도 다음 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결국 <조선일보>의 보도는 국토교통부, 경찰, 검찰과의 치밀한 공조와 기획 속에서 나왔던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단편적 정보들부터 경찰, 특히 검찰이 아니면 제공할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기획하며 준비하고 있다가 5월 16일 건설노조의 1박 2일 서울 상경 파업 시점에 터트린 것으로 의심된다.
7월초 민주노총의 '윤석열 퇴진 총파업'이 다가올수록 이것은 더욱 강력한 공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원희룡 장관이 "진실이 밝혀지길 바랍니다"라고 했으니 경찰과 검찰은 곧 압수수색, 소환조사와 기소로 달려가면서 여론을 흔들고 노동운동 내부를 갈라치기 위해 어떤 비인간적이고 악질적인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알다시피 이것은 처음도 아니다. 반노동자적인 정권과 족벌언론들은 절망적인 현실과 국가의 탄압에 견디지 못한 누군가가 죽으면, 가까운 동료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물타기를 하고 마녀사냥을 더 확대해 왔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동료의 자살을 방조하고 유서를 대신 썼다'는 혐의로 강기훈 씨를 마녀사냥했던 1991년의 '유서대필 조작사건'이다.
2016년에 박근혜 탄핵 촛불을 촉발하는 계기 중에 하나였던 백남기 농민의 사망 당시에도 정부와 족벌언론들은 경찰의 물대포가 아니라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범인'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2020년에 윤미향 마녀사냥 속에 손영미 마포쉼터 소장이 비극적 선택을 했을 때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과 극우 유튜버들이 시도했던 것도 비슷한 수법이었다. 그것은 윤미향 의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하고 '검찰-족벌언론 카르텔'이 더욱 강화되면서 <조선일보>는 악질적인 주특기를 다시 꺼내들고 있다. 자신들이 터트리면 다른 대부분의 언론이 받아쓰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나고, 여론이 움직이고, 시민단체가 고발하고,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것에 자신감을 얻어서 또다시 선을 넘고 있다. 이번에도 <조선일보> 보도 이후 원희룡 장관이 공을 이어받았고, '시민단체'가 건설노조를 고발했다.
우리 사회와 다른 언론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조선일보>의 범죄적 행태들을 보고 넘길 뿐 아니라, 심지어 꽁무니를 쫓으며 힘을 실어줄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의 악마적 상상력에 조금이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유서 대필 조작사건'에서도 강기훈 씨를 더 힘들게 한 것은 '혹시, 설마' 하면서 흔들리고 등을 돌리던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5월 16일부터 17일까지 1박 2일 서울집중 상경 파업을 한 3만여 명의 건설노동자들은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문화제에도 함께 했다. 윤석열 정권에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윤석열 정권에게 사랑하는 동료를 잃은 건설노동자는 그렇게 함께 손을 잡고 서로의 아픔을 나누며 아름다운 연대를 보여 주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투쟁마저도 매도하기 바빴다. "민노총 노숙투쟁 자리에 쓰레기산…출근길 술냄새·지린내 진동"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혐오와 멸시가 흘러넘쳤다. 최고의 학벌과 연봉을 자랑하는 <조선일보> 구성원들에게는 씻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비닐을 덮고 자는 건설노동자가 같은 인간으로 보이기나 할까 의심스러운 보도였다.
이런 보도는 같은 시기에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의 찬란한 화려함에 대한 '자뻑'이 넘치는 기사들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전현직 최고위급 정치인들 250명이 참가한 이 행사는 신라호텔에서 수많은 서비스 노동자들을 동원해 진행됐고 당연히 '쓰레기, 술냄새, 지린내'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가해 축사까지 했고, 반면 건설노조 상경 투쟁에 대한 경찰의 강경 대응을 촉구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의 건설노조 형사고발과 1억 원 가까운 변상금 부과로 이어졌다. 여기서 정말 비인간적인 것은 누구이고 정말 인간적인 것은 누구인가?
펜을 칼처럼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물어뜯는 족벌언론 구성원들인가, 동료의 한을 풀기 위해서 일당도 포기하고 거리에서 찬 이슬을 맞으며 폭압적 권력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들인가? 건설노동자들은 이번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이 아니라 국화꽃을 받게 된 고인을 결코 잊지 않으며 반드시 윤석열 정부와 <조선일보>의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다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 3만 건설노동자 "노예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 [윤석열 1년] 노조 악마화로 일관한 죽음의 노동정책
- 건설 노동자는 건폭이 돼 죽을 수 없었다
- 검은 머리띠 건설노동자들 “더 이상 죽이지 말라”
- 자살방조에 유서대필, 물대포까지…점입가경 공안정국
-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건설노조, 조선일보 기자·원희룡 등 명예훼손 고소
- 양회동 유서 '본인필적' 확인…"조선일보 사과하라"
- 고 양회동 씨, 언론에 ‘노조탄압 중단시켜달라’ 유서
- '집회의 자유' 유린하는 정권…'反자유민주' 본색 노골화
- 마지막 유서와 불에 탄 명찰, 그리고 눈물
- 작년엔 "돼" 올해는 "안돼"…'노조' 광고 거부한 코레일
- 괴물이 된 원희룡…의원 108명 "사퇴하라"
- 내가 양회동 씨를 열사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
- 윤희근 "양회동 무리한 수사 아니다"… 용혜인 "인면 수심"
- 조선일보 '분신방조' CCTV 캡처, 출처는 검찰이었다
- 윤석열 정부 선 넘은 '노조 때리기' 어디까지?
- 경찰, '조선일보 분신방조 보도' 수사 5개월째 '감감'
- 양회동 열사 자녀에게 장학금 전달한 재미동포
- "인간으로서 못할 짓한 조선일보…사과 안 받을 겁니다"
- 양회동 열사 1주기…"윤석열 사과하게 해주십시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