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를 건폭이라 부르더니 결국 분신 사태 불러
국힘 거제시의원 “베트남 애들 10명 중에서 1명은 뽕”
현 정부 들어 화물노조·건설노조 등 약자 낙인 찍기
조선일보, 혐오와 차별의 언어 유통 창구 역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혐오 조장과 낙인 찍기가 계속되고 있다. 폭력적 언어와 약자에 대한 공격 프레임 만들기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의 ‘건폭 몰이’와 무리한 수사에 항의해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 지역 간부는 끝내 숨을 거뒀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양태석 거제시의원의 막말이 뒤늦게 알려졌다. 양 의원은 지난달 20일 외국인노동자 지원 조례안 심사에서 “베트남 애들 10명 중 한 명은 뽕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외국인 4~5명이 슬리퍼 신고 모여 다니면서 침 뱉고 슬리퍼 끌고 시내 다니면 관광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외국인들의 거제 유입으로 주민들의 불안, 아이들의 문밖출입이 우려된다”라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 1일 성명을 발표해 “근거 없는 시대착오적 인종차별, 타국 모욕, 외국인 노동자 혐오 비하 막말, 사과와 반성 없는 자질이 의심스러운 국민의힘 정치인의 민낯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경남도당도 성명을 내고 “(양 의원이) ‘자기들끼리 노조를 만들어서 일 안 할 수도 있다’는 등 노조 혐오까지 이어갔다”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해 12월 화물연대를 원색적인 용어로 비난했다.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은 화물연대 운송 거부와 관련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은 “핵은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대북정책을 펴왔다면 지금처럼 북핵 위협에 처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노조에 대해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한다.
원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화물 기사들을 향한 화물연대의 압박에 대해 “조폭 행위 당장 멈추십시오”라고 말했다. 원 장관 입은 건설 노조와 관련한 발언에서 더 험해졌다. 그는 올해 1월 “무법지대에 있는 조폭들이 노조라는 탈을 쓰고 설치는 것들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화물연대와 관련해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총에 보내는 련대사’라는 제목으로 보낸 글이 자랑스러운 듯 올라와 있다”며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민주노총을 불렀다. 정진석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건설 노조에 대해 “건폭들이 독버섯처럼 자랐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노동 귀족’ 등으로 묘사했지만, 사용자에 비하면 약자인데도 정치인들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태원 참사 직후에는 국민의힘 김미나 창원시의원의 막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11월 4일 SNS에 “유족이라는 무기로 그들의 선 넘는 광기가 시작되었다”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유족에 대해 ‘무지몽매한 애미’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책 내용을 문제 삼으며 “동성애 교육은 김일성을 위대한 수령이라 세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정부에서 ‘노조=부패 집단’ ‘약자=교화의 대상’이란 프레임을 생산·유통하는 역할은 조선일보가 앞장서 왔다. 조선일보는 이태원 참사를 ‘핼러윈 참사’라고 쓴다. 유가족에 대해서도 ‘핼러윈 참사 유가족’ ‘핼러윈 유가족’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용어를 들으면 ‘놀다가 사고가 난 것’ ‘참사 당시 마약 등의 범죄가 의심된다’ 등이 연상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시민대책위, 유가족협의회는 공식 명칭으로 ‘10·29 이태원 참사’를 쓰고 있다.
현 정부에서 건폭 발언이 나온 이후 조선일보는 제목과 기사에 이 용어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건폭 2800여명 적발… 77%가 민노총·한노총 소속이었다’(3월 9일) ‘건설현장 ‘건폭’ 잡고보니 진짜 조폭‘(3월 9일) ‘진짜 ‘건폭’들이었네… 건설현장서 돈 뜯은 노조원의 정체’(4월 5일) ‘건폭 피의자 수백명, 경찰청 앞에서 적반하장 집회’(4월 12일) 등의 기사를 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2012년 술에 취한 행패를 ‘주폭’으로 부르며 근절 시리즈를 연재했다.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벌인 ‘주폭과의 전쟁을 보도하면서 연재가 시작됐다. 이 신문은 코로나19를 한동안 ‘우한폐렴’으로 쓰기를 고집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표준 지침을 통해 지리적 위치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이를 어기고 중국 혐오 정서를 부추겼다.
현 정부 인사들의 ‘막말 경쟁’은 보수층 집결을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화물연대 운송 거부 당시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시민을 통제와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엘리트주의적인 시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정권이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효민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혐오 조장으로 당장은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정권에 마이너스”라며 “다원화된 가치를 포용하는 보수가 돼야 유권자의 지속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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