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분신사망에…노동계·시민단체 잇단 규탄성명

"무능과 실정 덮기 위해 노조 탄압한 윤 정부 책임"

대통령 사죄, 원희룡 사퇴, 노조탄압 중단 등 요구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행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서비스노조연맹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행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서비스노조연맹

세계노동절인 지난 1일 오전 9시 35분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한 양 모 씨(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가 결국 하루만인 2일 오후 1시 9분쯤 사망했다.

양 씨가 운명을 달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동계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윤석열의 노조 탄압, 정치권의 노조혐오, 언론의 흑색선전, 노동자 고혈 쥐어짠 자본이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밀었다” “건설현장의 토착비리엔 눈감은 경찰과 검찰, 정부가 공동 가해자다”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정부를 성토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누구든 탄압받고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건설자본의 이익을 대변한 보수 재벌언론”의 책임도 물었다. 시민들도 윤 정부의 노동탄압을 문제삼고 나섰다.

“지난 1년 무능과 실정 덮기 위해 노조탄압한 윤석열 정부가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민주노총은 2일 성명을 내고 “노조혐오와 노조탄압이 동지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지난 1년간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덮기 위해 한 것이라곤 노조탄압 밖에 없던 윤석열 정부가 끝내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윤석열 정부 심판으로 동지 앞에 추모의 예를 올릴 것”이라며 “△동지를 죽음으로 내몬 주범 윤석열 대통령은 사죄하라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퇴하라 △건설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등의 요구를 했다.

투쟁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서는 “동지의 죽음이 서럽고 슬퍼서만 나서는 투쟁이 아니다. 경제를 파탄내고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며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불통과 무능으로 대전환의 시대를 열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의 총제적 실정을 심판하며 나서는 투쟁”이라며 “역사의식의 부재 속에 나라의 자존심은 저 멀리 날려버리고 한반도를 넘어 인-태평양 지역을 갈등과 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어 평화와 안정을 내팽개친 것에 대한 심판”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도 성명을 내고 “오늘 영면한 노동자 죽음의 책임은 윤석열 정권에게 있음이 명백하다. 윤석열 정권은 노조 탄압을 중단하고 고인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하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총력을 다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절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노동절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5.1. 연합뉴스

“윤석열의 노조 탄압, 정치권의 노조혐오, 언론의 흑색선전, 노동자 고혈 쥐어짠 자본이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밀었다”

다른 산별노조들도 앞다퉈 성명을 내며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부를 ‘살인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윤석열의 민주노조 탄압과 경찰의 폭압적 수사, 정치권의 노조혐오, 언론의 흑색선전,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짠 자본이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밀었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공갈로 왜곡해 덧칠했다”며 “고인이 죽음에 이르게 된 책임은 무엇보다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노동탄압에 있다”고 성토했다. 운수노조는 또 “이번 사태의 책임자 처벌과 노동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건설현장의 토착비리 눈감은 경찰과 검찰, 정부가 공동 가해자”

한국노총도 같은날 오후 성명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한국노총은 정부를 향해 “건설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강압수사와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경찰은 1계급 특진 등을 내걸고 건설노동자들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정부는 건설현장의 특수 상황이 있음에도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것까지 모두 불법으로 몰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또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재개발·재건축비리, 수억 원대의 부정청탁과 불법재하도급 등 토착비리엔 눈감으면서도, 저항력이 약한 노동자들에 대해선 강압수사와 탄압으로 일관 한 경찰과 검찰, 정부가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지난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개최한 노동절 결의대회에서 조합원이 '윤석열 정권 심판'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5.1. 연합뉴스
지난 1일 오전 광주시청 앞에서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가 개최한 노동절 결의대회에서 조합원이 '윤석열 정권 심판'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3.5.1. 연합뉴스

“퇴행에 부역한 자들, 건설자본의 이익 대변한 보수 재벌언론”

언론노조도 2일 오후 <노동 탄압, 노조 혐오 끝장내자>라는 성명을 냈다. 언론노조는 “누가 한 건설노동자로 하여금 천금 같은 목숨까지 내던지며 항거하게 만들었는가?”라고 물으며 “윤석열 정권은 건설 현장에 판치는 건설자본의 온갖 범죄 행위엔 눈감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노조를 때려잡는 데에만 혈안이었다”고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또 “정부가 건설노조 탄압에 골몰하는 동안 건설 현장에 만연한 다단계 하도급,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는 위법과 잘못된 관행 등에 대한 근본적인 구조 개선은 갈 길을 잃었다”며 “이 같은 퇴행에 부역한 자들이 있으니 바로 건설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한 보수 재벌언론이다. 이들은 현장 노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국토부와 검경, 건설자본이 쏟아내는 입장만을 전하며 노조 혐오를 확산시켰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분노와 애도에 그치지 않고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과 보수 재벌언론의 노조 혐오를 끝장내기 위해 건설노동자들과 굳게 어깨 걸고 함께 싸워 나갈 것”을 천명했다.

언론노조도 △윤석열 대통령 사죄 △원희룡 국토부 장관 파면과 함께 △노조 탄압과 노동 개악 중단을 요구했다.

 

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3.5.2. 연합뉴스
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건설노조 탄압 중단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3.5.2. 연합뉴스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누구든 탄압받고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윤석열 끌어내려야 국민이 살 수 있다”

국민주권연대는 2일 오후 늦게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자!>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고인의 분신은 윤석열 정권의 도를 넘은 건설노조 탄압이 불러온 결과”라고 비판했다.

주권연대는 “윤석열 정권은 건설 현장에서의 산재 사망사고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 등을 노동자를 위협하는 문제를 철저히 외면한 채 건설 현장의 모든 문제를 노동조합 탓으로 돌렸다”며 “13번의 건설노조 압수수색, 15명의 노동자 구속, 950명의 소환조사 등 건설노조를 죽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누구든 탄압받고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하루빨리 끌어내려야 국민이 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성명을 통해 <노조 때려잡기, 윤석열은 살인적 노동정책 중단하고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촛불행동은 “노조 때려잡기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은 살인행위”라며 “노조활동을 ‘건폭’으로 몰아세우고 1계급 특진 등을 내건 악질적인 수사를 자행한 결과”라고 규탄했다.

“노동자 분신 사망, 스포츠 뉴스 끝 20초로 처리하다니”

시민들도 SNS에 애도와 분노의 글을 올렸다. 이정헌 화백(우리만화연대 이사)은 “분신 노동자를 생각하며 바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방금 사망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는 노동자가 노동 대신 투쟁을 하고, 죽음으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말로 고인을 애도했다. 이 화백은 그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김상수 영화감독은 공중파 뉴스의 보도 태도를 지적했다. 김 감독은 “노동자 분신 사망 뉴스가 끝부분 스포츠 뉴스 직전, 겨우 20초로 처리될 뉴스인가?”라고 물으며 “사회 이성이 살아있다면 이 뉴스는 톱뉴스로 보도되어야 맞다”고 밝혔다.

 

그림=이정헌 화백 페이스북
그림=이정헌 화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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