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직접 기소했던 관련자 15명 셀프 사면

광범위한 사찰, 미행 등 반인권적 수단 동원

개인 경제적 약점 이용, 시민단체 후원 파악까지

압박받던 노동자 숨지자 부친 회유해 가족장 치르게

윤 대통령 ‘건폭 몰이’와 사면은 과연 공정한가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3. 4. 7.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성전자 서초사옥. 2023. 4. 7. 연합뉴스 자료사진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건폭몰이’를 하면서 기어이 양회동 열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윤석열 정권이 이번에는 ‘삼성 노조 와해’ 책임자들을 대거 사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이 누구를 위하고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내 보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8일 <한겨레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특별사면을 통해 삼성 임직원 15명을 사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삼성 에버랜드 및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으로 2021년과 2022년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을 기소했던 당사자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은 2018~19년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아 삼성 노조 와해 관련 임직원들을 대거 기소했다. 기소한 당사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사면을 해 준 사실상 ‘셀프 사면’인 셈이다. 기소할 당시 검찰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조 와해 작업”이라고 밝혔다.

삼성 노조 와해, 반인류적 행위 다수 적발

그런데 지난 14일 법무부는 광복절 특별사면 보도자료를 내면서 굳이 감출 필요가 없는 ‘삼성’의 이름을 숨긴 채로 “노조법 위반 등 사건 주요 임직원을 특별사면”하지만 “책임자급은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법원이 “삼성그룹 노사업무를 총괄했다”고 판단한 사건 당시 삼성 미전실 노사담당 임원(상무)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해 준 관련자들과 삼성이 벌인 노조 와해 공작이란 무엇일까? 삼성이 저지른 일 가운데는 감시와 사찰, 약점 잡아 괴롭히기 등 인간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들이 포함되어 있다. ‘굶어 죽으면 죽었지 시킨다고 먹고 살기 위해 이런 걸 하느냐’라고 생각되기까지 하는 반인륜적 행각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아래 기사에 언급된 노조 와해 공작은 공작의 전반적 양태를 기술한 것으로 이번 사면 대상자들의 혐의가 이 내용과 곧바로 대응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만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8.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일단 노조 탈퇴 전략의 이름부터가 ‘그린화 전략’이다. 1980년대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의 보안사가 무고한 대학생들을 징집해 프락치 활동을 강요하고 일부는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녹화사업’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시사in> 보도에 따르면 2011년 7월 12일 삼성노조가 설립되자 이로부터 6일 뒤인 7월 18일 조장희 부위원장을 징계해고한다. 징계 사유 중 하나는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조 부위원장은 6월 26일 ‘차량 번호판을 허위로 달고 다닌’ 현행범으로 체포된 적이 있었다. 사측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차량에 가짜 번호판을 달아 둔 것인데 이미 사측은 조 씨를 미행해 번호판을 갈아 끼우려고 한 사실까지 다 알고 있었다. 이는 삼성이 조 씨에 대해 광범위하고 집요한 사찰을 자행했다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 ‘문제인력 차량 확인 계획’은 24시간 감시체계를 암시할 수도 있다. 문제인력들에 대한 ‘순찰 원칙’이 있는데 ‘절대 차에서 내리지 않는다’ ‘확인만 한다’ ‘2인1조로 운영한다’ 등이다. 문제인력의 동선마다 차량을 배치해 놓고 실제 이 인물이 지나갔는지 파악해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취약점 고리로 노동자 장악하는 노예노동적 아이디어

개인의 경제적 약점을 파악해 이를 근거로 압박 대상에게 특정 행위를 강요하려 한 정황도 발견된다. 취약 노동자를 이탈하지 못하게 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노예 노동에서나 활용되는 아이디어를 삼성이 차용한 것이라는 의심도 가능케 한다. 에버랜드는 삼성노조 설립 1년 6개월 만에 조합원 전원을 징계하는 데 그중 조합원 김영태 씨가 있었다. 당초 징계 수위를 ‘강격’(직급강등)으로 검토하다가, 김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정직’으로 바꿨다. 그를 무급 상태로 바꾸는 것이 가장 주효한 압박 수단이라고 판단해 생활비를 벌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면 김 씨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경제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삼성이 어떻게 알게 됐는지, 혹시 금융 계좌 내역을 무단으로 본 것은 아닌지 등의 대목은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표적 감사’도 활용됐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수리 기사들의 작업기록을 분석해 ‘이상 데이터’를 발굴하고 문제가 발견된 4000명 가운데 노조 가입 인력 중심으로 감사 대상을 선정했다. 위장을 위해 비노조원 일부를 감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표적 감사’라는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의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종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의 노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세종대로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6.21. 연합뉴스

개인을 정밀하게 타격해 공략하는 삼성의 노조 와해 작전이 펼쳐지던 와중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두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2013년 최종범 씨, 2014년에는 염호석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씨는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염 씨도 유서에서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밝혔다. 염 씨는 노조장으로 치러달라고 유서를 남겼지만, 삼성은 경찰관까지 회유해 조력을 받아 시신을 노조로부터 빼돌려 서둘러 가족장으로 치렀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염 모 씨를 회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잠재적 노조 우호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연말정산 자료를 무단으로 열람해 ‘불온단체 기부금 공제 내역’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민족문제연구소, 향린교회, 통합진보당 등 진보 단체에 후원하는 직원을 잠재적 문제인력으로 본 것이다.

앞서 2004년에는 삼성SDI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위치추적 사실이 확인됐지만 형사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5년 삼성테크윈에서도 노조원 감시와 사찰 사실이 발각되기도 했다. 삼성이 반인권적 민간인 사찰을 일회성이 아니라 수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우라"고 밝혔다. 이후 경찰 등으로부터 압수수색과 관련자 구속 시도가 이어졌다. 이같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는 노동절이었던 지난 5월 1일 분신 사망했다.

만약 양회동 열사와 건설노조가 죽을죄를 지었다면 삼성 노조 와해를 계획하고 집행한 자들은 과연 이들과 비례한 법 집행을 받고 있는 것인가? 양 열사의 죽음과 삼성 노조 와해 책임자 사면은 윤석열 정권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금속노조는 "기업인이 노조를 파괴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권의 메시지를 남긴 것인가"라면서 "노조파괴 범죄자 양산을 도모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정권은 존재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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