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새 관세율 통보 뒤 엔 시세 2% 하락

15일 발표 미국 CPI 올라가면 1달러=148엔까지 하락

엔 약세 요인 2가지, 트럼프 새 관세와 금리

트럼프 관세 효과, 일본 GDP 1%p 하락 예상

미국 등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 어려워져

20일 참의원선거서 자민당 패배하면 엔 약세 가속

엔과 달러. 트럼프 대통령의 새 상호관세 통보로 일본경제 전망이 흐려지면서 엔 시세가 달러 등 주요국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엔과 달러. 트럼프 대통령의 새 상호관세 통보로 일본경제 전망이 흐려지면서 엔 시세가 달러 등 주요국 통화들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일본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 상호관세 통보가 일본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엔 시세가 달러 등 주요 통화들에 대해 전면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인상 관측도 후퇴하고 있어, 미국 물가 동향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조치를 늦출 경우 엔 약세가 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내다봤다.

엔 시세, 트럼프의 새 관세율 통보 뒤 2% 하락

14일 <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전인 1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 시세는 지난 9일에 이어 1달러=147엔대를 기록했다. 약 2주만의 엔 약세로, 지난 1주일간 시세 하락률은 2%나 됐다.

이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모든 일본제품에 겨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7일 통보 서한 공개에서 비롯됐다. 8월 1일부터 적용된다는 일본에 대한 새 상호관세율은 지난 4월 2일 트럼프 정권이 통보했던 24%보다 1%p 더 올라간 25%로, 그 동안 7차례에 걸쳐 진행됐던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정재생상의 방미 협상이 아무 소용 없었다는 평가를 낳았다.

 

7월 들어 1달러=143엔까지 올랐던 일본 엔 시세가 147엔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7월 들어 1달러=143엔까지 올랐던 일본 엔 시세가 147엔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주요국 통화들 대비 전면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 시세의 등락률(%). 막대는 각국 통화에 대한 하락률 수치. 맨 위부터 호주 달러, 미국 달러, 스웨덴 크로나, 중국 위안, 멕시코 페소, 스위스프랑, 노르웨이 크로네, 캐나다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유로, 뉴질랜드 달러, 영국 파운드 .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주요국 통화들 대비 전면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 시세의 등락률(%). 막대는 각국 통화에 대한 하락률 수치. 맨 위부터 호주 달러, 미국 달러, 스웨덴 크로나, 중국 위안, 멕시코 페소, 스위스프랑, 노르웨이 크로네, 캐나다 달러, 말레이시아 링깃, 유로, 뉴질랜드 달러, 영국 파운드 .  일본경제신문 7월 14일

다른 주요국 통화들에 대해서도 엔 하락

엔은 미국 달러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도 지난 7일 이후 연일 하락해, 1스위스프랑=185엔대라는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EU(유럽연합)의 유로에 대해서도 1유로=172엔대로 약 1년만의 엔 약세를 기록했다.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도 1파운드=199엔대 후반으로 고비선인 200엔에 육박해 올해 초의 사상최저치를 갱신했다.

주요국 통화그룹 ‘G10’ 중에 일본만 겨냥

7일 이후 이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새 상호관세 통보 ‘제1탄’은 일본과 한국 2개국과 튀니지,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12개국 등 모두 14개국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는데, 이들 나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10개 통화그룹인 ‘G10’에 해당하는 나라는 일본뿐이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은행의 와카바야시 도쿠히로 도쿄지점장은 “통보서한을 보면서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G10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만이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취한 나라로 도드라져 보였다는 것이다.

엔 약세 요인 2가지, 트럼프 새 관세와 금리

<닛케이>는 엔 약세 배경에 있는 요인을 2가지로 요약했다. 하나는 트럼프의 새 상호관세 통보가 일본경제에 가한 심각한 타격이다. 또 한 가지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 일본간의 금리차를 축소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일본 GDP 1%p 하락 예상

우선 일본경제에 대한 타격에 대해, 일본 노무라총합연구소는 미국 트럼프 정권이 새로 발표한 관세율 아래서 세계경제의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0.62%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GDP에 끼치는 영향은 마이너스 0.79%, 분야(품목)별 관세까지 감안하면 마이너스 1%가 될 것으로 노무라 연구소는 내다봤다.

수출이 정체되면서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경기 감속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쓰비시UFJ 모건 스탠리 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환전략가는 “시장은 (트럼프 정권과 관세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일본 경제가 입게 될 데미지(타격)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차 축소 어려워져

두 번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과 일본의 금리차를 축소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과 관련해, 일본 국내경기 감속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조기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 익일물(대출한 다음 날 결제되는 초단기 융자) 금리 스왑(OIS)시장을 포함한 연내 금리인상 확률은 지난 6월 말에는 60%였으나 새 관세율 발표 뒤인 지난 8일에는 약 40%로 내려갔다.

미국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세력의 달러에 대한 엔 매수 우위 폭(달러를 팔고 엔을 더 많이 사들인 규모)은 8일 시점에서 11억 6천만 달러로, 지난 4월 말에 비해 35%나 줄었다. 아오조라은행의 모가 아키라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깨진 영향이 커서 당분간은 10억 달러를 밑돌지 않을까”하고 전망했다.

추세로 자리잡은 엔 매도 분위기

같은 G10 통화인 캐나다달러와의 시세를 보더라도 뿌리깊은 엔 매도 압력이 눈에 띈다. 트럼프는 10일 합성마약 펜타닐 밀수 대책에 협력적이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캐나다 제품 수입에 8월 1일부터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에 제시한 25%보다 훨씬 더 높다. 트럼프의 그 발표 뒤 외환시장에서는 한때 1캐나다달러=106엔대 중반까지 캐나다달러 시세가 떨어졌으나, 금방 발표 전보다 더 강세를 회복해 캐나다달러 대비 엔 약세가 됐다.

미쓰비시UFJ은행의 이노 뎃페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적극적인 캐나다달러 매수가 아니라, 엔 매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발표 미국 CPI 올라가면 1달러=148엔까지 하락

향후의 일본 국내외 금리차 동향과 관련해 이번 주에 중요한 발표들이 있는데, 15일에 발표될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5월은 전 달에 비해 0.1%p 올라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관세 발동 전에 미리 조달한 재고가 남아 있는데다, 기업의 가격인상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것 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만일 6월의 CPI 수치가 시장 전망을 크게 상회할 경우 고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 재연 우려가 커질 것이다. 아오조라은행의 모가 수석 시장전략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관측이 후퇴하면서 1달러=148엔 정도까지 엔 시세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2025.6.23. 로이터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2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총리 관저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이시바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2025.6.23. 로이터 연합뉴스

20일 참의원선거서 자민당 패배하면 엔 약세 가속

오는 20일의 일본 참의원선거 투개표일을 앞두고 이시바 시게루 총리 내각의 지지율은 저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소비세 감세 등을 주장하는 야당세력이 의석을 늘릴 경우 재정규율이 완화돼 국채 증발 등을 통해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엔 매도 분위기가 이어지기 쉽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주요기업들의 2026년 3월기(1/4분기) 상정 엔 시세는 평균 1달러=143엔대였다. 전기(2025년 4/4분기) 실적 대비로 약 9엔의 엔 강세 예측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엔 시세가 하락하면, 그것은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 요인이 된다.

하지만 경기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요소도 있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개인 소비를 줄일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토추총합연구소의 다케다 아쓰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 약세가 지속되면 물가 상승을 막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실질임금이 늘지 않아 소비에는 상당한 악재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