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에 '무례한' 서한…"보우소나루 마녀사냥"

룰라 "브라질은 주권국…학대 용납 안 해"

"트럼프,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여겨"

네타냐후 비리 재판 취소·사면 촉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동맹국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무역 협상에서 막대한 경제적 양보를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젠 특정한 나라를 찍어 내정간섭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다자 오찬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다자 오찬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뉴스]

트럼프, 브라질에 50% '관세 폭력'
'내란 혐의' 보우소나루 재판 거론

그 시범 케이스가 브라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에 8월 1일부터 50%의 상호관세 적용을 예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4월부터 적용된 10%의 기본관세를 무려 40%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날 8개국에 비슷한 수준의 서한을 보냈지만, 브라질만 콕 집어 '관세 폭탄'을 경고했다.

터무니없는 관세 인상 규모도 문제지만, 더 황당한 건 인상을 결정한 사유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는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브라질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부분적으로 자유 선거에 대한 교묘한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브라질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부분적으로 자유 선거에 대한 교묘한 공격 때문"이라면서 내란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중지를 요구해 내정간섭 파문을 일으켰다. 공식 서한 전반부. 2025. 07. 09 [출처. 트루스 소셜 트럼프 계정] 시민언론 민들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브라질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부분적으로 자유 선거에 대한 교묘한 공격 때문"이라면서 내란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중지를 요구해 내정간섭 파문을 일으켰다. 공식 서한 전반부. 2025. 07. 09 [출처. 트루스 소셜 트럼프 계정] 시민언론 민들레

룰라에 보낸 '무례한' 트럼프 서한
"보우소나루 마녀사냥 끝내야"

룰라에게 보낸 트럼프의 서한도 "친애하는 대통령"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서한과는 첫 줄부터 완전히 달랐다. 2022년 대선에서 현 룰라 대통령에게 지고도 그 결과에 불복하고 불법 쿠데타를 기도한 혐의로 재판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신변 문제를 단도직입으로 따지고 나섰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룰라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3년 1월 8일 대규모 대선 불복 폭동을 벌였으며, 보우소나루가 폭도들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트럼프는 "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알고 만나왔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지도자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를 굉장히 존경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곤 "브라질이 재직 중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부터 매우 존경받는 지도자였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은 하나의 국제적 수치다"라면서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즉시' 끝내야 하는 '마녀사냥'이다"라고 썼다. 그야말로 브라질의 정치와 사법 체제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보우소나루 '불법 쿠데타 기도 사건'은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 여부에 대한 재판권을 가진 브라질 대법원에서 직접 심리 중이다.

 

9일 브라질 수도인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궁전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왼쪽)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뉴스]
9일 브라질 수도인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궁전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왼쪽)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뉴스]

룰라, 곧바로 관세 폭탄 맞대응 성명
"브라질은 주권국…학대 용납 안 해"

브라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 암살을 모의하고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을 장악한 뒤 '신질서' 수립을 위한 비상 기구 설치를 계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본인도 2020년 대선 불복, 2021년 극렬 지지자들의 1.6 의회 폭동 등과 관련해 여러 건 기소된 바 있어 현직 때 친밀하게 지냈던 보우소나루를 두둔해왔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몇 시간 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관세 폭탄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뒤 "브라질은 독립적 제도들을 지닌 주권 국가이며, 그 누구의 학대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우소나루 관련 재판은 "전적으로 브라질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식 항의에 나섰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날 개브리얼 에스코바르 미국 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보우소나루의 '대선 불복 쿠데타 기도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비난한 트럼프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선박에 적재 및 하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을 제시했다.2025.7.9. EPA 연합뉴스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선박에 적재 및 하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을 제시했다.2025.7.9. EPA 연합뉴스

"트럼프,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여겨,
브라질 경제·정치에 영향 있을 것"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를 이용해 외국의 형사 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그가 관세를 얼마나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지, 또 그 결과로 경제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사례"라고 논평했다. NYT는 급속히 악화하는 트럼프-룰라 갈등으로 특히 브라질의 경제와 정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NYT는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브라질의 2위 교역국"이라면서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관세를 철회하려면 보우소나루 기소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앞서 이틀 전인 7일 트럼프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의 불법 쿠데타 관련 재판을 "끔찍한 일" "마녀사냥"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격" 등으로 규정하고 "보우소나루를 내버려 두라"라고 썼다.

 

미국 백악관의 블루룸에서 열린 만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2025. 07 07 [UPI=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의 블루룸에서 열린 만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2025. 07 07 [UPI=연합뉴스]

트럼프, 타국 재판 개입 처음 아냐
네타냐후 비리 재판 취소 촉구도

이에 룰라는 브라질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자신의 'X'에 올린 성명을 통해 "브라질 민주주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몫이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그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맞섰다.

트럼프가 다른 나라의 재판에 '개입'한 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트루스 소셜에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비리 혐의 재판도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고 "비비(네타냐후)를 놓아주라"며 재판 취소와 사면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법원은 재판을 연기했다. 1월에는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콜롬비아 국적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지 않자 콜롬비아산 대미 수출에 25%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후 이를 50%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콜롬비아는 트럼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관세 폭탄'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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