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거 봐서 조정 가능하다'는 단서 달아
"대미관세 올리면 그만큼 추가 관세" 으름장
뉴욕 증시 급락하고 월가도 관세전쟁을 근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시한 이른바 ‘관세 서한’을 보내 이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기존의 7월 9일에서 8월 1일까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한국을 포함한 14개국 입장에선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를 연장받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역장벽을 완화하면 관세율 조정도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트럼프의 ‘관세서한’ 여파로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월가에서도 트럼프 관세전쟁에 대한 근심의 목소리들이 나온다.
9일부터 관세부과하겠다던 트럼프, 8월 1일로 연장해…한국으로선 시간 벌어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무역 관련 서한에서 “우리의 관계는 유감스럽게도 상호주의와 거리가 멀었다”면서 “2025년 8월 1일부터 우리는 미국으로 보낸 모든 한국산 제품에 겨우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이 관세는 모든 품목별 관세와 별도”라고 밝혔다.
이 서한은 이재명 대통령을 수신자로 지정했다.
관세율 25%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한국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상호관세 25%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뒤 한국에는 지금까지 기본관세 10%만 부과한 상태로 무역 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앞으로 한미간에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8월 1일이 되면 원래대로 25%를 부과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간 한국 정부는 90일 유예 기간 내에는 협상을 타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유예 기간 연장을 요청해왔는데 이번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계속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당초 오는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25% 상호관세의 관세율은 유지한 채 부과 시점을 뒤로 미룬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성실하게 임했다고 판단하고 상호관세율 25%를 관철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합의를 위해 사실상 협상 시간을 더 확보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의 첫 문장에서 "이 서한을 당신에게 보내는 것은 나에게 큰 영광이다. 서한은 우리 무역 관계의 힘과 이에 대한 헌신을 입증하고, 미국이 당신의 위대한 나라와 상당한 무역적자가 있는데도 한국과 계속해서 협력하기로 동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내고 있어 관세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의 무역 관계를 논의할 수 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으며 우리가 한국의 관세와 비관세(장벽), 정책과 무역장벽이 초래한 이런 장기적이고 매우 지속적인 무역적자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5%라는 숫자는 우리가 당신의 국가와 가지고 있는 무역적자의 차이를 없애는 데 필요한 것보다 턱없이 작다는 점을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주장했다.
또 “알다시피 한국이나 당신 나라에 있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제조하기로 결정한다면 관세는 없을 것이며 실제 우리는 인허가를 신속하고 전문적이며 정례적으로 해주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수주 내로 인허가를 해주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에 관세로 보복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이 한국의 (대미) 관세를 올리기로 결정한다면 당신이 관세를 얼마나 올리기로 선택하든 우리가 한국에 부과한 25%에 그만큼이 더 추가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피하려고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환적한 제품에는 25%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관세 서한을 보낸 국가는 14개국이다.
다른 나라에 보낸 서한도 한국에 보낸 서한과 내용이 대체로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말레이시아의 경우 상호관세가 원래 24%였는데 이날 서한에서 25%로 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상호관세가 30%로 변화가 없었고, 라오스는 기존 48%에서 40%로, 미얀마는 44%에서 40%로, 카자흐스탄은 27%에서 25%로 하향조정됐다. 캄보디아, 태국, 방글라데시, 세르비아, 인도네시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튀니지 등에도 서한을 보냈다.
무역장벽 완화하면 관세율 조정도 가능함을 시사한 트럼프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 조정이 가능함을 암시했다는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당신이 지금까지 미국에 닫혀 있던 무역 시장을 개방하고, 당신의 관세와 비관세(장벽), 정책과 무역 장벽을 없애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이 서한의 조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관세는 당신 나라와 우리의 관계에 따라서 위로든 아래로든 조정될 수 있다. 당신은 결코 미국에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협상의 여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상호관세 유예 연장을 요구해온 한국 정부는 남은 기간 협상에 진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서한으로 8월 1일까지 사실상 상호관세 부과 유예가 연장된 것으로 보고,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 남은 기간에 상호 호혜적인 협상 결과 도출을 위해 협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증시 일제히 하락, 월가도 트럼프 관세에 근심 늘어
한편 트럼프 ‘관세서한’으로 말미암아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3대지수 하락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서한 발송이 글로벌 무역 긴장 재고조 우려를 환기시키면서 벌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2.17포인트(-0.94%) 떨어진 44,406.36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9.37포인트(-0.79%) 하락한 6,229.9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8.59포인트(-0.92%) 내린 20,412.5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른바 ‘관세 서한’에 대한 월가의 근심도 커지고 있다.
시모어 에셋 매니지먼트의 팀 시모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7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현재의 실효 세율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고, 앞으로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14개국에 보낸 이른바 ‘관세 서한’ 공개 이후 나온 반응이다.
월가에서는 관세에 따른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내비쳤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전략가는 서한 공개에 앞서 발행한 고객노트에서 “미국은 곧 관세로 인해 경제 성장이 제한되고 물가는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앞으로 몇 달간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환경에 놓일 수 있고, 여름 동안 (주식시장) 성과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관세 시행 전에 발생했던 선주문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고, 구매력 감소로 소비 지출도 약화할 것”이라며 “현 관세 상황은 연초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현실화되기 보다는 협상용이라는 관점도 있다. 페퍼스톤의 마이클 브라운 전략가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엠바고에 준하는 초고율 관세를 감당할 의지가 없거나, 감당할 수 없거나, 아니면 둘 다라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오늘부터 발송되는 서한조차 상당한 꼼수를 부릴 여지를 남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유예가 만료되기 전에 서한이 발송될 뿐 아니라, 그 관세는 8월 1일이 되어서야 실제 발효된다”라면서 “이는 또 다른 ‘긴장 완화를 위한 긴장 고조’ 전략의 모든 특징을 갖추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중요한 건 일관성도, 신뢰도, 맥락도 없이 조변석개하는 트럼프식 관세전쟁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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