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뒤로 다가온 참의원선거, 극우 참정당 약진

“일본인 퍼스트” 참정당, 10석 이상 확보 예상

온라인 극우 사이트 선전·강좌 통해 정치기반 확대

천황제 부활, 외국인 노동자 유입 규제 주장

일본 극우화 주도층은 빈곤층 아닌 중하층

유럽 우경화를 뒤따라가는 일본, 그리고 한국?

지난 7월 2일, 참정당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가미야 소헤이 대표. "일본인 퍼스트"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아사히신문 7월 16일
지난 7월 2일, 참정당 당수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가미야 소헤이 대표. "일본인 퍼스트"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아사히신문 7월 16일

닷새 앞으로 다가온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집권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위태로운 판세로 가고 있다는 관측들이 많다. 일본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은 3년만에 6년 임기의 참의원 절반(정원 248석 중 도쿄 보궐선거 비례구 1석 포함 125석)을 개선하는 이번 참의원선거 종반전인 지금 연립여당이 비개선 의석수 75석을 포함해 전체 과반인 125석을 획득하기가 “미묘한 정세”라고 보고 있다. 과반 미달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 66석을 개선해야 하는 연립여당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비개선 75석에다 개선 대상 66석 중 16석을 잃고 50석만 얻어도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이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 퍼스트” 참정당, 국민민주당 약진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고전은 제4당인 국민민주당과 신생 정당인 참정당의 약진과 대비된다. 이들 두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 각기 10석 이상을 더 늘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입헌민주당(제2당)과 함께 예전의 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당으로 상대적으로 우파적 색채가 강하다. 5년 전인 2020년 4월에 창당한 참정당은 “일본인 퍼스트”를 외치는 극우정당이다.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 극우 트럼프주의자들을 연상시킨다. 참정당은 2022년 참의원선거 때 비례구에서 176만 표를 얻어 처음으로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참의원에 당선된 참의원 의석 1석 정당이다.

따라서 온건 우파 내지 보수우파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그들보다 더 오른쪽인 우익 국민민주당과 극우 참정당에 의석을 빼앗기는 형국이 됐다. 특히 신생 참정당으로서는 대약진이다. 선거유세 과정에서도 가장 지지세가 높고, 기부금 등 정치자금 모금액도 야당을 통털어 압도적으로 많다. 한마디로 일본 사회와 정치판에 극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참의원선거 결과 예상되는 각 정당들의 의석확보수. 지금 4석인 국민민주당은 최대 20석, 1석인 참정당은 최대18~19석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제1당인 자민당은 50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미묘한" 판세다.   일본경제신문 7월 16일    
이번 참의원선거 결과 예상되는 각 정당들의 의석확보수. 지금 4석인 국민민주당은 최대 20석, 1석인 참정당은 최대18~19석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제1당인 자민당은 50석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미묘한" 판세다.   일본경제신문 7월 16일    

중참 양원 야대여소면 퇴진압박 커질 이시바 총리

만일 지금의 예산 판세대로 자민·공명이 참의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참의원에서마저 야대여소로 전락한다면, 지난해 10월 중의원선거에서 대패해 야대여소가 된 연립여당이 중참 양원 모두 야대여소가 돼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 요구가 자민당 안팎에서 거세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자민당의 장기집권 구도마저 무너지는 흐름이 조성될 수도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참 양원에서 여당이 과반의석 미달일 경우 야당들이 이념을 떠나 정권교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결속할 경우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 1993년의 자민당 정권 붕괴와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정권 탄생이 그런 경우다. 그럴 정도로 자민당은 지속적으로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온라인 극우 사이트 선전, 강좌 통해 정치기반 확대

참정당은 5년 전에 현재 대표직을 맡고 있는 가미야 소헤이, 그리고 중의원 의원으로 일본유신회(제3당) 등에서 활동한 마쓰다 마나부 등 5명의 극우 정치인들이 만든 정당이다. 대표 가미야는 2007년에 오사카 스이타 시 의회 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2012년의 중의원선거에 자민당 공천을 받아 오사카 13구에 입후보했으나 낙선했다.

그 뒤 그의 정치활동은 인터넷을 통한 극우 선전활동 중심으로 펼쳐졌다. ‘학교와 매스미디어에서는 들을 수 없는 정보’를 앞세운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들을 만들었고 2018년에는 온오프 강좌 ‘이시키가이카쿠대학’을 시작했다. ‘이시키가이카쿠’는 ‘의식개혁’(意識改革)이다. 대중 상대의 극우 국수주의 의식교육을 맹렬히 펼친 것이다. 그 주제들은 “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면의 힘’ 알아보기” “야마토(일본) 정신 부활···우주의식의 각성” “히틀러는 정말로 거악(巨惡)이었나” “유전자가 기뻐하는 식사와 마인드셋” 등 역사와 건강, 의료, 정신세계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이들 다양한 온라인 사이트나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끌어들인 사람들을 횡적으로 연결해 급속하게 지지기반을 확대했다. 약진세를 보이고 있는 이번 참의원선거 판세를 보면, 그의 그런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가미야가 처음 참의원 비례구에서 의석을 획득한 2022년 참의원선거 때 참정당은 가미야가 편저자로 돼 있는 책 <참정당 Q&A 북 기초편>에서 “막대한 이익 획득을 목적으로 한 저 세력이 코로나 팬데믹 공포를 과잉 부채질하기 위해 열심히 마스크 착용을 호소했다”고 주장했으며,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내세우기도 했다. ‘저 세력’이란 “유대계의 국제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한 복수의 조직에 대한 총칭”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들이) 구미(유럽과 미국=서방)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수백년 전부터 일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주장도 책에 들어 있다.

트럼프주의자들의 ‘딥 스테이트’ 음모론도 활용

지난 5월 말에 가미야 대표는 유튜브 채널에 “지배층들의 음모에 종언”이라는 타이틀로 극우 저널리스트 야마구치 노리유키와의 대담을 내보냈는데, 미국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딥 스테이트’(그림자 정부)를 자주 거론하면서 정계와 재계의 특권게층과 언론매체가 비밀리에 사회를 조종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펼쳤다.

“국가와 지역,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자존사관 교육”을 강조하고 “외국자본의 기업 및 토지 매수를 어렵게 만드는 법률 제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들은 미국 극우뿐만 아니라 12.3 계엄선포 이후의 내란 선동과 서울 서부지법 습격사건, 대선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한국 극우세력의 주장이나 행태와도 닮아 있다.

 

천황제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참정당의 '신일본헌법' 구상안.   아사히신문 7월 15일
천황제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참정당의 '신일본헌법' 구상안.   아사히신문 7월 15일

천황제 부활, 외국인 노동자 유입 규제 주장

이런 극우적 선전선동으로 비례구에서 176만표를 모은 참정당은 처음으로 가미야를 당선시켜 참의원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원내 진출 뒤 가미야는 비판세력에 발목을 잡힐 수도 있는 위험한 극우 주장들을 일부 제거하고 관련 인사들도 당에서 몰아냈다. 예컨대 지난번 참의원선거 때 대표를 맡고 있던 마쓰다 마나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살인무기”라는 주장을 배척하고 그를 쫓아낸 뒤 자신이 대표직을 차지했다. “밀가루는 전전(태평양전쟁 이전)의 일본에는 없었다”는 주장을 펼친 다른 공동대표 등 간부들도 출당시켰다.

“일본인을 풍족하게 키우고 지켜내자”

그와 참정당의 극우적 면모는 외국인 노동자 배척과 천황제 부활 주장에서 도드라진다. 지난 6월 실시된 도쿄도 의회선거에서 참정당은 3석을 얻어, 지금 국회의원 5명(중의원 의원 포함)과 151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일본인을 풍족하게” “일본인을 지켜내자” “일본인을 키우자” 등 3개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전국 45개 선거구 모두에 후보를 내고 비례구에도 10명을 후보로 내세웠다. “일본인 퍼스트”다.

이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 수입 제한 및 관리를 강화하고, 역사와 문화에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교육”, “전통적인 가족관” 지키기와 선택적 부부 별성 반대(남편 성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 동성혼 반대, 감세와 사회보험료 삭감 등 전형적인 극우 선거전략들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천황을 “원수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존재로, 그리고 국민이 아니라 국가가 “주권을 가진다”고 명기하는 개헌을 주장하고, 일본국민의 요건으로 “일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는 것을 기준으로,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도 넣었다. ‘대동아전쟁’(태평양전쟁) 당시의 군국주의 일본 천황제로 되돌아가자는 주장과 다를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극우 참정당에 쏠리는 돈

이런 참정당에 돈이 쏠리고 있다. 2023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까지 참정당 본부와 지부 수입은 모두 약 20억 엔(약 180억 원)이며, 그 중에서 약 30%인 5억 5천만 엔(약 49억 5천만 원)이 ‘사업 수입’이었다. 이 사업 수입은 제2당인 입헌민주당(약 1억 6천만 엔), 제4당인 국민민주당(약 1억 1천만 엔)보다 훨씬 많았다. 이밖에 굿즈 판매와 타운 미팅 등 학습회 참가비 수입들도 적지 않았다. 당원 회비(당비)도 약 4억 5천만 엔(약 40억 5백만 원)으로 입헌민주당이나  국민민주당의 그것을 압도했다.

선거기간에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모금도 했는데, 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5월 17일에 시작해서 7월 8일까지 1억 6천만 엔(약 14억 4천만 원)을 넘겼다.(<아사히신문> 7월 16일)

일본 극우화 주도층은 빈곤층 아닌 중하층

이와 같은 일본사회의 극우화에 대해 엔도 겐 도쿄대 교수(국제정치)는 “(자신들은) 땀 흘려 일하고 있는데 임금은 올라가지 않고,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는 더욱 확대, 고착돼 살아가기도 힘들다는 사람들의 불만이 투영돼 있다”면서, 그들 사이의 배타적인 외국인 배척 풍조는 주요 정당들이나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엔 관심이 없고 외국인들 사정만 보고 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감정이나 생각은 빈곤층이라기보다 주로 중하층(lower middle)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 퍼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일본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수천만 명에 이르며, 정치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엔도 교수는 말했다. “그들 계층에 포퓰리즘 마그마가 스며들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 삶 개선과 무관한 ‘정치적 올바름’ 거부

“노동자들인 중하층 사람들은 원래 좌파계 리버럴(자유주의, 진보적) 정당도 일부 포용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리버럴이 주장하는 환경보호와 소수자 권리 옹호 등 ‘정치적 올바름’을 표방하는 정책이 결국 자신들의 생활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리버럴 정당이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그들은 갖고 있다.” 엔도 교수의 이런 생각은 한국사회의 극우화 내지 극우세력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을 경제면과 문화면에서 좀 더 살펴 보면, 경제면에서 중하층의 다수는 정규직을 갖고 있으나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낸 세금이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지 않는 빈곤층이나 외국인 지원에 쓰이고 있다는 생각 또는 상상을 하며 위기감을 갖게 된다.

문화면에서 중하층은, 일본 거주 외국인들 수가 늘고, 일본으로 오는 여행자들이 많아지면서 일본이 외국인들에 점령당하고 있고 자신들의 나라가 아니게 돼버린 것처럼 느끼게 된다. 결국 초조감을 갖게 되면서 여유가 없어지고 공격적으로 변한다.

유럽 우경화를 뒤따라가는 일본, 그리고 한국?

그러나 실은 일본 거주 외국인은 1억 2천만의 일본인구 중에 극소수인 37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고, 그들 대부분은 일본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노동력으로 세금도 충실히 내고 있어서 기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그들에 대한 중하층의 배타적 극우행태는 잘못된 이미지의 비약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앤도 교수의 진단이다.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 유입이 늘면서 주택과 병원, 학교 사정이 악화된 데서 비롯된 영국의 브렉시트 운동 등에서도 보듯 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사회의 지금 극우적 행태들은 선행한 유럽 또는 서방의 뒤를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엔도 교수는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참정당의 약진은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나 프랑스의 극우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의 ‘이탈리아의 형제들’ 등 북유럽마저 오른쪽으로 기울고 있는 유럽 우경화의 유사판 내지 동조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각의 최근 극우화 현상도 그런 맥락에서 살펴 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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