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선거 결과, 중의원에 이어 또 여소야대
이시바 총리 계속집권 의지 밝혔으나 전망 불투명
엔 약세 기조 1달러=155엔 전망도
여당 자민·공명 19석 잃어 과반 3석 미달인 122석
극우 참정당, 우익 국민민주당 각각 13석씩 늘려
정국 불안정+재정(부채)확장+대미 관세협상이 악재
20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목표로 삼았던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 압박 속에 정국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엔 시세가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민·공명 연립여당 19석 잃어 122석
58・51%로 지난 산거 때보다 다소 높은 투표율을 보인 이번 선거 결과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47석을 얻어, 기존 비개선 75석을 포함해 122석을 확보하는데 그쳐 참의원 정원 248석의 과반인 125석에 3석이 모자라는 여소야대 형국이 됐다. 지난해 10월 중의원선거에 이어 참의원마저 여소야대가 된 ‘대패’였으나, 이미 예상됐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패배여서 투기세력들이 한때 엔 매수에 나서 엔 시세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으나 곧 약세로 돌아섰고, 정국 불안정과 더불어 재정 악화, 순조롭지 못한 미국과의 관세협상 영향 등으로 앞으로 엔 시세가 1달러=15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극우 참정당, 우익 국민민주당 각각 13석씩 늘려
연립여당은 이번 선거 개선대상 의석인 66석에서 16석을 잃고 50석만 얻어도 과반인 125석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19석을 잃어 이시바 총리가 “필수 목표”로 내건 그 125석 확보에도 실패했다. 자민당 참의원 총의석은 선거 전 114석에서 선거 뒤 101석으로 13석 줄었으며,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27석에서 21석으로 6석이 줄었다.
제2당인 입헌민주당은 38석으로 기존 의석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제3당이 된 우파적 성향의 국민민주당은 기존 9석에서 22석으로 13석이 늘었고,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운 극우 참정당도 기존 2석에서 15석으로 13석이 늘었다. 우파인 일본유신회도 17석에서 19석으로 2석 늘었으나 공산당은 11석에서 7석으로 4석 줄었다. 사민당은 기존 2석을 유지했다.
이시바, 제1당 유지 강조하며 계속 집권 의지
이시바 총리는 이런 선거 결과에도 비교 제1당으로서의 지위는 유지하고 있다며 계속 집권 의지를 보였다. 그는 이날 계속 총리직을 유지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뒤 미국과의 관세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가에 대한 책임, 그리고 비교 제1당 의석을 부여받은 것에 대한 책임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계속 집권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럴 경우 과반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연정 범위를 확대해야 하는데,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등 야당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 자민당 내의 일부 퇴진요구와 함께 그의 집권 연장 여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 유신회 등 야당 부정적
자민·공명 연립여당과의 연합확대 문제와 관련해 입헌민주당의 노다 야스히코 대표는 21일 “기본적인 합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대연립은 있을 수 없다. 국민이 노(NO)라는 의사표시를 한 쪽과 손잡을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도 “과연 (이시바 총리의 계속집권이) 가능한가. 당 내 정국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연정을 확대해 집권을 계속하려 할 경우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를 연정에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당인 자민·공명과 국민민주당은 지난해 중의원선거 이후 ‘103만 엔의 벽’과 가솔린 세율 폐지 등을 둘러싸고 협의를 계속해 왔으나 다마키 대표는 “이시바 정권과는 기본적인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103만 엔의 벽’은 연간 총 급여수입이 103만 엔을 넘을 경우 103만 엔까지만 세금 공제대상에 넣고 추가수입은 공제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인데, 국민민주당은 그 공제 상한선을 103만 엔보다 더 높이자고 주장하는 등 감세 쪽을 주장해 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정부 재정적자(부채)를 안고 있는 일본 집권당인 자민·공명은 국채발행 등 재정(부채)확장으로 이어질 감세에 난색을 표해 왔다.
올해 정부의 예산안에 찬성한 오사카 지역 기반의 일본유신회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도 자민·공명과의 연립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시바 탓만으로 돌릴 수 없는 자민당 사정
연정 확대가 어려워질 경우 자민당 내에서도 이시바 총리(자민당 총재) 퇴진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에서 연속으로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고도 정권 유지에 성공한 자민당 총재는 이제까지 없었다. 이시바 정권은 지난해 도쿄도 의회선거에서도 야당에 패배했다. 그럼에도 자민당의 이런 연패를 이시바 총리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정이 있다. 아베 신조 정권 때 불거진 불법 선거자금 모금 문제로 자민당은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을 받아 지지율이 급감했으며, 절대 총리가 될 수 없다고 했던 비주류 이시바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되고 총리가 된 것부터 그런 어려운 자민당 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게다가 자민당에서 이시바 총리 외에 당장 내세울 만한 확고한 대타가 없는 상황에서 그를 쉽게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농림수산상에 임명돼 ‘쌀 문제’를 진정시킨 고이즈미 신지로가 물망에 오르기도 하나 경륜 및 경험 부족으로 당장은 어렵다는 관측들이 많다.
엔 시세 1달러=155엔 전망도
이번 선거 결과 자민당의 연속 선거 패배로 이시바 총리 거취문제를 포함해서 정국 전망이 불투명해진데다, 만일 연정 확대로 감세를 주장해 온 야당 국민민주당이 연정에 참여할 경우 재정 확대(국채 발생 등에 따른 정부부채 확대)와 전망이 밝지 않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등으로 엔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엔이 약세 기조로 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21일의 오세아니아 외환시장에서 엔 시세는 한때 1달러=147엔대 후반에 거래돼 지난 주 말의 1달러=148엔대 후반보다 약 1달러 오르는 강세 움직임을 보였으나 곧 148엔대 전반으로 떨어졌다. 이런 일시적인 엔 매입(엔 강세)에 대해 외환거래 전문인 ‘SBI FX 트레이드’의 경영고문 사이토 유지는 “여당이 대패한 것은 틀림없지만, 의외의 패배는 아니었다. 투기세력 주도로 일단 매수세 움직임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본의 휴일인 21일은 일부 해외 투자자를 제외하고는 시장 참여자가 제한됐기 때문에 “엔 시세가 어떻게 될지는 내일(22일) 가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엔 약세의 2가지 이유 중 첫째는 야당의 감세 주장
이런 상황에서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은 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2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야당의 감세 주장. 이번 참의원선거에서는 야당 제1당인 입헌민주당이 정부 지원금(2만 엔)에 덧붙여 식료품의 소비세에 부과되는 경감세율 8%도 한시적으로 없애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번에 약진한 우파 성향의 국민민주당과 극우 참정당도 소비세 감세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참 양원에서 소수 여당이 돼 법안이나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이들 야당과 협력할 수밖에 없게 된 연립여당으로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확장적인 정책을 요구하는 야당에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미쓰이 스미토모은행의 우노 다이스케 수석 전략가는 “재정확장이 현실감을 더해가고 있고 ‘나쁜 금리 상승’도 의식되기 쉬운 상황이다. 초기 움직임은 엔 매수로 움직였으나 서서히 1달러 150엔을 향해 엔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에는 40년물 국채 입찰을 앞두고 있어서 재정확장에 대한 우려를 채권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상품거래위원회(CFTC)가 공표하는 투기세력(비상업 부문)의 달러에 대한 엔 매수 우위 폭은 여전히 높은 상태지만, 후쿠오카 파이낸셜 그룹의 사사키 도루 수석 전략가는 “재정지출 확대는 결국 국채 평가절하로 이어진다. 장기적인 엔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엔 매입 포지션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경우에는 1달러=155엔 정도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악재는 트럼프 고관세, 그리고 정국 불안정
또 한 가지 악재는 미국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예고된 8월 1일 상호관세 발동일 이전에 25% 관세 철폐나 완화 쪽으로 합의하고자 하나 “일본에 유리한 조건으로 타결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소니 파이낸셜그룹의 애널리스트 모리모토 준타로)는 관측이 많고, 고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어 엔 매도, 약세 쪽에 압력이 걸려 있다.
재정과 관세 영향으로 인한 엔 매도를 경계하는 시장 관계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정국 안정이지만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이시바 총리는 집권 계속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나 자민당 내에서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스미토모은행의 우노 전략가는 “중참 양원에서 소수 여당이 된 이상 임시국회에서 불신임안이 제출될 가능성도 있다. ‘결정할 수 없는 내각’ 아래서 정국이 유동적이기 십상이다”라고 말했다. 정국의 행방이 분명해질 때까지 긴박한 시장동향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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