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정상들 "평화 핵시설 의도적 공격"

이스라엘 무자비한 가자 학살에 "심각한 우려"

트럼프 무차별 관세 인상 "글로벌 무역 위협"

중대한 국제정치 현안에 독자적 목소리 눈길

브라질 룰라 "브릭스, 비동맹 운동 상속자"

 

이 위성 이미지는 Maxar Technologies에서 제공했으며, 2025년 6월 29일자다. 사진은 이란 중부 쿰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포르도 연료 농축 단지의 전체적 모습을 보여준다. [AFP=연합뉴스]
이 위성 이미지는 Maxar Technologies에서 제공했으며, 2025년 6월 29일자다. 사진은 이란 중부 쿰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포르도 연료 농축 단지의 전체적 모습을 보여준다. [AFP=연합뉴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선제공격과 뒤이은 미국의 핵 시설 폭격을 두고 서방 주요 7개국 그룹인 G7과 비서방 신흥경제국 그룹 브릭스(BRICS)의 대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G7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 3일 뒤인 지난달 16일 캐나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에 자위권이 있음을 확인한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은 피해자인 이란을 "역내 불안정과 테러의 주된 근원"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분명히,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G7 정상의 두둔에 힘입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닷새 후인 21일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시설을 '벙커버스터 GBU-57'로 타격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6일 브릭스 개막식에서 올해 의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7. 06 [EPA=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6일 브릭스 개막식에서 올해 의장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7. 06 [EPA=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이란 침공' 놓고
서방 G7과 브릭스 극명하게 대조

그러나 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막된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름을 '명기'하진 않았지만, 공동성명을 통해 "2025년 6월 13일 이래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군사 공격들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아가 우리는 민간 인프라와 평화적 핵시설들에 대한 의도적 공격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한 감시 속에 있는 이란의 "평화적 핵시설들"에 대한 군사 공격들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로이터, AFP의 보도다.

'신흥경제국' 모임이면서도 브릭스가 미국·유럽 등 서방 진영과 일정하게 선을 그으며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같은 중대한 국제정치 현안에 본격적으로 독자적 목소리를 낸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서방의 눈치를 살피며 소극적이었던 몇 년 전과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현재 브릭스 회원국은 원년 멤버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작년과 올해 가입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다. 브라질 정부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의 인구는 전 세계 절반을 넘고, 달러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경제의 약 39%에 달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희토류 광물 매장량의 약 72%, 원유 생산량의 43.6%를 점유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연합 정상회의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5.6.16. AFP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연합 정상회의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5.6.16. AFP 연합뉴스

브릭스 "평화 핵시설 의도적 공격…규탄"
알자지라 "테헤란의 외교적 승리" 논평

이 같은 브릭스 정상들의 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알자지라는 "나탄즈와 포르도, 이스파한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 정점을 찍은 12일간의 이스라엘 폭격 작전 이후 (중동) 지역과 세계에서 제한적인 지지를 얻는 데 그쳤던 테헤란의 외교적 승리"라고 논평했다.

이란의 압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은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 핵시설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은 NPT와 함께 2015년 이란의 평화적 핵 프로그램을 합의에 따라 승인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231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의 평화적 핵시설을 공격함으로써 이런 침략에 뒤이은 미국의 개입을 보면 이스라엘의 대이란 전쟁에 미국 정부가 전면적으로 공모하고 있다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호송차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기동하는 모습. 2025. 07. 05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호송차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기동하는 모습. 2025. 07. 05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극에 "심각한 우려"
브라질 룰라 "브릭스, 비동맹 운동 상속자"

브릭스 정상들은 또한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당사자들이 선의를 갖고 추가적 협상들을 통해 즉시 영구적이고 무조건적 휴전을 성사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자와 다른 점령지들에서 이스라엘군의 전면적 철수"를 요구했다. 2023년 10.7 하마스 기습공격에 대한 보복을 한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은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해 가자에서 최소 5만7418명이 숨졌고 이들은 대부분 민간인이다.

공동성명에서 확인된 브릭스 정상들의 이런 목소리들은 '글로벌 사우스'(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의 개도국, 저소득국)에 미치는 영향도 자못 크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브릭스는 비동맹 운동의 상속자다. 다자주의가 공격받는 상황에서 우리의 자율성이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중동 전쟁 실패를 거론하며 "국제 거버넌스가 21세기의 새로운 다극적 현실을 반영 못 한다면, 이를 현대화하는 데 브릭스가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과 중동과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긴장 속에서, 브릭스는 기존 5개국에서 10개국으로 확장된 후 처음으로 6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2025. 07. 06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 전쟁과 중동과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긴장 속에서, 브릭스는 기존 5개국에서 10개국으로 확장된 후 처음으로 6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정상회의를 열었다. 2025. 07. 06 [EPA=연합뉴스] 

트럼프의 무차별적 관세 인상 비판
공동성명에 트럼프 명시하진 않아

이와 함께 브릭스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인상한 관세"가 "글로벌 무역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공동성명 자체에 트럼프를 명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브릭스의 첫 10개국 정상회의에 대해 로이터는 "G7과 G20 같은 포럼들이 분열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괴적인 '아메리카 퍼스트' 접근법에 발목 잡힌 상황에서, 브릭스의 확장은 외교적 조율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한 브라질 외교관은 "G7이 여전히 막대한 힘을 집중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지배력을 더는 갖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집권 후 12년 연속 회의에 참석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쟁 중인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가자전쟁 휴전 협상 중재 중인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불참했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참여해 성황을 이루진 못했다. 2026년 브릭스 정상회의는 인도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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