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팀은 '관세율 11%'…트럼프 '20%'로 일방 발표
"30년 넘는 베트남의 대미 신뢰에 큰 타격"
"베트남 반응은 놀라움과 실망, 분노였다"
"트럼프 행태에 대한 베트남의 좌절 반영"
"믿음직한 파트너로서 30년 넘게 구축해온 미국에 대한 베트남의 신뢰에 큰 타격을 줄 것이 확실하다. 오로지 미국 대 중국의 영향력의 관점에서 본다면 여기에서 중국이 이득을 볼 것이다."
스콧 마르시엘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10일 미국과 베트남협상팀이 관세율 11%로 협상을 사실상 '타결'했는데도, 막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이를 20%로 올려 통보한 것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고 미국의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협상팀은 '관세율 11%'…트럼프 '20%' 발표
폴리티코는 양국 관세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매우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여겼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돌연 관세율을 인상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트루스 소셜에 양국 간 '기본 합의'가 타결됐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베트남산 수출품에는 20%의 관세(4월에 유보됐던 46%에서 인하)가 부과되며, 제3국 산 제품에는 40%의 관세가 적용된다. 그 대신, 베트남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며, 미국 상품에는 '제로 관세'가 적용된다고 되어 있다.
그 합의는 트럼프는 4월 한 인터뷰에서 200건의 합의를 타결했다고 주장한 이후 트럼프의 '상호 관세' 위협을 피하려고 체결한 바로 두 번째 합의였다.
폴리티코는 "이는 베트남 전역에 충격파를 던졌다. 베트남 협상단은 실제로 20% 관세율에 합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관세율이 11% 안팎이 될 걸로 믿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 관세 협상에 관여하지 않았던 베트남의 또 럼 공산당 서기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무시하고 거의 두 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베트남 반응은 놀라움과 실망, 분노였다"
이에 심지어 일부 미국 측 인사들도 놀랐다는 게 폴리티코의 보도다. 베트남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일해온 워싱턴D.C.의 한 로비스트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모두의 허를 찔렀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반응은 "놀라움과 실망, 그리고 분노였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연구소 부회장은 "당신이 타결지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입장을 바꿔 그냥 조건을 변경한다는 건 훨씬 더 불확실성을 키운다"면서 "이 경우엔 그(트럼프)가 베트남의 동의 없이 일방적이고 공개적으로 그렇게 해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현재 어느 쪽도 관세율들을 담은 최종 합의 문서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어느 나라도 합의를 공식으로 승인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더 높은 관세율이 언제 발효될지, 아니면 발효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2일 트럼프가 합의했다고 발표한 '관세율 20%'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로 양국이 합의에 도달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행태에 대한 베트남의 좌절 반영"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는 무역 협상 진행 속도에 초조해하고 있다. 전 세계 국가와의 포괄적 무역 협상 과정이 "힘든" 것임을 인정하고 대신, 각국에 서한을 보내 일방적으로 관세율을 설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게 그걸 말해주고 있다. 트럼프는 8일 백악관에서 "나는 당신들이 서한은 거래라는 점을 알길 원한다. 우리는 200개 나라와 만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트럼프가 SNS를 통해 관세율을 발표한 이후 공개적인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주장한 '7월 2일 합의'에 대한 베트남 국영 언론 보도엔 '합의된 관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 대신 트럼프와 럼의 통화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호혜적 무역 협정에 대한 공동 성명"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공동 성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가 이번 주 필리핀 20%를 포함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 8월 1일부터 발효될 새로운 관세율을 제안했지만, 베트남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에 폴리티코는 "원래의 합의를 벗어난 트럼프의 행태에 대한 베트남의 좌절을 반영하는 듯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기본 합의를 발표한 그날 자체 입수한 공동 성명 초안 사본에는 베트남 수입품에 대한 미국 관세의 "대폭 인하"를 포함해 베트남에 더 유리한 무역 조건이 개략적 내용이 담겼다.
"베트남전 이후 재건해온 외교관계 훼손"
폴리티코는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급증하는 상업적 관계는 물론, 베트남 전쟁 이후 수십 년간 재건해 온 외교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아시아 외교관은 "다른 나라들도 합의된 관세율의 막판 변경을 인지하고 서로 논의 중이며, 제멋대로 관세 위협을 바꾸는 트럼프와의 협상을 지속하는 데서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해리 브로드먼 전 USTR 보좌관은 "대통령이 그렇게 하는 건 협상단의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며, 다른 국가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X국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는데, Y국가가 거래를 타결했다가 나빠진 것을 봤다면, 그들은 '왜 당신과 시간을 보내야 하고, 우리가 여기서 합의한 것이 최종 거래가 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라고 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관리국에 따르면, 2001년 양자 무역 협정을 체결한 이후 양국 간 무역액은 2002년 29억 달러에서 2022년 1390억 달러 넘게 급증해 베트남은 미국의 6위 수입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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