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브라질 보우소나루 쿠데타 '옹호'
"정치적 반대자 공격…마녀사냥 지켜볼 것"
룰라 "브라질은 주권국가…간섭 용납 안 해"
트럼프 "브릭스의 반미 동조하면 추가 관세"
룰라 "세계 변해…우리는 황제 원치 않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트럼프 관세'와 비서방 신흥경제국 그룹인 브릭스(BRICS)의 독자 행보를 놓고 다투다가 급기야 브라질 내정 문제를 둘러싼 싸움으로 비화됐다.
트럼프 "브릭스 반미 정책 동조하면
누구에게든 추가로 10% 관세 부과"
갈등의 발단은 당연히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과 그것을 위한 고율의 보복 관세 부과 추진이다. 이에 올해 의장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브릭스 10개 회원국이 일요일인 지난 6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제17차 정상회의를 열고 트럼프를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인상한 관세"가 "글로벌 무역을 위협한다"고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더구나 B2 전략폭격기와 벙커버스터 폭탄을 동원한 지난달 21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정점을 찍은 12일간의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침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 학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자화자찬해온 트럼프를 자극했음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브릭스의 '반미 정책'(Anti-American Policy)에 동조하는 나라는 누구에게든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이 정책에 예외는 없다"라고 썼다. 앞서 지난 2월 트럼프는 브릭스가 글로벌 무역에서 미국 달러화의 역할을 해치고자 한다면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브릭스 회원국은 원년 멤버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작년과 올해 가입한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다.
브라질 룰라, 시대착오적 트럼프 비판
"세계 변해…우리는 황제 원치 않는다"
이렇듯 브릭스 정상들에 즉각적 경고를 날린 걸 보면, 트럼프가 서방 주요 7개국 그룹인 G7의 그늘에서 벗어나 날로 독자적 목소리를 높이는 브릭스의 이번 정상회의를 예의주시했던 모양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릭스가 미 국익을 훼손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이 브라질에서 진행된 브릭스 정상회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고 러시아 반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튿날인 7일 룰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규모 국가의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를 위협하는 건 그다지 책임 있고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그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는 변했다. 우리는 황제를 원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룰라는 "경제적 관점에서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조직하길 원하는 일군의 나라들이 있다"며 "사람들이 브릭스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사람들은 주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며 "그(트럼프)는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우리는 주권국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브라질 보우소나루 쿠데타 '옹호'
"정치적 반대자 공격…마녀사냥 지켜볼 것"
이렇듯 룰라가 호락호락하지 않자, 트럼프는 돌연 이슈를 브릭스의 '반미 정책'과 '10% 추가 관세 부과' 위협에서 브라질 내정 문제로 바꿔 버렸다. 트럼프는 이날 장문의 트루스 소셜 포스팅을 통해 2022년 현 룰라 대통령에게 패한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불법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재판받는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선 것이다.
브라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 암살을 모의하고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을 장악한 뒤 '신질서' 수립을 위한 비상 기구 설치를 계획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불복, 2021년 극렬 지지자들의 1.6 의회 폭동 등과 관련해 여러 건 기소된 바 있어 현직 때 친밀하게 지냈던 보우소나루를 두둔하고 있다.
포스팅에서 트럼프는 브라질이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밤낮으로 쫓아다니며 "끔찍하게" 다루고 있다고 비난하고 "그는 국민을 위해 싸운 죄가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를 "자기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강한 지도자이자 매우 터프한 무역 협상가"라고 추켜세운 뒤 "그의 (2022년) 선거는 박빙이었고 지금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룰라 '갈등'…미국의 내정 간섭 비화
룰라 "브라질은 주권국가…간섭 용납 안 해"
특히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의 불법 쿠데타 재판에 대해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격일 뿐이다. 내가 많이 안다! 내게도 10배로 일어났던 일이다"라고 했다. 이어 "위대한 브라질 국민은 그들(현 룰라 정부)이 전직 대통령에게 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와 가족, 그리고 수많은 지지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진행돼야 할 유일한 재판은 '선거'라고 불리는, 브라질 유권자들에 의한 재판"이라며 "보우소나루를 내버려 두라"라고 썼다.
룰라 대통령은 '즉각' 맞대응했다. 룰라는 브라질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자신의 'X'에 올린 성명을 통해 "브라질 민주주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몫이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그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견고하고 독립적인 기관들을 가지고 있다.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자유와 법치를 위협하는 자들에겐 특히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트럼프에게 브라질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이다. 현재 보우소나루 '불법 쿠데타 기도 사건'은 '특별재판관할권'에 따라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 여부에 대한 재판권을 가진 브라질 대법원에서 직접 심리 중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 금수저인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극우 포퓰리스트인 데 반해, 노동자 출신인 흙수저 룰라는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사회주의 정책을 표방하는 중남미 좌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정치적 이념은 물론 양국의 경제적 이해, 국제 질서 재편 문제 등을 놓고 서로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는 점에서 갈등은 지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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