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171만 국민 중에 2597명만 해당

세율·과세 기준 확 내려 대상 99.5% 급감

결정세액도 1조 8천억에서 920억으로 ‘뚝’

종부세에서만 ‘세수 펑크’ 2조 5천억 달해

“공공임대·서민 주거지원 예산 고갈 위험”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이미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층의 과도한 부동산 소유를 제한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더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중과 대상이 전체 국민의 0.00005%로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중과 대상이 사라진 것과 다름없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 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3. 연합뉴스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 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6.3. 연합뉴스 

연합뉴스는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 중에 중과 대상은 2597명이라고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국민 5171만 명 중 극히 일부만 중과 세율로 종부세를 납부한 셈이다. 지난 2022년 중과 대상이 48만 3454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99.5%나 급감했다. 중과 대상이 줄면서 중과세액도 1조 8907억 원에서 920억 원으로 95.1% 감소했다.

이는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인하했다. 고금리로 집값이 하락하자 세금을 내려 부동산 경기를 띄우려고 한 것이다. 지난해 종부세법을 개정해 주택분 종부세의 비과세 기준선인 기본 공제금액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했다. 1세대 1주택자는 기본 공제를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더 높였다. 세율은 기존 0.6~3.0%에서 0.5~2.7%로 인하했고, 3주택자 세율도 1.2~6.0%에서 0.5~5.0%로 낮췄다.

중과 대상 기준을 확 높인 것도 종부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든 원인이다. 2022년 귀속분까지 3주택 이상은 모두 중과 대상이었고 2주택자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중과 세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작년부터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를 중과 대상에서 제외했고 과세표준 12억 원까지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도 일반세율을 적용했다. 중과 대상자와 세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도록 법을 개악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주택 공시가격이 하락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100%로 올리려고 했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60%로 내린 것도 중과 대상이 사실상 사라지는 결과를 초래한 요인이다. 종부세 과세표준은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적용한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를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지난해 공시가격 하락으로 3주택 이상 다주택자 5만 4000명 이상이 과표가 12억 원에 미달하며 일반세율을 적용받았다.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세 현황. 연합뉴스
 개인 주택분 종부세 납세 현황. 연합뉴스

종부세 중과 대상뿐 아니라 전체 납세자와 결정세액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 납세자는 49만 5000명, 결정세액은 4조 2000억 원에 그쳤다. 2022년만 해도 종부세 납세자는 128만 명이 넘었고 결정세액은 6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종부세에서만 2조 5000억 원의 세수 펑크가 난 셈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많은 국민이 종부세를 내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분위별 납부 현황을 보면 소득 상위 10%가 부담하는 결정세액은 3조 7000억 원으로 전체 결정세액의 88.5%를 차지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부동산을 보유한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종부세를 폐지하거나 완화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종부세 폐지를 추진 중이고 서울과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민주당 의원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다소 비싼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징벌적 과세’이고 종부세는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누더기가 돼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다. 종부세는 부동산 가격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 지역 균형 발전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0일 문재인 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부세에 대한 행정소송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며 종부세 입법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 “(종부세는)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종부세법이 지방세인 재산세에 비해 높은 세율의 국세를 부과하는 것은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종부세가 추구하는 정책적 목적, 종부세와 재산세 및 양도소득세의 차이점 등을 고려해 보면 종부세가 재산세 및 양도소득세와의 관계에서 이중과세에 해당해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연도별 종부세 납세 현황과 분위별 세액 점유율. 연합뉴스
 연도별 종부세 납세 현황과 분위별 세액 점유율. 연합뉴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최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며 종부세 폐지 또는 완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40억 원짜리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도 종부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실례를 들어 종부세가 형해화한 현실을 설명했다. 즉 40억 원짜리 주택의 경우 실거래가의 69%인 공시가격 28억 원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하면 실제 과세표준은 17억 원으로 떨어지고 부부 공동명의일 때는 각각 9억 원씩 공제된다. 결국 종부세가 0원이 된다는 이야기다. 종부세는 또 나이와 장기 거주에 대해 최대 80% 세금을 감면한다. 중산층에도 과세된다는 주장이 얼마나 과장된 거짓말인지 보여준다.

최 소장은 “종부세는 집값 안정을 넘어 과세의 형평성 즉, 부담 능력이 있는 사람이 우리 공동체가 써야 할 세금을 내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라며 “종부세 세수가 감소하면서 결과적으로 주거복지 예산이 크게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렇게 비판했다. “재산세는 지방세이고 종부세는 국세다. 중앙정부에서 종부세를 거둬서 지자체로 나눠준다. 종부세로 걷힌 세금의 많은 부분이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는 건 국세이기 때문이다.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하면 서울에서 걷힌 종부세를 서울에서 쓰게 된다. 지자체 재정이 타격을 받는다. 기초지자체들이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다.”

최 소장은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종부세 논의를 촉발한 의원들의 지역구 특성을 보면 종부세를 내는 고가 주택이 있는 곳”이라며 “박찬대 의원 같은 경우에는 송도 신도시가 지역구에 포함돼 있고 고민정 의원, 박성준 의원의 지역구에도 고가 주택이 일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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