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들의 뿌리를 더듬어 본다⑥]

사립대 85%가 종교재단…이 중 80%는 개신교계

‘종교 백화점’ 현상에 개신교단 분열이 난립 초래

교세 넓히려 신학대 설립한 뒤 일반 학과도 개설

신학 교육에는 앞섰으나 대학 설립 늦은 천주교

불교 종단과 민족종교는 근대 교육에 늦게 눈떠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희용 문화비평가·언론인
이희용 문화비평가·언론인

앞서 살펴본 연세대, 이화여대, 숭실대, 배재대, 계명대를 비롯해 우리나라 사립대학 가운데 85%는 종교 관련 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80% 이상이 개신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무종교인이 56.1%로 가장 많고 개신교(19.7%), 불교(15.5%), 천주교(7.9%), 원불교(0.2%), 유교(0.2%), 천도교(0.1%), 기타(0.3%) 등이 뒤를 이은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대한민국에는 왜 이토록 종교를 설립 이념으로 내세운 대학이 많은 걸까? 그중에서도 개신교 계통의 대학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015년 열린 제19회 대한민국종교문화축제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 2015년 열린 제19회 대한민국종교문화축제에서 각 종교 지도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선교사 사명감, 교세 확장, 재산 증식 등이 종교 대학 확산 원인

맨 먼저 19세기 말 개항과 함께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들의 영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조선 백성에게 예수의 가르침뿐만 아니라 앞선 근대 지식을 전해 미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한국 땅을 밟자마자 교회를 세우고 학생들을 모아 가르쳤다.

우리나라가 ‘종교의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서양의 각종 종교와 민족종교가 다양하게 존재하는 점도 종교 배경 대학이 많은 이유로 꼽힌다. 특히 종교개혁 때부터 다양한 분파로 출범한 개신교는 교단마다 각기 조선에 선교사를 파견해 경쟁적으로 교세를 늘렸다. 해방 후에는 핵분열을 연상케 할 만큼 교단이 잘게 쪼개져 이를 배경으로 한 대학도 그만큼 늘어났다.

대학은 교세를 넓히는 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 성직자를 길러내는 것 말고도 교단의 교리와 가치관을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 관련 학과에 입학하면 군종병이나 군목, 혹은 군승(군법사)으로 입대할 수 있는 특전도 있어서 교단마다 앞다퉈 대학을 설립해 국방부 인가를 받으려고 힘썼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대학이 재산을 불리고 명예까지 얻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공익적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대학 재단에 운영 자율성을 부여하며 각종 특혜와 이권을 주다 보니 종교단체들도 학원 족벌에 가세해 대학 난립에 한몫한 것이다.

 

1915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지은 감리회 협성신학교 캠불기념관. 감신대 제공
1915년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지은 감리회 협성신학교 캠불기념관. 감신대 제공

신학 교육은 1887년 감리교가 맨 먼저 시작

우리나라 개신교 가운데 교세는 장로교가 으뜸이고 감리교가 뒤를 잇는다. 1885년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이 나란히 내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각각 언더우드학당(경신학교), 배재학당, 이화학당을 세웠지만 처음부터 신학교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신학교 출발은 감리교가 앞섰다. 한국인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 교육을 1887년 시작했으며 배재학당 신학부의 김창식과 김기범이 1901년 한국인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았다. 1907년 감리회 협성신학교가 출범했으며 1931년 감리교신학대(감신대)로 개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장로회신학대(장신대)는 새뮤얼 모펫 박사가 1901년 평양에서 방기창·김종섭 두 학생으로 신학반을 꾸린 것이 기원이다. 남북 분단 이후 1948년 서울 남산에서 다시 개교해 숭실대와 함께 이산(離散)대학으로 불린다.

전북 완주의 한일장신대는 독일 출신의 미국 간호선교사 엘리자베스 요한나 셰핑이 1922년 여성들을 모아놓고 가르친 전도부인양성학교가 발전한 것이다. 1926년 로이스 닐의 도움으로 광주광역시 양림동에 건물을 짓고 후원자 이름을 따 이일(李一)학교로 명명했다가 1961년 전주의 한예정성경학교와 합병하며 두 학교 이름을 한 글자씩 따서 한일장신대가 됐다.

 

1922년 평양에 완공한 대한장로회신학교 3층짜리 교사. 장신대 제공
1922년 평양에 완공한 대한장로회신학교 3층짜리 교사. 장신대 제공

신사참배, 교리 논쟁, 권력 다툼으로 핵분열한 개신교 대학들

1930년대 들어 일제가 신사참배를 강요하자 감리교와 장로교단은 1936년과 1938년 차례로 굴복했다. 일부 성직자와 신도는 끝까지 거부하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순교자도 나왔다. 1945년 광복을 맞아 석방된 장로교의 출옥성도(出獄聖徒)들은 이듬해 경남 진해에 고려신학교를 따로 세웠다. 이들이 일제에 순응한 신도들에게 참회를 요구하자 교단 수뇌부는 오히려 공산주의자로 몰아 공격해왔다. 신앙의 절개를 지킨 신도들은 결별을 선언하고 고신파 교단을 따로 차렸다. 고려신학교는 부산으로 캠퍼스를 옮기고 고신대로 개명했다.

장로교의 두 번째 분열은 성경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자유주의 신학을 따르는 그룹은 1940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설립된 조선신학교를 기반으로 1952년 한국신학대(한신대)를 세웠다. 1954년에는 교단 이름도 대한기독교장로회(기장)로 명명했다가 1961년 한국기독교장로회로 개명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 마크와 로고. 위는 통합, 아래는 합동인데 교단 명칭은 똑같고 문양도 비슷해 일반인은 물론 교단 소속 교인들도 구분하기 힘들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 마크와 로고. 위는 통합, 아래는 합동인데 교단 명칭은 똑같고 문양도 비슷해 일반인은 물론 교단 소속 교인들도 구분하기 힘들다.

세 번째 분열은 냉전의 산물이었다. 동유럽 국가의 정교회들이 소속된 세계교회협의회(WCC)에 가입할 것인지를 놓고 교회일치운동을 위해 찬성한 세력은 통합, 공산주의자와 대화할 수 없다며 반대한 세력은 합동이란 이름으로 딴 살림을 차렸다. 합동은 1967년 예장총회신학대(총신대)를 설립했다.

이후에도 장로교를 비롯한 개신교 교단들은 교리 논쟁이나 권력 다툼 등을 이유로 쪼개졌다가 합치기를 거듭했다. 합동 비주류가 총신대의 정통성을 부인하며 1993년 기독신학교를 설립한 것이 천안 백석대의 뿌리다. 안양대는 1952년 설립 인가를 받은 대한신학교가 모태다. 이 학교를 중심으로 한 그룹은 1961년 대신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교단을 세웠다.

예장통합 계열의 대학으로는 서울에 있는 장신대 말고도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서울장신대, 대전신대, 호남신대, 영남신대, 부산장신대 등이 있다. 칼빈대·대신대·광신대는 예장합동 계열이고 한영대는 예장한영 계열이다. 목원대와 협성대는 감리교 계열이다.

 

서울 구로구 항동의 성공회대 캠퍼스 전경. 성공회대 제공
서울 구로구 항동의 성공회대 캠퍼스 전경. 성공회대 제공

안식교 계열 삼육대에선 고기 요리와 커피 안 팔아

침례교(침례신학대·성서침례신학대), 그리스도의교회(서울기독대·강서대), 성결교(성결대·서울신학대), 나사렛성결회(나사렛대), 루터교(루터대), 오순절교회(한세대) 등의 교단도 대학을 보유하고 있으며 초교파(한국성서대·아신대·강남대·평택대) 대학도 있다.

1948년 서울고등가정학교에서 출발한 명지대는 예장 계열이긴 하나 특정 교단 소속은 아니다. 강홍모 장로교 목사가 1964년 전주영생대란 이름으로 설립한 전주대와 전주비전대는 신동아그룹이 모기업이던 신동아학원 소유다. 이들 대학은 같은 지역 장로교 계열의 예수대와 지난해 통합을 선언했다. 대구대, 부산 경성대, 의정부 신한대 등도 장로교 목사가 세운 대학이다.

삼육대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소속이다. 1906년 평남 순안에 세워진 의명학교가 전신이며, 1949년 명종과 명종비가 묻힌 서울 노원구 강릉 주변의 토지를 매입해 캠퍼스를 조성했다. 서울위생병원(삼육대병원 전신)의 조지 루 박사가 이승만 대통령 주치의여서 헐값으로 왕실 땅을 넘겼다는 의혹도 있다.

안식일을 철저히 지키는 교단 계율에 따라 토요일에는 수업이나 행사를 일절 하지 않는다. 금주·금연은 물론 육식을 금해 교내 식당에서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팔지 않는다. 학교 재단이 운영하는 삼육식품이 우유 대신 두유를 만든 까닭이다.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파는 자동판매기도 없다.

충남 천안과 아산의 선문대는 문선명이 창시한 통일교 계열이다. 1972년과 1985년 각각 문을 연 통일신학교와 성화신학교가 1988년 통합한 뒤 1993년 선문대로 이름을 바꿨다.

영국식 개신교인 성공회는 1914년 강화도에서 개교한 성미가엘신학원을 1957년 서울 구로구 항동으로 옮긴 뒤 천진신학교와 성공회신학교를 거쳐 1994년 성공회대로 개편했다.

 

가톨릭대의 모태가 된 충북 제천 배론성지의 성요셉신학교
가톨릭대의 모태가 된 충북 제천 배론성지의 성요셉신학교

신학 교육에는 앞섰으나 대학 설립 늦은 천주교

개신교보다 앞서 우리나라에 전래된 천주교는 1855년 충북 제천 배론성지에 성요셉신학교를 세웠다. 배재학당보다 30년 앞선 최초의 서구식 교육기관으로 꼽힌다. 1887년 서울 원효로로 이전해 예수성심신학교로 개칭했다.

그러나 사제를 길러내는 일에만 전념하다 1954년에야 의학부를 증설했고 1959년 가톨릭대학으로 탈바꿈했다. 1964년 강원도 춘천에 성심여대를 설립했다가 1975년 경기도 부천에 캠퍼스를 지어 1982년에 옮겼으며 1994년 가톨릭대와 통합했다. 현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운영하고 있으며 부천에 성심교정, 서울 반포동에 성의교정, 서울 혜화동에 성신교정을 두고 있다.

교구마다 부산가톨릭대, 대구가톨릭대, 인천가톨릭대, 대전가톨릭대, 수원가톨릭대, 목포가톨릭대 등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1914년 성유스티노신학교에서 시작한 대구가톨릭대의 역사가 가장 깊다. 대구대교구는 1952년 효성여자초급대를 설립해 이듬해 효성여대로 승격시키는 한편 성유스티노신학교를 모태로 1982년 문을 연 선목신학대를 1984년 대구가톨릭대로 개명했다. 1994년 두 학교를 대구효성가톨릭대란 이름으로 통합했다가 2000년 대구가톨릭대로 개명했다.

서강대는 예수회 미국 위스콘신관구가 세운 대학이다. 1948년 한국천주교회의 발의와 교황 비오 12세의 윤허로 창립 준비에 착수했으나 학교가 문을 연 건 1960년이었다. 지금은 한국예수회 소속이지만 개교 초기에 미국인 신부와 교수가 대거 참여해 미국식 학사 제도가 많이 남아 있다.

경북 안동교구의 가톨릭상지(上智)대는 1969년 그리스도의교육수녀회 소속 외국인 수녀들이 설립한 상지여자실업고등전문학교가 시초다. 1979년 상지실업전문대를 거쳐 1998년 상지대로 개명했다. 일본의 조치(上智)대 역시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이다. 강원도 원주의 상지(尙志)대는 가톨릭과 관련 없고 한자도 다르다.

충북 청주의 가톨릭꽃동네대는 1976년 오웅진 신부가 충북 음성에 설립한 사회복지시설 꽃동네가 청주교구장 정진석 주교의 허락을 얻어 세웠다. 1999년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가 개명했다.

 

오색 연등으로 수놓은 동국대 캠퍼스 메인 광장 야경. 동국대 제공
오색 연등으로 수놓은 동국대 캠퍼스 메인 광장 야경. 동국대 제공

불교와 민족종교는 근대 교육에 늦게 눈떠

불교계가 최초의 근대 교육기관인 명진학교를 설립한 것은 1906년의 일이다. 이후 불교사범학교, 불교고등강숙, 중앙학림, 불교전수학교, 중앙불교전문학교, 혜화전문학교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명맥을 유지하다가 1946년 동국대학으로 재출범했다. 한국 불교의 장자(長子) 종단인 조계종 소속이다. 조계종은 1979년 설립한 중앙승가대도 운영하고 있다.

불교 종단 진각종은 1996년 경북 경주에 위덕대를 설립했다. 천태종의 금강대는 2002년 충남 논산에서 문을 열었다.

원불교는 창교 시기나 교세에 비해 일찍부터 교육사업에 눈을 떴다. 1951년 원광초급대를 설립해 1953년 원광대로 승격시켰다. 1966년 군종장교 선발 문제가 처음 거론됐으나 불교계가 반대해 한때 원불교 교조(敎祖) 논란으로 비화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2006년에야 원불교를 군종장교 대상 종교로 승인했다.

민족종교 가운데는 유일하게 증산교 계통의 대순진리회가 1993년 경기도 포천에 대진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 2주 뒤에 후속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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