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전쟁 박물관, 전쟁은 끔찍한 현실임을 증언

1975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정보부 건물이 있던 자리에 건립한 전쟁박물관(War Remnants Museum)은 베트남 전쟁 범죄를 고발하는 곳이다. 처음엔 '미국 전쟁 범죄 박물관'이라는 이름이었던 이곳은 1995년 미국과 수교하며 전쟁 잔존물 박물관으로 개명, 여행자들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다.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여전히 '절규'하고 있다.

 

박물관 앞에서 방문객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항공기, 장갑 탱크, 미사일, 폭탄, 지뢰 등 미군이 사용한 중무기들이다. 각자의 포즈로 조용하지만 묵묵하게 침묵의 언어로 20년간의 폭력을 증언하고 있다. 8개의 테마 전시관에서 2만여 점의 전시품으로 전쟁 박물관은 방문객들을 맞이하는데, 각각의 전시관은 한 세대의 상처를 담고 있다. 꼰다오 (Con Dao) 감옥의 호랑이 우리, 처형 도구,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의 파괴적인 영향을 묘사한 다양한 이미지가 전쟁은 추상이 아닌 현존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들은 더욱 끔찍하다. 영국인과 독일인 사진작가가 공개한 275점의 작품들은 어느 쪽도 변명할 수 없는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준다. 병사의 눈빛, 죽어가는 생명, 폐허가 된 마을. 그들은 카메라에 갇힌 채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관람객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하는 전시는 고엽제 섹션. 미군은 베트남의 우거진 밀림이나 숲을 고사시키기 위해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불리우는 제초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했고, 그것은 세대를 뛰어넘어 지금도 베트남 사람들의 몸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나라 참전용사의 3세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2세와 3세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속의 기억, 피부 위를 타들어가는 불꽃, 미래를 빼앗긴 아이들의 신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풍자 만화가이자 교육자인 고경일 교수(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부)가 동아시아 각국을 직접 발로 누비며 그 땅의 풍경과 역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그리고 쓴 그림과 글로 담아내는 <동아시아 기억여행>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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