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수천명 낳은 보복극, 전면전 확대 가능성

이스라엘의 점령과 학살이라는 맥락 속에서 봐야

네타냐후 극우정권의 재집권 이후 더 커진 위험

국내적 독재 강화와 함께 대외적 군사 대결 추구

네타냐후처럼 윤석열 정부도 재앙 부를 가능성

지난 며칠간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저항세력)인 하마스의 기습적 공격으로 이스라엘 시민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 또 이에 대한 이스라엘 방위군의 보복 공습과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시민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 희생자는 양쪽 모두에서 하루 하루 급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엄청난 가슴 아픈 참극이다. 정당화될 수 없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살상은 모두 당장 중단돼야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피의 보복을 선언하고 미국 등이 이스라엘을 돕겠다고 약속한 한편, 헤즈볼라나 이란이 반대편에서 개입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전면전이나 중동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금 많은 국제적 언론과 각국 정부들이 모두 하마스의 기습적 공격과 민간인 살상을 규탄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하마스를 규탄하며 이스라엘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자동차가 부서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서 자동차가 부서진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물론 누군가가 갑자기 주먹을 날려서 상대방의 턱을 깨버리면 잘못이고 비판받아야 한다. 다만, 그 사람이 왜 갑자기 주먹을 날렸는지는 같이 봐야 한다. 상대방이 오랫동안 몽둥이로 그 사람을 폭행하고 있었다는 맥락을 빼버리고 턱을 깨버린 행동만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벌어져 온 일이다.

길게는 지난 70년 넘게 벌어져 온 일이다. 이스라엘은 2차 대전 이후 1948년에 강대국인 영국과 미국의 지원 속에 건국됐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비원’이 되길 기대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75만여 명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자기 땅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데이르 야신 학살 사건' 등이 벌어졌고, 이때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 땅을 빼앗고 자신들을 쫓아낸 이스라엘 정부에 맞서 투쟁해 왔다. 

 

출처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출처 –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시야를 짧게 잡아도 2022년 이스라엘에 네타냐후 극우 연립정권이 다시 들어서고 나서 벌어져 온 일들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됐다. 네타냐후 정권은 끝없이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무장헬기, 전투기, 불도저, 장갑차로 팔레스타인 시민들을 강제퇴거하고 인종청소해 왔다. 병원, 학교 등 민간시설을 폭격하고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을 학살했으며 난민촌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불태웠다.

수천 명이 사망했고 감옥에 갇혔다.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카데르 아드난은 이런 네타냐후 정부에 항의하며 감옥 안에서 87일 동안 단식하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극우 신나치로 분류되는 네타냐후 정부의 벤 그비르 국가안보 장관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씨를 말려야 한다’는 극단적 선동을 하며 대결을 부추겼다. 아랍인들이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기는 종교적 성지인 ‘알 아크사’ 사원에 무단진입하는 폭력적 행동도 계속됐다.

그러면서 네타냐후 총리와 벤 그비르 장관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고, ‘테러리스트와는 협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폭격과 학살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그 기반을 제거하는 예방적 행위이고 선제 공격’이라고 정당화해 왔다. 이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그 논리는 부메랑처럼 그대로 돌아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대화나 협상은 무의미하고, 이스라엘이 우리를 다 죽이기 전에 먼저 선제 공격을 해야 한다’는 하마스의 주장을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공감하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이 이집트, 바레인, 모로코 등과 관계 정상화를 한 이후에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국교 수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큰 고립감을 느끼고 있다.

주변의 아랍 국가들이 모두 이스라엘과 손을 잡으면서 팔레스타인을 돕는 아랍 국가들은 다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다. 이미 아랍의 부패한 왕정과 독재국가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며 겉으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별다른 관심과 지원을 보내지 않아 왔다. 이스라엘은 이미 미국의 전폭적인 군사 지원 속에 중동 지역 최강의 군사력과 핵무기까지 가진 나라가 돼 있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시민들의 위기의식은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의 주민 거주지의 모습/ 출처 –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사진가 Mohammed Zaanoun가 운영하는 ‘Activestills’ 사이트에서
지난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의 주민 거주지의 모습/ 출처 –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사진가 Mohammed Zaanoun가 운영하는 ‘Activestills’ 사이트에서

지난해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 개악에 반대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주화 시위가 이스라엘에서 벌어졌지만, 그 시위에서도 팔레스타인 저항과 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것도 절망을 낳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비리를 감추고 독재를 강화한다고 비판했지만, 팔레스타인 점령과 억압 정책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스라엘에서는 기대할 곳이 없다’는 판단을 앞당겼을 것이다.

1980년대 말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이스라엘과 타협하면서 그 반발 속에 등장했던 하마스도 갈수록 관료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졌고, 청년세대에 기반한 새로운 저항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도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을 재촉한 요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저항단체들이 서로 누가 더 이스라엘에 맞서 비타협적으로 투쟁하는지를 보여주려는 압박이 작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번에, 머리 위로 날아오는 로켓들과 길거리에서 죽고 하마스 대원들에게 잡혀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스라엘 시민들은 엄청난 충격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팔레스타인 시민들이 지난 70여 년 동안 매일 느꼈던 충격과 공포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분리 장벽과 검문소와 난민촌에 갇힌 감옥 같은 삶을 평생 살아가야 한다.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주변의 친척, 친구들이 이스라엘의 발포와 폭격으로 죽어가는 것을 일상적으로 보고 자라난다. 팔레스타인 젊은이의 다수가 이스라엘의 감옥에 갇혀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실업률은 극단적으로 높고, 평균소득은 이스라엘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며 전기와 수도는 수시로 끊기고 기본적 생필품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의 청년들은 오로지 이스라엘에 맞서 분노에 찬 저항 속에서만 삶의 의미를 느끼게 됐다. 따라서 "악의 도시에서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 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호전적 선동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서방 각국 정부들과 주요 언론들도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 공격을 편드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것은 더 큰 재앙을 부르는 주문일 뿐이다. 

 

이스라엘 방위군에 휠체어에 앉아서 돌멩이를 던지며 맞서는 팔레스타인 주민/ 출처 –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사진가 Mohammed Zaanoun가 운영하는 ‘Activestills’ 사이트에서
이스라엘 방위군에 휠체어에 앉아서 돌멩이를 던지며 맞서는 팔레스타인 주민/ 출처 – 팔레스타인 저항에 연대하는 사진가 Mohammed Zaanoun가 운영하는 ‘Activestills’ 사이트에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의 보복 공격을 지지하고 나선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러시아 푸틴 정부처럼 폭격과 점령의 만행을 저질러 온 것은 이스라엘 국가이지 팔레스타인이 아니다. 해결책은 피와 보복의 악순환 속에 전쟁을 확대하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대화하며 점령을 종식하고 폭력의 악순환을 끝낼 길을 찾는 것이다.

이 비극을 보면서 더욱더 분명해지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툭하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무의미하고 구걸해서 얻는 가짜평화가 아니라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가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하고 어리석은지이다. 바로 그 똑같은 논리에 따라서 이스라엘은 중동 최강의 군사력을 갖추고, 핵무장을 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어떤 로켓과 미사일도 막아줄 것"이라고 부러워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동맹을 찬양해 왔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스라엘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지금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지역의 군사적 충돌은 전면전과 중동전쟁의 위험까지 불러오고 있다. 국내적 독재를 강화하면서 대외적 군사 대결과 위험을 부추기는 점에서 네타냐후와 윤석열 정부는 매우 흡사하다. 윤석열 정부의 위험하고 어리석은 대외정책 방향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생명과 안전도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걱정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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