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지구 1200곳 밤새 폭격

네타냐후 총리 “공격은 이제 시작했을 뿐”

16년 전 포위…"물, 전기, 식품 반입 차단"

하마스 “공습 한 번에 인질 한 명씩 처단”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시위대가 영국 런던의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깃발을 든 시위대가 영국 런던의 이스라엘 대사관 근처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양측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하마스의 기습으로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사흘째인 9일 밤까지 양쪽의 사망자가 1500명 이상으로 늘어난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내의 하마스 거점들 1200여 곳을 겨냥해 500회 이상 공습을 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공격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며 강도 높은 보복공격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사상 최대규모인 30만 명의 예비군 소집령을 내렸다.

요아브 갈란드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했다”며 “전기와 식품, 물, 연료 등의 반입을 모두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마스 “공습 한 번에 인질 한 명씩 처형”

이에 대해 하마스의 군사분야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이 가자 주민들에 대해 사전경고 없이 공습을 강행할 경우 “공습을 한 차례 할 때마다 인질 한 명씩 처형하겠다”고 경고했다. 하마스는 이번 기습전을 통해 150명 이상의 이스라엘군 병사와 민간인들을 납치해 인질로 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9일 밤까지 이스라엘 쪽에서 900명이 사망하고 2600여 명이 다쳤으며, 팔레스타인 쪽에서도 14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서 687명이 죽고 3726명이 다쳤다고 이스라엘 군과 하마스 쪽 발표, 현지 언론보도들을 종합해서 전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억류된 100여 명의 인질 가운데 아르헨티나인 15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에 억류된 100여 명의 인질 가운데 아르헨티나인 15명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미국 항모전단 파견, 확전 막으려는 것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중해 동부 이스라엘 근해로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를 비롯한 항모전단을 급파했다. 미국의 항모전단 파견은 그러나 이스라엘 쪽의 보복공격을 지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란과 시리아 등 주변국이 사태에 개입해 확전으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20년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그리고 모로코, 수단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함 협정’을 맺은 이스라엘은 최근 중동 아랍세계의 중추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 정상화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질서 재편을 주도해 온 바이든 정부는,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의도했던 구상이 좌초될 위기에 직면했으나, 이번 사태가 ‘아랍 대 이스라엘’의 대결구도로 회귀하고 진영 간 열전으로 확산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으려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동위기의 확산은 바이든 민주당 정부의 내년 미국 대선전략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바이든 정부의 중동전략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란과의 관계도 호전시켜 지역 내 갈등을 완화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에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미중관계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이 하마스의 이번 기습 공격에 이란이 개입했다는 풍문이 돌고 있는 것과 관련해 “개입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도 그런 메시지를 이란에게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수도 7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 시가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수도 7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023.10.10. AFP 연합뉴스

“전쟁에 말려들긴 쉬우나 빠져나오긴 어렵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기사에서 실패로 끝난 과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침공을 예로 들면서 “(반테러) 전쟁에 말려들기는 쉬우나 빠져나오기는 어렵다”는 교훈을 상기시키면서, 네타냐후 정부가 강도 높은 보복공격을 공언하고 있지만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만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밀고 들어가 보란 듯이 절대 우위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하마스 등 적대세력을 제거한다 한들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자와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우디와 이집트와 이란이 어떻게 나올지 대책은 있나?

극우세력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우파 네타냐후로서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태에 대한 일정 수준의 강경대처는 불가피하겠지만 그 수위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마스도 그 점을 충분히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가자지구, 이미 16년 전부터 포위당해

네타나후 총리는 8일 텔레비전 성명에서 가자를 ‘악마의 도시’라 부르면서 “하마스가 거점으로 삼고 있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며 “가자의 주민들에게 고한다. 지금 당장 그곳을 떠나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주민들은 떠나갈 곳이 없다. 가자지구는 이번에 이스라엘군이 “완전히 포위”하기 전에, 이미 16년 전인 2007년 하마스가 그 전년도의 선거에서 이겨 가자지구의 실질적인 통치세력이 된 뒤 이스라엘로부터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규정됐을 때부터 포위당했다. 폭 8킬로미터 길이 약 50킬로미터의 365평방킬로미터 면적의 이 좁고 가느다란 가자지구에 200만이 넘는 인구가 사방으로 봉쇄당한 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연명하는 난민으로 살아 왔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물과 전기, 식품, 연료 반입을 차단한 채 밤을 새워 공습을 가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조직 ‘유로 지중해 인권모니터’의 팔레스타인인 간부 하마 후세이니(31)는 “(8일) 오후 2시 무렵부터 전기가 나갔다”고 했다. 가자지구가 사용하는 전기의 80%를 이스라엘이 공급해 왔는데, 그것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이다. 가자 시 남부 주택가에 사는 그는 “지금도 폭격(공습)은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엄청난 폭격”이라고 했다.(<아사히신문>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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