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 등 여유자금을 공자기금에 예치 종용
공자기금서 최소 20조 원 일반회계 투입 꼼수
추경 않고 국회 심의 피하려 정부 재량권 남용
원/달러 환율 급등시 생긴 원화 여윳돈 일시적
세수 부족 증세 등 조세 정책 정상화로 풀어야
정부가 '부자 감세'로 생겨난 역대급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절대적인 역할을 가진 외국환 평형기금(외평기금)과 공적 기금들을 총괄해야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재정 정책 실패의 땜질용으로 앞세울 작정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올해 재정 운용과 새해 예산 편성을 위해 자금 여유가 있는 기금들의 자금을 공자기금으로 넘겨, 이를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공자기금은 다른 기금들의 여유 재원을 빌려오거나(예수), 자금이 부족한 기금에 빌려주는(예탁) 총괄계정으로, 여유자금은 20%까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공자기금은 역대 최대인 32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전체 예산 656조 90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다. 올해의 284조 7000억 원 대비 38조 1000억 원(13.3%)나 늘어났다.
공자기금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 소요가 컸던 2020년 268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 원 가량이 늘어난 이후에는 감소해 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올해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부족을 메울 대안으로 이미 세워놓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공자기금 확충을 위해 기금들에 대한 예수 규모를 줄이거나 예탁분을 조기 회수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기금은 외평기금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급등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를 대량 매각했기 때문에 외평기금에 전에 없던 규모의 원화가 축적돼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지 않으면 외평기금을 외환시장에 다시 투입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이를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활용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세수 재추계'가 완료되면 세수 부족분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 6000억 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43조 4000억 원 줄었다. 연말까지 5달 동안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세금을 걷는다고 해도 올해 세수는 세입 예산(400조 5000억 원) 대비 48조 원 부족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세수펑크가 50조~60조 원 규모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수 부족분이 60조 원 규모라고 가정하면 중앙정부는 이 가운데 60%인 36조 원 가량을 메울 방안을 세워야 한다. 내국세의 40% 가량은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에 내려가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 36억 원 규모의 세수 부족분 가운데 예산을 편성했지만 집행하지 않은 불용분 10조 원과 세계잉여금 6조 원을 제외한 20조 원 안팎을 공자기금 여유재원으로 채울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공자기금 정부내부지출 153조 4000억 원의 최대 20%인 약 30조 원까지는 국회 의결없이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공자기금을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 스스로 강조해 온 부채축소, 건전재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안전판 기능을 하는 외평기금을 이에 이용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미국 경제도 한 치 앞을 모른다 할 정도로 불안 요소가 가득한 상황에서 환율이 어떻게 변동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국회위원이던 지난 2021년 10월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공자기금이 자금을 너무 끌어가 개별 기금의 수지가 악화되거나 고유사업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었다.
내년 국회위원 총선을 앞두고 예산 감축에도 한계가 있고, 야당의 지적을 피하기 위해 추경을 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무리한 감세, 특히 초부자 감세로 생겨난 세수 부족은 세정 회복, 즉 합당한 증세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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