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펑크' 세입예산 15% 수준 60조 원 전망

오차율 작년 17.8%, 재작년 13.3%…2000년 이후↑

예상보다 세수가 너무 많거나 부족하거나 '널뛰기'

내년 세입예산 재추계 기준으로 30조 부족 불 보듯

정부는 "내년엔 경기 나아질 것" 무책임한 낙관론만

"정부 사용 세수추계 모델 외부 공개해 검증해야"

세수 감소(PG) 장현경 일러스트
세수 감소(PG) 장현경 일러스트

정부의 세수추계 오차율이 갈수록 커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올해 세수 재추계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국세수입은 당초 예상했던 400조 원보다 60조 원 가량이 덜 걷힐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세수추계 오차율이 1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행 세수전망 시스템이 더 이상 활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차율이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 2021년 이후 3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2년간은 오차가 예상보다 세수가 많아 생긴 데 반해 올해는 세수가 부족해 생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일 기재부 세제실 등에 따르면 올해 세수부족분은 1~7월의 43조 4000억 원에다 8월말 마감된 기업들의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 등을 종합한 결과, 50조 원을 넘어 6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400조 5000억 원에서 340조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국세탄성치
국세탄성치

기재부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애초의 세수추계를 바탕으로 계산된 내년 세수 전망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지난 1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국세수입 예산안'에 담긴 총국세 367조 4000억 원은 당초 올해 전망치(400조 5000억 원)보다는 33조원 가량이 줄어들지만, 60조원 가량이 줄어든 재추계 기준으로는 30조 원 규모나 불어난 셈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예산도 '세수 펑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세수 전망치와 실적치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세수추계 모델과 방식 등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추계 모델 변경이나 시점·빈도 변경 등 다양한 개선 의견이 제시되는 가운데, 재정운용의 소모적인 혼선을 초래하기 쉬운 기존의 세수전망 시스템이 적절하냐는 회의적 시선도 나온다.

 

중기 재정수입 전망.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중기 재정수입 전망. 기획재정부 보도자료

세수추계의 오차율은 2000년 이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000∼2009년 세수 오차율 절대값의 평균치는 4.0%였다. 2010∼2019년에는 4.8%로 늘었다. 이후 오차율은 더욱 늘어나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7.8%와 13.3%의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직전 2년 동안은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혀 대규모 세수 초과가 발생했다면, 올해는 세수결손이 생겼다는 차이가 있다. 세수추계의 오차라는 점에서 같지만 부족분을 메우거나 세출을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당국의 고민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기재부는 올해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올해에도 15% 안팎의 세수 오차율이 확정되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1988∼1990년 이후 처음이다. 오차율 확대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온다. 우선 경제성장률과 세수 증가율 간의 인과관계 약화다. 성장률과 국세 수입은 장기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 불일치'의 정도가 2000년대 이후 점차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세수 오차 원인분석 기획 보고서에 따르면 경상 성장률과 국세 수입 증가율 간의 상관관계 계수는 1970년대 0.88, 1980년대 0.89에서 2010년 이후에는 0.61로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세 수입의 변화를 나타내는 국세 탄성치도 1990년대 중반까지 1.1 안팎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이후 -0.5∼3.5 범위에서 큰 폭으로 등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조세 구조의 변화도 세수 오차율 확대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큰 법인세·소득세 등 소득 과세의 비중이 늘고, 자산 관련 세수가 증가하면서 예측의 정확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총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00년대 14.6%에서 2020년 이후 22.0%까지 늘었다. 세수의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 등 소수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에 의존하게 되면서, 반도체 경기 등 외부적인 상황에 따라 세수가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소득세의 비중도 같은 기간 22.4%에서 32.8%로 확대됐다. 자산 관련 세수의 비중도 1990년대 5%대에서 2020년 이후 20%가량으로 늘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2023.8.29.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2023.8.29.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재정여건의 변화에 따라 세수추계의 모델과 시기,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규모 세수 오차는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세수오차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재정 운용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저해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특히 과대 추계로 인한 세수 결손은 재정 당국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해의 경우 재정당국이 이런 상황을 알고도 부자감세 등을 밀어붙이느라 고의로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형들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고, 미시적인 데이터 활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계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재부가 현재 사용 중인 세수 추계 모형을 외부에 공개해 민간에서 이를 검증·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세수 추계 시기와 빈도를 조정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세입예산안 편성은 전년도 7∼8월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하반기 경기사이클을 비롯한 중요 변수를 세입 예산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추계 시점을 하반기로 늦추거나, 국회의 예산 확정까지 세수 전망을 지속해서 수정하는 절차를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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