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동안 전기요금 4차례나 인상했지만

에너지 가격 올라 전기 팔면 팔수록 빚더미

전기료 인상과 한전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

2008년 추경으로 한전 부채 경감 선례 있어

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한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 원에 달했다. 한전 부채는 2020년 말 132조5000억 원에서 2021년 말 145조8000억 원, 지난해 말 192조8000억 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러다가 6개월 만에 약 8조 원이 급증하며 2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국전력공사의 총부채가 2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192조8000억 원에서 6개월 만에 약 8조 원이 급증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국전력공사의 총부채가 2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192조8000억 원에서 6개월 만에 약 8조 원이 급증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한전 부채가 급속히 증가한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기생산 단가는 대폭 올랐는데도 이를 판매가격인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마진 구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한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부채가 쌓인 것이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올리고 한전도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등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최근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한전은 올해도 수조 원대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은 2021년 이후 47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운영비 조달을 위한 한전채 발행액이 법정 한도에 걸릴 수 있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20조9200억 원으로 현재 104조6000억 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 원이다.

하지만 올해 추가로 영업손실이 나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 수 있다. 모수인 자본금과 적립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전은 전기 구매와 시설 유지 보수 등에 막대한 운영비를 투입해야 한다. 한전채 발행이 막혀 쓸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법을 개정해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린다고 해도 무한정 발행할 수는 없다. 한전채가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금융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부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에 맞춰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기요금을 1kWh당 총 33.5원 인상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려 국민들은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놀라고 있다. 무더위로 전력 사용이 늘어난 8월에도 ‘전기료 폭탄’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들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이 줄이어 인상됐다. 서울 시내의 한 한국전력공사 협력사에서 직원이 전기요금 청구서를 정리하고 있다. 2023.2.3 연합뉴스
올들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이 줄이어 인상됐다. 서울 시내의 한 한국전력공사 협력사에서 직원이 전기요금 청구서를 정리하고 있다. 2023.2.3 연합뉴스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며 한전 부채를 줄일 묘안은 없을까. 국가 재정을 투입하면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급속히 쌓이는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전기요금이 크게 올랐을 때 한국과 달리 유럽과 일본 정부는 국가 재정을 투입해 과도한 전기요금 인상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 부채 감축에 유류세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제 유가가 오른다고 유류세 인하를 연장하기보다는 유류세를 정상화해 늘어난 세금으로 한전의 부채 감축에 쓰자는 것이다.

한전 적자가 심각해 재정을 투입한 선례도 있다. 2008년 당시 정부는 한전 적자가 2조8000억 원으로 불어나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680억 원을 지원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는 전기와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한 지원 사업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한전 부채를 이대로 방치하면 전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져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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