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의결권 자문사 찬반 엇갈리는데 밀어붙여

민감 주주권 행사에 통상 거쳐온 수책위도 패싱

김동철 사장, 야권 4선인데 '윤 캠프' 합류 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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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지난 20일 취임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북지사. 2023. 6. 12. 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지난 20일 취임한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절차와 관행을 무시하고 찬성표를 던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북지사. 2023. 6. 12. 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창사 62년 만에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 사장이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주요한 외부 의결권 자문사들이 찬반이 엇갈렸음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졌다. 특히 국민연금은 민감한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시 자문사들의 의견이 다를 경우 거쳐온 내부 전문위원회도 건너뛴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명 관련 의결권 행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8일 열린 한전 임시주주총회에서 김동철 사장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한전 지분 6.55%를 가진 주요주주다.

국민연금은 이번 한전 임시주총의 사장 선임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를 거치지 않고 기금운용본부 자체 판단에 따라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운용본부 주주권행사팀 관계자는 "자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ESG연구소,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한전 사장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받고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주총장 입구의 모습. 2023.9.18. 연합뉴스
1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에 대한 선임안을 의결하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은 주총장 입구의 모습. 2023.9.18. 연합뉴스

하지만 김 사장 선임안건에 대해 외부의 주요한 의결권 자문사는 기관투자자들에게 반대 권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의결권 자문사이자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김 사장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사업 방향 설정이 중요해지는 시점이어서 김 사장 후보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정보가 부족해 반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권과 의결권은 원칙적으로 실무투자기구인 기금운용본부의 내부 투자위원회가 행사하고, 외부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전 사장 선임과 같이 의결권 행사의 찬성 또는 반대 등에 대해 논란이 예상되는 주총 안건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보다는 수책위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수책위는 지난 2018년 7월 말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의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구성한 조직이다. 외부의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책위는 '안건 부의 요구권'이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민간 전문위원 3명 이상의 요구로 이사 선임이나 합병 등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찬성, 반대, 중립 등 의사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전 부채 규모
한전 부채 규모

정부는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지난 3월 수책위 상근 3명, 비상근 위원 6명 등 위원 9명 모두를 가입자(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단체로부터 추천받도록 한 운영 규정을 바꿔 비상근위원 6명 중 3명은 전문가 단체 등으로부터 추천받도록 변경했다.

최 의원은 "막대한 부채로 어려움에 부닥친 한전 사장에 사실상 비전문가 정치인을 선임하는 데 대해 자문사 간의 찬반이 엇갈린다면 기금운용본부가 단독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수책위에 넘겨서 판단을 받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기금본부가 또다시 삼성물산 때처럼 수책위에 넘기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한전은 현재 2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부채로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져 있다.

이런 한전의 최대 주주는 지난 6월말 기준 산업은행으로 3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인 정부가 보유한 지분 18.2%를 합치면 51.1%로 과반이 넘는다.

한전 사장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 추천하면 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과 한전 이사회 및 주총을 거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9.20. 연합뉴스
20일 오전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 본사에서 김동철 신임 사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3.9.20. 연합뉴스

김동철 신임 사장은 광주 광산구에서 4선(17∼20대)을 한 국회의원 출신이다. 정치 이력의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 몸담았지만, 20대 대선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도와 선대위 후보 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일했다.

제22대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은 1961년 한전 주식회사 발족 후 62년 만에 탄생한 첫 정치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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