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단체 "시행령 폭거 국회는 뭐하나"

공영방송 재원 독립성 보장 법 개정 요구

KBS "개정안 공포 즉시 헌재 판단 구하겠다"

 

 

언론 현업‧시민단체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언론 현업‧시민단체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1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

TV수신료가 30년 만에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TV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공포하면 막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개정안을 재가할 수도 있어 이르면 당장 내일부터 개정안이 시행될 수도 있다.

이날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한국여성민우회 등 언론 현업‧시민단체도 서울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수신료 분리징수 폭거에 입법기관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대통령 재가를 코 앞에 두고 있다”며 “국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폭거에 입법기관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국회에 △공영방송 공적재원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 노동자, 학계, 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 즉시 구성 △수신료 징수 근거를 법률로 확정할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상임위에서 논의 △공론화위원회와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간의 중재에 즉각 나설 것 등을 요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지난 정권의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폭거를 앞장서 막아야 할 장본인”이라며 “집권 5년 동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적 재원 체제 개편을 두고 민주당과 정부는 어떤 법률도 개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발언에 나선 윤창현 위원장은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 면직 이후 김효재 위원장 대행의 탄핵을 요구했지만 국회는 아무것도 안 했다”며 “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은 막가파식 분리징수 개정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 제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나서 역할을 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앞서 충북지역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도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비판하고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충북지부와 지역의 2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수신료 분리징수 반대·언론장악 저지 충북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10일 KBS청주방송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여론 수렴 생략, 입법예고 기간의 이례적인 단축 등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절차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은 채 추진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권리 보장을 이유로 분리징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언론을 장악하기 위한 서막”이라고 성토했다.

KBS는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서 의결되자 “헌법소원을 청구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1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시행한 수신료 분리 고지가 공영방송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지 확인하고, 어떤 형태의 수신료 징수방식이 국민 대다수에게 이익을 드릴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개정령안 공포 즉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겠다”고 했다.

KBS는 TV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징수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졌다. KBS는 “정부는 시행령 개정 사유로 ‘국민 불편 해소와 선택권 보장’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신료 징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프로그램과 공적 책무수행에 써야 할 수신료가 징수비용으로 더 많이 쓰이게 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또 “시행령이 바뀌더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유발된다”며 “징수 과정에서 벌어질 사회적 혼란과 갈등으로 국민 불편이 가중될 위험도 높다”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7.11.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3.7.11. 연합뉴스

[현업・시민단체 공동 기자회견문] 국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폭거에 입법기관의 의무를 다하라

‘폭거’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3월 9일 뜬금없는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찬반 투표글이 올라온 지 네 달 만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대통령 재가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를 “행할 수 있다”는 구절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몇 글자만 수정한 시행령안은 방송법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뒤엎고 있다. 1999년 헌재는 수신료 금액의 결정 뿐 아니라 징수절차 또한 수신료에 대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으로 국회가 스스로 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가는 헌재가 결정했고 방송법이 규정한 국회의 권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폭거다. 지난 네 달 동안 이 폭거 앞에서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 시행령 폭거가 과연 수신료에서만 그치겠는가. 4년 가까이 남은 대통령 임기 동안 자행될 더 많은 시행령 폭거를 이렇게 두고만 볼 것인가?

지난 정권의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이 폭거를 앞장서 막아야 할 장본인이다. 집권 5년 동안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공적 재원 체제 개편을 두고 민주당과 정부는 어떤 법률도 개정하지 않았다.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국회가 해야 하고 할 수 밖에 없는 요구를 주장한다.

첫째, 공영방송 공적재원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시민, 노동자, 학계, 공영방송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즉시 구성하라.

둘째, 국회는 수신료 징수 근거를 법률로 확정할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상임위에서 논의하라.

셋째, 공론화위원회와 방송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간의 중재에 즉각 나서라.

이는 입법기관을 자처하는 국회의 의무이자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다. 국회는 즉시 세 요구를 실행하여 존재 근거를 입증하라.

2023년 7월 11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전국언론노동조합,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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