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정권과 불의에 가장 잘 적응해온 조선 김대중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조언자로서 영향력 행사
핵발전과 핵무장을 위해 오염수 방류 지지하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막아야 할 더 중요한 이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의 글을 읽다가 <조선일보> 김대중 전 주필에 대한 고 리영희 선생의 평가를 다시 보게 됐다. 언론인에서 사상가로 발전했던 리영희 선생은 <조선일보>에서도 일한 적이 있으며 그래서 김대중 전 주필의 젊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견습기자들은 잘 가르치고 훈련시키면 우수한 저널리스트가 되겠지만, 김대중 군만은 어렵겠다고 실망했어. 그런데 훌륭한 저널리스트가 될 것으로 믿었던 기자들은 1974년에 일어난 언론자유 투쟁 때 앞장섰다가 다 쫓겨났어. 반대로 도저히 구제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던 그 김대중 기자만은 그대로 남아서 논설주간이 되고, 주필이 되고, 한국 여론을 쥐고 흔드는 막강한 조선일보의 상징적 존재가 되었더군.”
독재정권과 불의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적응해서 출세한 언론인, 이러한 김대중 전 주필의 궤적은 <조선일보>의 궤적과도 일치하기에 김대중 씨가 <조선일보>에서 주필과 고문 등을 거쳐서 지금까지도 큰 권위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한국의 기득권 보수우파의 정치적 고민과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선일보>, 특히 김대중 칼럼을 읽는 것이 매우 적절한 방법일 경우가 많다. 요즘도 김대중 전 주필은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으로 <조선일보>에 수시로 칼럼을 쓰고 있는데, 올해 초에는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고 정치적 조언을 하면서 지금의 한국 정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북한은 이틀이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대 한국을 위협하고 있는데 정작 한국 내에선 친북 세력이 활개 치고 종북 세력이 암약하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간첩이 보란 듯이 나대고 있다.”
이것을 봐도 <조선일보>와 김대중 칼럼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아주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김대중 칼럼으로 실린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글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후쿠시마, 정말 ‘오염’ 때문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인데, 이 나라의 윤석열 정부와 기득권 보수우파 세력이 일본 기시다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앞장서 거들고 지지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를 알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김대중 전 주필은 야당과 진보진영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이유가 “한국의 원자력 발전과 핵무장을 반대하는, 이른바 ‘이재명식(式) 평화론’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비약이 의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논지는 나름 논리적이다. “우리의 원전이라고 불의의 사고에 휩싸이지 않는다는 법이 없”고 “우리는 핵무기를 가져야” 하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그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핵무기를 가지려면 핵연료 재처리가 필요하고, 핵연료 재처리를 하려면 핵발전소를 가동해야 하고, 핵발전소를 가동하고 늘리다 보면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고, 사고가 일어나면 오염수 방류 등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금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면, 나중에 우리도 오염수 방류를 못 하게 되고, 그것은 핵발전과 핵무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운동은 궁극적으로 “한국 내에 일고 있는 자체 핵무기 보유 여론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라는 게 김대중 칼럼의 결론이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주필은 “이재명식(式) 평화론”과 “문재인식(式) 반핵·반원전”을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적개심을 돋우는,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평화론’”이라고 규정한다. 그 분노와 적개심이 아주 절절하다.
김대중 칼럼이 한국의 보수우파에서도 코어 집단의 멘탈리티와 지향점을 잘 보여 준다는 전제가 맞다면, 지금 그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핵발전을 계속하고 핵무장까지 나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에 나타날 재앙적 사고나 피해들 때문에 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주필의 한국 독자 핵무장에 대한 집념은 이미 지난봄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바이든 정부와 ‘자체 핵무장 논의를 일단 중단하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 것에 대한 노골적 불만으로도 나타났었다. 그때 김대중 칼럼은 “미국의 결정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악의적으로 보면 백인국가는 믿을 수 있지만 한국은 아니다라는 차별마저 느낀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칼럼은 “한국의 핵 방어 장치를 마련하는 지도자는 한국의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며 핵무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다짐으로 끝났다.
윤석열 대통령도 <조선일보>나 보수우파 일부의 이런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고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툭하면 내뱉는 호전적 발언과 행동들이 그것을 보여 준다. 더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전술핵 배치’를 주장해 온 극우 유튜버 출신의 김영호 씨를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김영호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리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전쟁도 이제는 불사하겠다’라고 하는, 그런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막아내야 하는 이유가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전세계에는 400개가 훨씬 넘는 핵발전소가 존재하고 그중에서 200여 개는 지진과 쓰나미 등에 취약한 해수면에 위치하고 있다. 또 전세계에는 1만 2000개가 넘는 핵무기가 존재한다. 핵무장을 위한 경쟁은 핵전쟁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핵’을 말하면 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떠올리겠지만, 사실 핵발전소를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가진 나라는 한국이고, 전세계 핵무기의 절반을 가진 나라는 미국이다. 그러한 미국과 한국이 손을 잡고서 핵 선제공격이 가능한 전략무기를 계속 한반도로 가져오고 있고, 한미일 동맹을 구축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돕고 있다.
24일부터 시작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성공하면, 세계 곳곳에서 불의의 사고나 생명의 피해를 감수하고 핵발전과 핵무장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것이 김대중 칼럼이 오염수 방류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였다. 결국 우리는 김대중 칼럼의 논리를 따라가다가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한다. 불의의 사고와 생명 안전보다 핵발전과 핵무장이 우선돼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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