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류 개시에도 한국 주요 신문들 '느긋한' 보도
한국 정부 비판 없고 '일본 약속지켜야' '여야 정쟁'
조선 '일본 결정 막을 방법 없고 일본 사정 딱해' 두둔
중앙 '국민 우려' 말하다 '야당 불안 자극 말아야'로
한겨레·경향은 일 방류 '규탄,' 한국 정부 '방관자' 비판
일본 기시다 정부가 지난 22일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24일 오후 1시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우려를 ‘괴담’으로 몰아온 윤석열 정부도 같은날 브리핑을 열었다. ‘21일 일본으로부터 방류 개시 결정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막대하고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우려를 낳고 있다. 해양 생태계 오염, 전 국민의 건강 위협, 어민·수산물 판매업자의 생계 파괴 등이 하루이틀 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환경단체, 생계가 걸린 어민·수산업자뿐 아니라 국민 절대 다수가 핵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 홍콩, 태평양 도서의 여러 나라도 마찬가지다.
역사를 기록하는 언론은 기시다-윤석열 정권의 발표문 전달과 ‘괴담몰이’만 할 게 아니라 국민들의 이런 불안과 반대 여론을 충실히 보도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 결정, 이를 용인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평가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그리고 그 평가는 ‘국민의 입장’에서 이뤄져야 한다. 오염수 방류 개시 발표에 대해 우리 언론들의 보도는 어땠을까?
주요 신문들이 1면이나 5면에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 결정과 “계획상의 과학적·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한국 정부의 브리핑 내용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세계일보를 제외한 거의 모든 조간 신문들이 관련 사설도 실었다.
그러나 문명시대에 처음이리라 생각되는, 그래서 어떤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할 수 없는 일본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는 아무리 봐도 느긋하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의 인접국으로 같은 바다를 사용하는 나라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일간지들은 23일 사설에서 일본 핵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저 일본에 ‘방류 투명성’ ‘우려 최소화’ 같은 국제사회에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라는 안이한 주문을 내놓았다.
‘국제사회 우려에 성실하게 응해야’(국민일보), ‘일, 오염수 방류 투명성 확보에 최선 다하라’(서울신문), ‘오염수 방류 결정 일본, 국제사회에 한 약속 지켜야’(중앙일보), ‘양해와 신뢰 여전히 미흡하다’(한국일보)
그동안 일본 정부의 무책임하고 신뢰할 수 없는 행태에도 비판보다는 ‘다시 한번 일본을 믿어보자’는 식이다. 방류를 용인한 한국 정부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없다. 국민의 생계와 생명이 걸린 외교·국제적 문제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수많은 어민·수산업자들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한국일보는 이번 이슈조차 여야 주장을 받아쓰기 하면서(야 “국민안전 비상” vs 여 “괴담정치 그만) 국내 여야 정치권의 한낱 정쟁으로 취급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 일본 정부와 협의해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때 대처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 우려를 잘 해결해야한다, 불필요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야당은 시끄럽게 하지 말라, 끝.’ 이런 식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장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사설은, 과연 이 신문이 한국 국민을 위한 것인가 일본 정부를 위한 것인가 혼란에 빠지게 한다.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으로 외국이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사실상 ‘0’이나 마찬가지라는 많은 과학 연구 결과가 있다.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한국 해역으로 올 때 남아있는 것은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일본의 사정도 딱하기는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를 달리 도리가 없어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는 것이다. 수증기 방출, 심지층 주입 등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해양 방류보다 생태에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조선일보 사설)
방류는 일본이 결정하는 것이어서 외국이 막을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30여년전 러시아가 동해에 핵폐기물을 투기할 때 극렬히 비판하고 반대했던 조선일보가 일본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지금은 ‘다른 나라가 결정할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윤석열 정부와 조선일보는 방류를 말리거나 막기는커녕 그동안 기시다 정부가 방류 결정을 내릴 때까지 ‘자기 일처럼’ 열심히 도와주지 않았는가? 방류를 막으려는 자국의 국민들을 ‘괴담 유포자’로 몰아 비난하고 처벌하려들지 않았는가?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사실상 제로(0)’라는 과학 연구결과를 들고 왔다. 핵 오염수 방류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실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단정할 수 없다. 다른 수많은 과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해양생태계 방사능 오염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이 일본 10여개 지역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하고 중국이 ‘인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은 쓸데 없는 짓인가?
“일본의 사정도 딱하기는 하다”는 대목에서는 비로소 이 사설의 황당함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막대한 비용이 들거나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은 일본 정부측의 입장이었다. 한국의 과학자, 원자력 전문가, 환경단체들 그리고 국제사회에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를 처리할 ‘다른 방법’을 이미 제시해왔다. 그럼에도 일본은 ‘비용이 싼’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앞뒤가 엉킨 주장을 펼치면서 끝내 ‘가만히 있으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는 방류의 불가피성을 줄곧 주장해왔지만, 바다로 연결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사설 앞부분에서 우리 국민의 우려 목소리를 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곧 “현실적으로 방류는 피하기 힘든 수순으로 보이는 만큼”이라며 오염수 방류를 기정사실화한 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함으로써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뜬금없는 ‘한일 우호’를 꺼내들었다. 국민의 생명과 생계보다 더 중요한 국제사회의 ‘우호 분위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앙일보는 결국 “어민과 수산업 종사자들의 피해보전 대책”과 “일본 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그러나 “야당도 국민의 불안을 필요 이상 자극하는 무책임·비과학적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다. 한일 우호가 중요하니 야당도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다.
한편, 경향신문과 한겨레만은 사설에서 일본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의 무책임함을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과학을 내세우지만 30년 넘게 계속될 방류에 대해 누구도 완전히 책임질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중국, 태평양 국가들, 일본 어민과 한국 시민 등 수많은 이들의 반대와 우려, 대안 요구를 철저히 외면한 발언이다…윤석열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 편에서 선 무책임한 방관자였을 뿐, 시민들의 우려를 대변하고 최대한의 대책을 요구하는 모습은 없었다.”(한겨레, ‘역사에 죄짓는 일본의 방류, 길 터준 한국 정부’)
“일본이 이를 외면한 채 인류의 공공재인 바다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을 강한 어조로 규탄한다…지금까지 사고 원전의 오염수를 배출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었다.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일본이 져야한다…우리 국민의 60% 이상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수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단 한번도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않았다. 오히려 IAEA보고서를 근거로 방류를 사실상 승인했다. 정부여당은 국민의 정당한 우려를 괴담·가짜뉴스로 치부하고 일본을 대변하기에 급급했다.”(경향, ‘국제사회 우려 끝내 외면한 일본 오염수 방류 강행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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