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사설에서 "해양 방류 전례 없어 불안한 것"

"한일 건강한 긴장관계 필요"…'무조건 친일' 비판

조선 '일본 정부 대변' 중앙 '괴담 그만 '논조와 달라

동아의 차별화 전략? 조선·중앙에 대한 소외의식 탓?

동아조차 윤 정부 무책임·무능에 비판, 귀담아 들어야

‘조중동’은 족벌언론, 기득권 언론의 대명사다. 기득권 수호라는 목적으로 같은 날, 같은 제목, 같은 논조로 억지·왜곡 주장을 사납게 써대서 ‘조폭언론’이라고도 불린다. 한때 ‘조중동’이냐 ‘조동중’이냐를 놓고 ‘넘버2’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24일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자 대부분의 주요 신문들은 방류 그 자체에 대한 반대나 규탄보다는 ‘한국 정부의 어민 피해 대책 미흡’ 정도의 느긋한 보도를 쏟아냈다. 일부 진보~중도 매체만이 규탄이나 반대 논조를 드러냈다. 조중동 형제지 중에서도 가장 극우적이면서 신뢰도가 낮은 조선일보는 ‘방류는 어쩔 수 없는 결정’ ‘일본의 사정도 딱하다’는 친일적인, 아니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사설을 내서 ‘감탄’을 자아냈다. 중앙일보는 ‘오염수 괴담 그만하라’고 윤석열 정부의 ‘괴담몰이’를 계속 반복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조선, 중앙과는 사뭇 다른 입장을 드러내 관심을 끌고 있다. 동아일보는 25일자 ‘일 오염수 방류 개시…“믿어달라” 앞서 투명성 확보부터’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간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만 할 뿐 다른 의견에 대해선 괴담이나 선동이라고 일축하기에 바빴다. 정부가 요구한 우리 전문가의 방류 현장 상주도 실현되지 않았고 정기적 방문 점검만 이뤄지게 됐다. 이러니 일각에서 정부가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동아일보 8월 25일자 사설
동아일보 8월 25일자 사설

에둘러 말하긴 했으나 ‘국민의 우려를 괴담·선동으로만 일축할 수는 없다’는 말이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에 요구했던 ‘방류 현장 우리 전문가 상주’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실상 일본 정부의 일방적 방류를 한국 정부가 용인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동아는 또 “IAEA가 안전성을 보증했다지만 원전 사고로 생긴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아무리 공신력 있는 과학적 평가일지라도 그 불확실성에 기인한 불안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그간 일본 정부가 보인 태도는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본 언론들조차 정부의 신뢰와 책임 문제를 지적했다.(중략) 아무리 가까운 이웃 사이라도 때로 건강한 긴장은 필요하다”고 썼다.

이는 조선일보의 ‘무조건적인 일본 정부 입장 대변’이나 중앙일보의 ‘괴담 그만’식의 논조와는 확연히 다르다. 조선과 중앙이 24일자 사설에서 ‘핵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로와 마찬가지’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한국 해역으로 올 때 남아있는 것은 무시해도 좋을 것’ ‘국내 다수 과학자가 오염수가 태평양에 희석돼 어패류 등 수산물에 끼칠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견해’라며 방류 무해론을 거의 단정적으로 주장한 데 반해, 동아는 ‘핵 오염수 방류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 아무리 공신력 있는 과학적 평가일지라도 불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아의 이런 논조는 오히려 한겨레·경향이나 환경단체들의 입장에 더 가깝다.

‘모처럼 조성된 한일 우호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며 일본 정부 입장에 반대하지 말 것을 주장한 중앙일보와도 차이가 난다. 동아일보는 한일간 ‘건강한 긴장 관계’를 강조했다. ‘건강한 긴장관계’란 무엇인가? 한쪽이 희생하더라도 반대하지 말고 무조건 ‘좋아, 빠르게 가자’(윤석열)는 식이 아니라,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핵 오염수 방류를 마치 자기 일처럼 적극 찬성하고 홍보까지 나선 윤석열 정부, 또 이에 동조한 조선, 중앙과는 전혀 다른 견해다.

중앙은 또 ‘야당도 국민의 불안을 필요 이상 자극하는 무책임·비과학적 행태는 자제해야 한다’며 국민 다수와 야당의 우려를 ‘무책임한 괴담·선동’으로 치부했다. 한덕수 총리는 24일 ‘오염수는 걱정 없고 가짜뉴스와 허위선동이 문제’라고도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의 견해는 국민 다수와 야당의 우려를 ‘괴담·선동만으로 일축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또 ‘일본 정부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 않아 기시다 총리의 “책임지겠다”는 말도 믿을 수 없고, 방류기간 30년 발언도 확언하기 어려운데다, 주변국 피해엔 눈감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태도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동아일보는 그동안 일본 핵 오염수 방류 관련 보도에서 조선·중앙과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지난 6개월간 동아일보가 보도한 관련 기사를 ‘오염수’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여당과 야당의 입장을 나란히 보도한 기사가 많다. 일본 정부,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받아쓰기’한 조선일보, 중앙일보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괴담’ 키워드로 지난 3개월치 조중동 기사를 검색해보면(빅카인즈), 조선일보는 기사 198건·사설 20건, 중앙일보는 기사 185건·5건인데 비해 동아일보는 기사 148건·2건 정도로 훨씬 적다.

동아는 ‘괴담 세력과의 전쟁분기점’(이기홍 칼럼, 7.21), ‘킬러 괴담에 번번이 흔들리는 나라’(오늘과내일, 7.12) 등의 칼럼에서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반대를 ‘괴담’으로 취급하며 비난하기도 했으나, 여당에 대해서도 “야당 주장을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며 수산시장 수조의 물까지 먹는 자세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7.5 사설)라는 정도의 양비론적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방류가 시작된 24일자에서는 후쿠시마 현지 르포 기사를 통해 일본인들의 불안감을 제목과 본문에서 전했다.

동아일보 8월 24일 1면 기사
동아일보 8월 24일 1면 기사

언론계에서는 동아일보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조선, 중앙과는 조금 다른 논조를 드러내고 있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형제지인 조선·중앙과 ‘차별화 전략’을 꾀하는 것, 조선·중앙처럼 극악스러운 ‘친윤’ ‘친정부’ ‘친일’ 매체로 분류되고 낙인찍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선·중앙 출신 언론인들이 정부 고위직을 내려받는데 비해 동아 출신들은 소외받고 있어 반발하고 있다는 가설도 있다. 최근 공공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조선·중앙 출신 상임이사들이 이사장에 항명·해임을 주도했으나 동아 출신 비상임이사가 이를 저지해 무산됐다는 뒷얘기도 이런 맥락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그동안 ‘기득권 언론’이자 ‘친윤 매체’로 알려진 동아일보조차 윤석열 정부의 폭주와 무책임, 무능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여당이 조금이라도 귀담아 듣는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조폭처럼 ‘조중동’으로 똘똘 뭉쳐 몰려다니며 여론을 왜곡·호도하던 ‘언론 카르텔’이 혹시라도 약해지거나 무너지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시민으로서는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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