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력 저지투쟁…"역사에 후회 남길 결정"

중국 "극히 이기적"…일본산 수입금지 확대 예고

기시다, 윤석열‧바이든 지지 재확인 후 결심한 듯

IAEA, 부실‧졸속 보고서로 일본에 멍석 깔아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 핵 오염수를 끝내  24일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22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3 08. 22 [AFP=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 핵 오염수를 끝내  24일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22일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23 08. 22 [AFP=연합뉴스}

일본이 지구 해양생태계와 전 인류를 상대로 끝내 '도박'을 감행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한국 시민사회와 중국 등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어민의 반대에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핵 오염수 방출을 24일부터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기시다 총리는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헥 오염수 방류 관계 각료회의를 마친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대응에 폭넓은 지역·국가로부터 이해와 지지 표명이 이루어져 국제사회의 정확한 이해가 확실히 확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뒤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해양 방류 개시 시점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21일 일본 정부가 9월부터 후쿠시마현 근해에서 저인망 조업 금지가 해제되는 것을 고려해 '8월 중' 해양 투기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에 방류가 개시되며,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이후로 보면 약 12년 만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기시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ALPS'(첨단액체처리시스템.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로 표기)를 거쳐 탱크에 보관된 핵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하게 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 개시와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3.8.22.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 개시와 관련해 "기상 등 지장이 없으면 24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3.8.22. [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윤석열‧바이든 지지 재확인 후 결심한 듯

희석하는 것은 ALPS로 핵 오염수를 '처리'해도 삼중수소(트리튬)가 걸러지지 않아서다. 일본 정부는 핵 오염수를 희석하면 삼중수소의 농도가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에 불과해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방류 기간을 대략 30년 정도로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기시다는 "향후 수십 년의 장기에 걸쳐 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로서 책임감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시다의 '24일 방출 결정'은 한국 정부와 여당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내년 총선 정국이 본격화하기 전에 빨리 실행하라고 요구했다는 아사히신문 기사가 보도된 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아사히 보도에 대해 정부‧여당은 국내 언론을 상대로 하던 모습과는 달리 정정보도 요구나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아사히 논설위원 하코다 데쓰야는 지난 16일 서울발 기사에서 "윤 정권과 여당(국민의힘) 내에서는 당면한 현안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의 처리수(핵 오염수) 방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내년) 총선거에 악영향이 적은 이른 시기에 실시하라고 요구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 의향은 일본 쪽에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되고 있어, 일본 정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8.18.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8.18. 연합뉴스

민주당 총력 저지투쟁…"역사에 후회 남길 결정"

지난 18일 미국 대통령 휴양지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3국은 주장하지만, 기시다는 여기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최종 결심을 굳혔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싸잡아 비판하며 '총력 저지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일본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곧바로 긴급 의원총회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총괄대책위'는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국민 85%가 반대하는 후쿠시마 핵물질 오염수 해양 투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역사에 후회를 남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을 겨냥해 "일본이 오염시킨 바다 위에서 일본과 군사 협력을 하는 상황은 국민의 자존심과 국격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우리 국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홍콩 가게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 18일 홍콩의 한 고위관리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할 경우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
지난 12일 홍콩 가게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 18일 홍콩의 한 고위관리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할 경우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

중국 "극히 이기적"…일본산 수입금지 확대 예고

중국도 거센 반발을 예고했다.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는 전 지구적 해양 환경과 인류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무시하고 핵 오염수 투기를 고집하고 있다"며 "그것은 극히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며 중국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015년 "관계자의 이해를 얻지 않고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며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문서로 약속한 사실을 거론한 뒤 "자기 약속을 어김으로써 일본 정부는 자국인과 국제사회 모두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왕 대변인은 "핵 오염수는 한번 바다에 방류되면 다시 거둬들일 수 없다"며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의 정당한 우려를 진지하게 여겨 잘못된 결정을 중지하고 해양 방류 계획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부터 후쿠시마현 등 일본의 10개 도·현에서 생산된 수산물과 식음료 등에 대한 전면적인 방사능 검사를 벌이는 중국은 그동안 일본이 투기를 개시하면 수입 금지 조치를 수산물 이외 품목으로 확대하고 범위도 현재의 10개 도‧현 이상으로 넓힐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조아진 작가의 '일본 후쿠시마 스시 맛집'
조아진 작가의 '일본 후쿠시마 스시 맛집'

기시다, 핵 오염수 "24일 방출"…끝내 인류 상대 '도박'

앞서 IAEA는 지난달 4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이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면서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IAEA는 보고서에서 "해양 방류는 일본 정부의 결정이며 그 정책을 지지하거나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무책임'한 행태를 드러내 빈축을 샀다. 특히 종합보고서 발표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반론 무시와 졸속 공개, 일본과의 '100만 유로 검은 거래' 의혹이 불거져 IAEA의 신뢰성에 금이 가기도 했다. 부실한 보고서로 일본에게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됐다.

기시다 정부가 '해양 방출 강행'을 결심한 결정적 근거로 삼는 것은 IAEA 보고서였다. 그런데도 보고서는 일본이 제시한 해양 방출 외 다른 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고, 정화 장비인 ALPS에 대한 성능 검증도 없었고, 해양생태계와 인간에 미칠 환경영향 평가도 없었다.

기시다 일본 정부가 국제사회의 우려와 반대, 만류를 물리치고 전 지구와 인류를 상대로 끝내 도박을 하고 나섰다. 이 같은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바이든 미 행정부와 윤석열 한국 정부가 사실상 '도장'을 찍어줬다. 후폭풍이 어떨지, 역사가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