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창립기념식에서 '막말 축사'

"유엔사 해체하는 종전선언" 가짜뉴스 유포도

취임 1돌 때 "반시장적 비정상적"에서 더 나가

민주당 "윤석열, 극우 유튜브 시청 끊으라"

통일장관에 뉴라이트계 극우인사 지명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는 역대 대통령의 취임사와는 달랐다. 그는 '자유'를 35번 언급할 동안 으레 나오는 '통합'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다음 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통합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발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합'이 당연하다던 윤 대통령의 1년은 사실상 '극우'로 수렴한 모습이다. 정전 70주년인 2023년에도 그에게는 '반공'만이 '지상 명령'처럼 보인다. 그리고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반국가 세력'이다. 남북 관계는 파탄이 났고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그것이 진짜 평화라고 한다. 시대의 비극이다.

윤 대통령이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한 축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상식 벗어난 윤석열 "문 정부, 반국가 세력"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이라고 칭하며 "핵 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다시 침략해 오면 유엔사와 그 전력이 자동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전선언 합창이었으며, 우리를 침략하려는 적의 선의를 믿어야 한다는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이었다"면서,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에 대해 "자유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치명적으로 흔들린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9일 국무회의를 열고 자신의 취임 1주년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작심하듯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시장적, 비정상적"이라고 맹비난을 한 바 있다.

대북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 쇼'라고 했던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를 여러 차례 비난했었다.

그는 지난해 9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교실에서 한 친구(북한)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보였다"고 깎아내렸으며, 올해 1월 외교부·국방부 신년 업무보고에서는 "무슨 종전선언이네 하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그런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칭한 것은 '통합'과 '협치'를 추구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발언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을 '불순 세력' 취급하는 것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발언 장소가 반공연맹의 후신인 자유총연맹이었고 극우층 결집을 위한 의도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할 '선'을 넘었다.

발언 내용도 포털 뉴스 댓글이나 극우 단체 집회 발언 수준이었뿐 아니라, 윤 대통령 말대로 문재인 정부가 '반국가 세력'이라면, 문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했던 윤 대통령 자신도 '반국가 세력'인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며 윤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입장하며 윤 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19.7.25.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 비난에 그치지 않고, 민주·진보 진영과 시민사회를 향해서도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라며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고 했다.

하지만 '가짜뉴스과 괴담이 자유 대한민국을 흔든다'고 말한 윤 대통령 본인이 오히려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그는 종전선언이 유엔사를 해체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극우 매체, 극우 정치인, 극우 단체의 주장일 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가 구상한 종전선언은 비핵화 로드맵의 입구 단계에 해당하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고 유엔사 해체와 관련 없다.

이는 문 전 대통령 자신도 지난 2018년 9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종전선언에 대해 "전쟁을 종식한다는 '정치적 선언'을 먼저 하고, 그것을 평화협정 체계를 위한 평화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전선언의 개념에 대해 평화협정과 비슷하게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효력이 있어 유엔사를 해체하게끔 만든다거나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 받게 하는 효과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방북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과 똑같은 개념으로 종전선언을 생각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유엔사는 평화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에 따라 대 중국 견제 목적의 '전쟁기구'로 부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반도 정세와 역내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3월 25일자 [좀비 유엔사] 긴 동면 끝내고 전쟁기구로 부활하나 참고)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1일 1질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소영 원내대변인, 박 원내대표, 송기호 변호사. 2023.6.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1일 1질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소영 원내대변인, 박 원내대표, 송기호 변호사. 2023.6.19 연합뉴스

민주당 "윤석열, 극우 유튜브 시청 끊으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날(28일) 윤 대통령을 향해 "극우 유튜브 채널 시청을 끊으라"며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극우적 인식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무분별한 말 폭탄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만큼이나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야말로 거짓선동과 가짜뉴스 생산을 멈추라.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흔들고 법치를 훼손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 대통령 자신"이라고 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29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전임 정부의 정책을 문제 삼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대통령은 처음"이라면서 "국민들이 동의하기도 어렵고 용납할 수도 없는 극단적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의 한반도평화정책, 노무현 정부의 10·4 남북공동성명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체제와 평화경제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 평화와 번영, 미래를 넘겨주기 위한 절실하고도 절박한 노력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핵심 가치 가운데 하나는 국민통합"이라며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의 선거로 뽑히고 국민의 동의 위에서 추진된 한반도 정책을 문제 삼아서 전임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국민통합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식으로 돌아와서 국민을 보고 정치를 복원하는 데 힘써야 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 이용선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민주당 이용선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반국가세력' 발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제 1당이 반국가 세력이면 대한민국 국회도 반국가 세력이 접수했다는 말이냐"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반국가세력이라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48%의 국민도 윤 대통령에게는 반국가 세력이냐"고 따졌다.

이어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한 약속이며, 심지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재확인된 약속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종전선언을 담은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반국가 세력이냐"고 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한반도의 평화는 더 위태로워졌다. '반국가 세력의 선동' 운운한다고 해서 본인들의 실정이 가려지지 않는다"면서 "어제의 발언이 정말 대통령 자신의 생각이라면, 대통령이 당장 나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할 수 없다. 남은 4년 동안 내내 대한민국 국민을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고, 극우 보수만을 위한 대통령으로 일하겠다면, 4년 후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나라를 팔아먹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공외친 윤석열, 통일부 장관에 극우 인사 지명

자유총연맹에 대해 "공산세력의 침략에 맞서 피로써 지켜낸 자유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힘써 왔다"고 극찬한 윤 대통령의 편협한 대북 인식은 정부 인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9일 신임 통일부 장관에 '뉴라이트' 성향 학자로 평가되는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명했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도착해 장관 후보자가 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신임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9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도착해 장관 후보자가 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6.29. 연합뉴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교수를 통일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김 교수는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라고 했다. 또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고 발언했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강압적 흡수통일론에 가까운 통일관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그의 사고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에 반할 뿐 아니라,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정부의 공식 방침과도 반하는 인물"이라면서 "이런 인사를 다른 부처도 아니고 통일부의 수장으로 앉힌다니, 황당할 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비난하며,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에 대해서는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폄훼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태극기 집회에서나 마주할 만한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을 드러낸 인물이 정녕, 통일과 남북대화를 관장하는 통일부의 수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며 "윤 정부가 남북관계 파탄과 멸북통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김 교수에 대한 통일부 장관 지명 검토를 즉시 중단하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비판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장차관 인선을 발표하며,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국제 정치·통일 정책 분야 전문가"라면서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어 원칙 있는 대북정책,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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