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2천명 참여 '국민대통합 김장' 27일 개최

극보수 3대 관변단체 주목…총선 대비 예행연습?

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윤 대통령 직접 찾아가 각별히 챙겨…보조금 급증

'정치적 중립' 정관 삭제, '가짜뉴스 추방운동' 밀착

공무원노조, 행안부 항의 방문…"강제 동원 규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여사가 11일 오후 정부중앙청사에서 행정안전부 간부 부인, 여직원회인 '한우리회' 회원들과 함께 소외이웃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08년 12월 11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가 정부중앙청사에서 행정안전부 간부 부인, 여직원회인 '한우리회' 회원들과 함께 소외이웃에게 전달할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난데없이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를 벌이겠다면서 극우보수 성향의 관변단체들과 전국 226개 시군구 공무원들을 대거 동원할 태세다.

행정안전부는 과거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개최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국민 대통합'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2000명 규모의 대형 행사를 치른 적은 없다. 이 때문에 내년 4월 총선에 대비한 '동원 예행연습'이거나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 아니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공무원 단체들도 21일 행안부를 항의 방문하고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행안부는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를 오는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김장 행사를 개최해 왔는데 코로나19 완화에 따라 4년 만에 행사를 재개한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올해는 나눔과 봉사의 의미를 더욱 확산하기 위해 지자체별로 각각 추진하고 있는 김장 행사를 하나로 모아 추진할 예정"이라며 "각기 김장 행사를 추진하고 있던 농협, 자원봉사단체, 국민운동단체 등도 함께 참여해 통합과 화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행안부와 농림축산식품부, 243개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최하는 이번 김장 행사는 한국자유총연맹 등 국민운동 3단체와 자원봉사자, 소상공인, 외국인 근로자, 장애인, 청년·노인, 탈북민 등 총 2000명이 참석하는 대형 행사로 기획됐다. 이들이 함께 전국의 재료를 하나로 모아 김치를 담금으로써 국민 대통합 분위기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창립 69주년 기념식에 입장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조직 동원력 측면에서 특히 주목되는 '국민운동 3단체'는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를 일컫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들 3개 단체를 모두 직접 방문하며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왔다. 내년 총선 동원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들 3개 관변단체가 받는 보조금 총액은 윤석열 정부 들어 급증했다. 2019년 599억 원, 2020년 568억 원, 2021년 615억 원, 2022년 731억 원, 2023년 777억 원이다. 관변단체가 정부 및 지방으로부터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받는 이유는 '관변단체 육성법' 때문이다. 전두환 정부 시절이던 1980년 '새마을운동조직 육성법'이 제정됐으며 이후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 1991년 '바르게살기운동조직 육성법'이 연이어 제정됐다. 2000년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이 제정되며 공정한 민간단체 지원 방안이 마련됐지만 육성법은 폐지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들 관변단체는 정부 영향력, 특히 '코드'가 맞는 보수 정권의 입김에 취약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허위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은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었다.

자유총연맹은 지난 3월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하고 극우 성향 유튜버들을 대거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행사의 축사에서 "한국자유총연맹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의 용기와 열정을 기대하겠다"고 적극적인 역할을 대놓고 당부했다.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도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서 연맹은 이념적 정체성과 조직을 재정비했다"며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안보 지킴이 역할에 위협되는 세력과는 단호한 태도와 명확한 입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에 참석,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2023.11.7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달 7일에는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를 찾아갔다. 바르게살기운동 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역시 1999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두 번째였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바르게살기운동이 가짜뉴스 추방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인권과 민주 정치를 확고히 지켜줄 것으로 믿는다"고 강한 애정과 신뢰를 표시했다.

실제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는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회원대회에서 '가짜뉴스 추방운동본부'를 출범시켰고, 올해 8월 31일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가짜뉴스 근절과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등 윤석열 정부 기조에 노골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전두환 정권 때 삼청교육대 사건을 주도했던 사회정화위원회의 후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달 12일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 '청년의 약속' 선포식에 참석해 "그동안 대한민국의 눈부신 성장과 번영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국민들의 의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다"며 ""이러한 의지와 신념을 이끌어준 위대한 지도자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과거의 비약적 성장을 다시 이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고도성장을 일궈낸 새마을 정신을 지금 되새겨 혁신과 창의로 뭉쳐야 한다"면서 "새마을운동 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사회로 확산해 연대와 협력을 수행해낼 때 우리가 다시 힘차게 도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도에 새마을 정신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뤄내자는 구호는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모두 '박정희 향수'를 자극하는 발언들이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고 추도사에서는 "위대한 지도자" "하면 된다는 기치" "세계사적 위업" 운운하며 시종 '박정희 찬가'를 부른 바 있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와 밀월을 넘어 유착 관계로 의심받는 관변단체들이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에 조직적으로 참여하는 데 더해, 전국 시군구 공무원들에게도 강제적인 동원령이 떨어져 이 행사의 의도를 두고 의혹과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가 8일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열고 김치를 담그고 있다. 2023.11.8. 연합뉴스
청주육거리종합시장상인회가 8일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종합시장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열고 김치를 담그고 있다. 2023.11.8.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21일 '행안부 국민대통합 김장 행사 규탄'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정부는 보여주기식 관변행사에 대한 공무원 강제 동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공노는 "이태원 참사 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던 행안부 장관은 지난 주말 지방 행정 정보시스템 장애로 인해 수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었음에도 '송구하다'는 한마디로 책임을 회피했다"면서 "결국 전국 지자체의 민원 담당 공무원들이 국민들을 상대하며 사태 수습에 나서야 했다"고 최근의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를 소환했다.

이어 "심지어 시스템 장애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행안부는 보여주기식 행사를 위해 전국 226개 시군구에 공무원 동원령을 내렸다"며 "전국 각지에서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공무원들을 강제로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기식 행사에 참석시키는 것은 오히려 국민 대통합을 방해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이날 공주석 위원장과 김민성 사무총장 등이 행안부 자치행정과를 항의 방문해 김장 행사 추진에 따른 인력 동원 문제점 등을 전달하고 행사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시국에 과연 누구를 위한 선전용 행사인가?"라며 "이미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은 해마다 김장 나누기 행사를 하며 소외된 이웃에 대한 나눔 행사를 정례화해 운영해 왔다. 가뜩이나 바쁜 연말, 행정 현장에 직접 나가 소외된 이웃을 돌봐도 시원치 않을 판국에 전국 각지 공무원을 홍보용 김장 행사를 위해 한자리에 모이라니 국가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한 업무가 맞는지 두 눈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또 "지금도 전국의 민원 담당 공무원 노동자들이 수많은 민원인으로부터 전산망 오류와 관련해 대신 뭇매질당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행안부는 심각성을 모른 채 전국 각지 공무원을 교통비도 지자체 부담으로 떠넘기면서 한자리에 모이게 하여 홍보용 '보여주기식 행사'에 강제 동원을 하려 하고 있다"며 "국민 대통합 김장 행사 같은 일회성 보여주기 정책에 시간과 돈 낭비 말고, 정부조직법상 본연의 역할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총선 개입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는 자유총연맹 등 관변단체들이 행사의 주축이라는 점에서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김장 행사를 핑계로 관변단체를 끌어모아 관권선거에 시동을 걸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관변단체 모아 통합 외친다고 '국민통합'이라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면서 "총선을 대비한 관변단체 가동체계 점검행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카르텔 운운하며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윤석열 정부가 관변단체 보조금은 증액시켰다. 그리고 관변단체들은 정치 중립을 포기하고 총선 개입 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그렇게 척결하겠다고 외쳤던 선거 카르텔이 아니고 무엇인가? 관변단체를 앞세워 관권선거를 획책한다면 국민의 분노와 심판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엄중히 경고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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