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타도하자, 시진핑 제거하자"는 극우 인사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반일종족주의적 사고"
"박근혜 탄핵으로 체제전복 세력에게 붉은카펫 깔아줘"
윤 대통령, 다음주 중 김 후보자 임명 강행할 수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구했다. 재송부 시한은 27일까지다.
이에 앞서 여야는 지난 21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으나, 마감일인 24일에도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보고서 채택이 안 돼도 대통령은 국회 동의 없이 장관 임명을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변이 없는 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을 다시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다음주 중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미 국회 보고서 채택 없이 14차례나 고위직 인사 임명을 강행한 전례가 있다. 박진 외교부·이상민 행정안전부·원희룡 국토교통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한동훈 법무부·김현숙 여성가족부·박순애 교육부·이주호 교육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김창기 국세청장·윤희근 경찰청장·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김주현 금융위원장·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이다.
전례를 보면 윤 대통령이 김영호 후보자에 대해 특별히 좌고우면할 것 같지 않다. 윤 대통령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도 ‘모양새 만들기’이기 쉽다. 대통령실도 인사청문서 “절차와 법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김영호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의 ‘부적격’을 넘어 ‘무자격’ 사유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 후보자가 통일부 장관이 되면 ‘통일부 아닌 분단부’가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무엇보다도 김 후보자의 ‘김정은 정권 타도’와 같은 적대적이며 극우적인 대북관이 통일부 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의 필요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청문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쏟아져 나왔다.
“김정은 정권 타도하자”는 인사가 통일부 장관?
“김정은 정권이 타도되고 북한 자유화가 이루어져서 남북한 정치체제가 ‘1체제’가 되었을 때 통일의 길이 비로소 열리게 된다.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다. ‘민족통일’이 아닌 ‘체제통일’을 해야 한다.” (2019년 4월 18일)
“남북관계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적대관계이다. (…)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과 개헌이 북한과 연방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무리수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8년 9월 13일)
김 후보자가 인터넷 매체 ‘펜앤드마이크’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적대적 대북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것은 차치하고, 이는 ‘반헌법’적 주장이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 정권 타도하여 체제통일, 흡수통일 하자’는 주장은 헌법에 위배된다. 심지어 윤 정부의 ‘통일론’도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의 주장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 특별선언’ 이후 북한을 “반국가단체이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판단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헌법 해석과도 충돌한다. 김 후보자는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반일종족주의적 사고”
김 후보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두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7월 ‘반일종족주의’ 북콘서트에 초청받아 간 자리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반일종족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다”고 발언했다.
‘반일종족주의’는 뉴라이트 세력의 주장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강제성을 부인해 역사학계와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책이다.
“박근혜 탄핵으로 체제전복 세력에게 붉은 카펫 깔아줘”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시민들을 ‘체제전복 세력’으로 모욕했다. 시민들에 대해 ‘붉은 잉크’라는 비유를 들이대기도 했다. 그가 2018년 6월 7일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면 얼마나 색깔론에 빠져 있는 인물인지 알 수 있다.
“(2017년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은) 체제전복 세력에게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 이제 한국 사회는 젖은 스펀지에 붉은 잉크를 한 방울 뿌리면 스펀지 전체가 금방 붉어지는 것처럼 전체주의의 일상화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다.”
청문회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자료제출 거부
김 후보자는 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청문회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거부였다. 그의 이런 불성실한 태도 또한 ‘무성의’를 넘어 ‘무자격’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미제출 자료 목록을 보면 후보자·배우자·직계비속의 주식 거래 내역, 후보자의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 후보자·직계비속의 병적기록부, 배우자·직계존비속의 각종 과태료 부과, 납부, 체납 내역, 후보자·배우자·직계존비속의 관세법 위반 여부 및 그 내역, 후보자 직계비속의 학적 사항, 배우자·직계비속에 대한 건강보험료 납부, 체납 내역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범죄사실, 부동산 거래 내역, 가상자산 거래 내역, 학생 군사교육 이수 증명, 교수 시절 연구보조금 지출 내역 등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국회를 무시하고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자료를 내는 게 부담스럽다면 후보자를 사퇴하고 대통령실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카르텔 보조금으로 수해를 지원한다는데, 국무위원 되려는 분이 연구보조금 쓴 내역은 제출해야 할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유튜브 자료도 제출 거부…‘극우 발언’ 때문에?
김 후보자가 제출을 거부한 자료 중에는 ‘극우 발언이 가득 담긴’ 유튜브 영상도 있다. 김 후보자는 “감출 게 없다”면서도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김 후보자측은 “영상을 삭제했기 때문에 복구에 한 달이 걸린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제출하기 어렵다”는 해명도 내놨다.
김 후보자의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 운운은 원론적으로도 잘못된 주장이다. 청문회는 원래 ‘논란’의 자리고 ‘오해’가 있다면 그걸 푸는 자리다. 게다가 교수이자 학자인 김 후보자는 수년간 논문은 안 쓰고 유튜브 활동에만 열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에서 ‘잡담’을 한 게 아니라 ‘논평’이라는 이름으로 발언했으니 내용을 검증해야 한다. ‘논문’도 없으니 더욱 그렇다.
김홍걸 의원이 “후보자가 5~6년 간 논문을 안 쓴 반면, 유튜브는 전업 유튜버가 놀랄 정도로 굉장히 많이 했기 때문에 정책검증을 하려면 유튜브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어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영상을 삭제했기 때문에 제출하기 어렵다”는 해명도 거짓말이다. 이용선 의원이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 한국지사에 알아보니 사실이 아니었다. 이 의원은 “백업 버전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복구 의사가 있으면 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복구 절차에 따라 해보니 바로 되더라"라고 반박했다. 박홍근 의원도 “유튜브 영상을 바로 복구할 수 있는데, 거짓말로 국민을 기망한 것”이라고 분개했다.
유튜브로 3억 7000만원 벌어
어떤 유튜브였을까. 김 후보자는 지난 2018년 7월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최근까지 운영해왔다. 구독자가 24만여 명에 이르는, 잘 나가는 채널이었다. 유튜브를 통해 얻은 수익은 지난해까지 5년간 약 3억 7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발표되기 직전 유튜브 계정을 닫아버렸다.
김 후보자는 대북·통일정책, 외교·안보, 국제정치 등 분야의 국내외 정치와 관련된 ‘논평’ 2800여 건을 방송했다. 하루 1.5개꼴이다. ‘극우적’ 시각을 담은 내용이 태반이었다.
“북한 전문가 아니다”
김 후보자는 북한 전문가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이 “유튜브 발언 중에 터무니없이 ‘김정은 급변 사태’ 얘기가 참 많은데 근거가 있느냐”고 물으니 김 후보자는 “학자적인 입장에서 북한 내부를 들여다보고 미국이라든지 국내 자료를 보고 나름대로 해설을 한 것”이라고 ‘학문적 근거’ 없이 막연한 답변을 했다.
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중 2012년 초 인사 때 교체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51시간 동안 파악하지 못한 외교안보라인을 경질하는 차원의 인사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용선 의원이 이에 대해 묻자 김 후보자는 “교체가 아니라 의원면직으로 보시면 된다”고 답변했다.
“시진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김 후보자의 과거 발언 중에는 “미중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시진핑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기이한 내용도 있다. 남북평화와 통일문제에 관한 한, 현실적으로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상식이다.
1992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두 나라의 관계는 전반적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2008년 두 나라가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한 뒤로는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런 사실과 상식을 무시하고 망상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 사람이 어찌 통일부 장관 자리에 앉을까. 가뜩이나 윤석열 정부 들어선 뒤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는 “핵공유에 미국이 동의 안 하면 NPT를 탈퇴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모두 평화와는 거리가 먼, 호전적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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