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재개발원장 김채환 내정자 막말

"좌파가 노무현 죽음으로 내몰아 표 받아"

"문재인, 군장병 생체실험" "이태원 제물 삼아 축제"

대통령실 "교육·소통 능력 뛰어나 합당하다고 판단"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2023.6.30. 유튜브 갈무리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2023.6.30. 유튜브 갈무리

공무원 교육과 양성을 총괄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사진)에 '극우 유튜버' 김채환 씨가 내정된 가운데, 그가 과거 유튜브에서 했던 막말로 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종용한 세력이 있다는 듯 음모론을 제기하고, 민주·진보 세력이 세월호·이태원 참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K-방역'을 홍보하기 위해 군인에게 생체 실험을 했으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국민을 선동하는 가짜 사이비 신부라고 했다.

이에 언론에서 김 씨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비판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인사가 합당하다고 평가하며 귀를 닫고, 여당 최고위원은 과거 발언으로 문제 삼지 말라고 했다. 총체적 난국이다.

"분신 유도한 운동권이 노무현에 죽음 강요"

대통령실은 지난 29일 차관급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에 김 씨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운영 중인 극우 유튜브 채널 '김채환의 시사이다'에서 했던 발언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김 씨는 지난 4월 16일 '14년만에 드러난 충격적 진실'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죽어서 좌파 세력 전설이 되었는데, 그가 죽기 전에도 영웅이었나, 전설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냐"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좌파 세력'이 종용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내정자.

그는 "수많은 분신을 유도했을지도 몰랐던 운동권 세력들의 설득, 이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누군가가 노무현에게 죽음을 선택하도록 강요했다면 그 요구의 강도가 어느 정도 센 것이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라고 했다.

또 5월 23일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그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본 자가 있지 않냐"면서 "좌파들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다음, 그를 전설로 다시 우상화시켜서 재탄생 시키고 국민들에게 표를 받아낸 것, 이것이 진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월호의 죽음, 이태원의 죽음, 죽음을 제물로 삼아 축제를 벌이고자 하는 자들의 굿판을 어떻게 하면 좋겠나"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방역 정책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내세웠다. 그는 5월 28일 영상에서 "코로나가 극성이던 2021년 8월4일 청와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문 전 대통령이) 군인들의 마스크를 벗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군 통수권자가 군인을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린 셈"이라고 했다. "충격적인 만행"이라고도 말했다.

당시 국방부는 군 장병의 집단면역 형성을 전제로 야외기동훈련 등을 정상화하기 위해 선제적 방역 완화를 검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군의 접종 완료율이 94%에 육박함에 따라 군의 활동을 단계적으로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높은 접종 완료율의 효과를 확인하라는 것이 대통령 지시사항의 취지"라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이 같은 배경은 고려하지 않고, 군 방역 완화 검토에 대해 "K-방역의 홍보를 위해서였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말아먹은 그가 자신의 유일한 치적이라면서 내세우는 K-방역의 성공을 홍보하고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를 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등의 주장을 했다.

또 그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9년 만에 시국미사를 올린 직후인 3월 21일 사제단 신부들을 향해 "이들은 일본이 아직도 제국주의 시대에 멈추어 있다고, 아직도 이웃국가를 탐하고 있다고, 이들이 또 한국을 먹을 수 있다고, 국민을 선동해서 죽창가로 최면을 걸려는 어설픈 사이비 가짜 신부들"이라고 막말을 했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자신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무고죄로 고발한 뒤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3.6.15.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국민의힘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자신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김남국 의원에 대해 무고죄로 고발한 뒤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2023.6.15. 연합뉴스

대통령실 "교육·소통 능력 뛰어나 합당하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전혀 개전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무원인재개발원장 내정자의 가짜뉴스가 유튜브에 나오는데 인선 전에 확인됐느냐', '가짜뉴스로 공무원 교육을 하는 것이 적당하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 "임명된 분이 어떻게 (조직을) 이끌어 가는지 지켜보자"며 "가짜뉴스로 공무원을 교육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 씨의 이력과 업무 연관성에 대해선 "교육과 언론 분야에서도 일했고 소통에 능하다"며 "인재개발원이 공무원을 재교육하는 곳이라 교육과 소통 능력이 뛰어난 분을 찾았고 그에 합당하다고 판단해 임명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포털에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김 씨는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 서울사이버대학교 전임교수, 연세대학교 외국어학당 강사, LG 인화원 초빙강사, 서울신문 칼럼니스트, 법률저널 대표, 엘이씨에듀넷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하지만 극우 유튜버를 하며 음모론, 가짜뉴스를 제기하고 비방한 이력이 있는 자가 공무원 교육에 합당한지 의문이다.

여당에서는 과거 발언을 문제 삼지 말라는 '적반하장'격 주장이 나왔다. 나왔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3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치적 발언의 자유라는 것은 공직에 들어가기 전 누구에게나 폭넓게 보장되는 것"이라며 "공인이 되기 이전의 정치적 발언의 자유와 공인이 되고 나서 언행에 대해서는 판단 기준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직 임명 전 발언을 문제 삼지 말라는 장 최고위원은 이달 초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의 과거 발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며 "이재명 지키기 운동에 앞장섰던 사람답게 이재명 대표와 잘 어울리는 환장의 커플이다" "민주당스럽고 이재명스러운 이래경 위원장을 왜 사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맨 왼쪽은 장경태 의원. 2023.6.16. 연합뉴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맨 왼쪽은 장경태 의원. 2023.6.16. 연합뉴스

민주당 "윤석열, 제발 유튜브 끊어라" "쓰레기"

민주당에서는 곧바로 비판이 쏟아졌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30일 당 회의에서 김 씨가 운영했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문재인 군 생체실험' '세월호 이태원 굿판' 등 자극적 허위 사실로 극우 보수층을 선동하는 내용이 즐비했다"고 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영상을 시청하고 "쓰레기네"라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전날 김 씨 내정에 대한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을 향해 "극우 유튜브 채널을 그만 시청하라고 했더니 아예 극우 유튜버를 고위공직에 임명하느냐"며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거짓선동이나 하는 사람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에 등용하다니 정말 기가 막히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경위로 김채환 내정자를 임명하게 됐는가. 그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공무원 교육을 총괄할 적임자라고 무릎을 쳤느냐"며 "이런 황당무계한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사람의 유튜브를 들으니 대통령이 전임 정부와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고 극우 인사들과 어울리며 국정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제발 극우 유튜브 시청을 끊고 극우 인사를 멀리하시기 바란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내정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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