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나 갖다 붙이는 '포퓰리즘' 딱지, 본질 흐려

윤석열과 국힘의 차별‧혐오 조장 위험성 직시해야

'종북몰이' 업그레이드 버전 '혐중 선동' 가짜뉴스

권위주의+반공주의+인종주의 전형 여실히 드러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2023.6.28. 연합뉴스

요즘 한국에서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들에 의해서 잘못 해석되고 적용되는 대표적인 개념 중의 하나는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중적 인기를 얻기 위한 개혁을 약속하는 정치인들의 행위는 뭔가 잘못된 것이고 '포퓰리즘'이라는 식이다. 예컨대 '최저임금을 올리겠다',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주로 '포퓰리스트'라고 비난받는 것은 민주당이나 문재인, 이재명 같은 정치인이다. 주로 족벌언론들이 이런 식의 논법을 사용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예컨대 정의당 소속의 정치인들인 조성주, 류호정, 장혜영 등이 함께하는 '세 번째 권력'은 "이재명식 포퓰리즘과 윤석열식 신권위주의는 주요 정당을 책임 영역 밖으로 쫓아냈다"고 주장한다.

노동운동가 출신에서 보수언론에 자주 나오는 논객으로 변신한 한지원 작가는 문재인 정부를 평가하면서 "포퓰리즘의 끝을 봤다"고 했다. 진중권 교수도 "포퓰리즘을 거의 예술의 수준으로 한다"며 이재명 대표를 비아냥거렸고,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금태섭 전 의원도 "민주당도 윤석열 정부를 공격해서 점수를 따려고 한다. 이런 게 다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설픈 분석일뿐 아니라 잘못된 프레임이다. 우선 이런 식으로 '포퓰리즘'을 규정하는 것은 <조선일보> 식의 프레임과 별로 다르지 않다. <조선일보>는 '세금을 늘려서 복지를 확대한다는 포퓰리즘은 나라 망하는 길이고, 차베스처럼 이재명도 포퓰리스트'라는 주장을 반복해 왔다.

이런 프레임의 문제점은 먼저 오늘날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포퓰리즘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선동해서 대중적 지지를 결집하려는 우익 포퓰리즘'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흐리고 삭제한다는 점에 있다. 이렇게 볼 때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야말로 거기에 부합하는 세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장, 지난 대선의 전환점이 된 윤석열 후보의 '여가부 폐지' 선언과 '멸공 챌린지'를 돌아보자. 이것은 사회적 소수자인 여성에 대한 차별적 편견과 반공주의 선동을 통해서 대중적 지지를 얻으려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툭하면 꺼내 드는 '건폭', '불법', '폭력' 등 노조 혐오 캠페인도 봐야 한다.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따봉'이 더 많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를 밀어붙이려는 시도도 말이다. 얼마 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가로막은 것은 또 다른 사례다. 홍준표 시장은 "성다수자의 권익"을 주장하며 '청소년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퀴어축제를 반대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었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전형적인 우익(극우) 포퓰리스트들이다. 물론 우익 포퓰리스트들은 동시에 '법과 질서'를 외치는 권위주의자들이다.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는 이민자들과 흑인 인권 시위대를 향해서 무자비한 경찰 폭력을 휘둘렀다. 다수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소수자를 폭력적으로 짓밟는 것은 오늘날 전 세계적 '신우익 포퓰리즘' 정부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민주당도 대중적 여론과 인기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포퓰리즘적'이라며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민주당의 개혁주의적 한계와 국민의힘의 '우익 포퓰리즘'을 구분하지 않는 것은 모든 분석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것이 <조선일보>가 '차베스도 트럼프도 포퓰리스트'라고 말할 때 나타나는 허튼소리다.

이런 어설픈 분석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진정한 성격과 차이점을 정확히 구분하고 분석해서 차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이처럼 포퓰리즘을 엄밀한 구분 없이 사용할 때 양당 체제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파고들어서 제3지대를 구축하겠다는 '세 번째 권력'이나 금태섭 전 의원도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반론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것은 우익 포퓰리즘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 페미니스트이면서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확대하며 권력을 잡고 있는 우익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렇게 분석했다.

"우익 포퓰리즘의 지도는 사회를 세 그룹으로 나누는 삼자 구도이다. 맨 위에는 '피를 빨아먹는' 엘리트들이 앉아 있고, 맨 아래에는 '무임승차를 하는' 하층 계급들이 앉아 있으며, 그들 사이에 끼여 양쪽에 의해 먹잇감이 되고 있는 고결한 '국민들'이 앉아 있다. 그래서 우익 포퓰리즘은 이민자, 유색인종, 성소수자 등등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것은 '민주당의 586 엘리트'들과 '민주노총, 시민단체, 무임승차하는 중국인들'을 비난하면서 '다수 국민의 피해'를 선동하는 국민의힘의 논리와 딱 들어맞는다. 그 점에서 얼마 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국회 연설은 '우익 포퓰리즘'의 프레임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교과서와 같았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3.6.20. 연합뉴스

김기현 대표는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낙인찍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건폭'이 멈췄다"고 했다. 민주노총을 욕하며 "떼법, 폭력, 협박과의 타협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했다. 전교조를 비난하며 "교사라는 자가 북한을 찬양하고, 세뇌 교육을 한다"고 했다. 시민단체를 겨냥해 "국민 혈세에 빨대를 꽂아 사리사욕을 채운 부정한 기생 세력"이라고 했다.

절정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굴종적 사회주의자"라고 낙인찍으며 증오심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김기현 대표는 '종북몰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혐중 선동으로 나아갔다. '중국인 투표권을 제한하고 건강보험료 먹튀를 막겠다'는 논리였다. 물론 '건강보험료 먹튀' 주장은 엉터리 가짜뉴스에 기반한 악선동이다. 2021년을 기준으로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의료보험 혜택보다는 5000억 원 이상의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있다.

외국인(중국인) 투표권에 대한 '상호주의' 악선동은 더 기막힌데, 원래 이 문제는 재한 일본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일본도 재일동포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는 맥락에서 등장했다. 그래서 한국이 먼저 투표권을 부여했지만, 일본에서의 재일동포 혐오와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금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에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비판할 리는 없다.

오로지 혐중 선동에만 이것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 거주하며 살고 있는 외국인 중에서 투표권을 부여받은 사람은 영주권을 가진 겨우 5%에 불과하다. 제대로 안내하지 않기 때문인지 이들 중에서도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즉, 전체 한국 거주 외국인 중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0.5%라는 말이다.

더구나 이마저도 대선과 총선에서는 투표권이 아예 없고, 지방선거에만 참가할 수 있다. 이것은 지금 헌법에 권리의 주체를 "국민"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개헌을 제안하면서 "국민"을 "사람"으로 바꾸자고 지극히 타당한 제안을 했을 때, 기득권 우파들은 극단적 히스테리를 나타내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끝내 개헌은 없던 일이 됐다.

결국 한국에서 일하고 살아가며 여러 기여를 하고 직간접 세금도 내는 200만여 명의 외국인 중에서 아주 극소수에게, 최소한의 참정권만 있는 셈이다. 단지 그들이 외국인(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이것은 인종주의와 차별이지 민주주의가 아니다. 특히 이런 혐오와 차별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 중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에게 갈수록 집중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감을 이용해 중국에서 온 동포와 이주민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족벌언론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중국인들은 우리에게 코로나를 옮겼고 각종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집단'이고 '북한과 중국을 편드는 민주당은 반국가적인 사회주의자들'이라는 논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가서도 "허위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면서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다"며 이런 논리를 반복했다. '우리'와 '그들'을 나누고 갈라쳐서 증오와 차별을 부추기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들이 바로 권위주의적이고 반공주의적이면서 인종주의적인 우익 포퓰리스트라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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