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출3원칙 운용지침 바꾼 일본
7일 한일정상 우크라 무기지원 논의
동남아 무기시장 두고 다툴 한일
오키나와 남쪽 자위대 미사일 배치
이시카와섬 주민들 찬반으로 분열
미국 지휘 한미일 전쟁국가 체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오는 7일 서울에 오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집권(2021년 10월) 이후 일본 재무장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오키나와 남쪽 대만에 가까운 동중국해 쪽의 일본령 섬들에 자위대(일본군) 기지들이 들어서고 미사일들이 배치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이제까지 무기수출을 금지해 온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방침을 수정해 전차와 전투함정인 호위함(프리깃함) 등 살상무기까지 포함한 방위장비(무기) 수출 길을 열기 위한 법 개정 등 제도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는 최근 폴란드 등에 대한 한국의 대규모 무기수출에 대한 일본 미디어들의 보도가 늘어나면서, 일본도 그 동안 구축해 온 ‘평화헌법’ ‘평화국가’ 틀을 벗어던지고 본격적인 무기수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 일본 내의 여론 변화 움직임과도 밀접히 연동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지휘 아래 ‘전쟁국가’로 가는 한일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공명 연립정부는 지금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공급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는 155㎜ 포탄 대량공급을 포함한 윤석열 정부의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제공 논의와도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7일 서울에 오는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정부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한 논의도 할 것이며, 19일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층 더 활발해지고 있는 한일 두 나라의 방위산업 강화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공급 논의는 그 시기와 방향이 서로 상당부분 겹쳐져 있다. 이는 최근 미국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미일 3국 군사안보협력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지휘 아래 한일 두 나라가 ‘전쟁국가’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키나와 남쪽 섬 자위대 미사일배치로 분열
오키나와 본섬에서 남서쪽으로 대만에 가까운 일본 야에야마 제도의 중심인 이시가키섬(이시가키지마)에 올해 3월 육상자위대 주둔지가 들어섰다. 인구 5만 정도의 이 섬이 지금 미사일 배치를 둘러싸고 여론이 찬반으로 갈리면서 주민투표 실시 요구가 거세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말 국가안전보장전략(NSS),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계획 등 이른바 안보관련 3문서가 개정되면서 ‘적기지 공격(반격)능력’ 보유가 명기된 뒤 일어난 변화다.
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가키 시(市)가 육상자위대 주둔지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2018년이다. 이에 따라 들어선 자위대 기지에 미사일이 배치될 예정인데, 이 미사일들은 적의 착륙과 상륙을 막기 위한 ‘방어적인 장비’라는 설명이 붙었다. 그런데 이 미사일들이 인근 국가에도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를 지닌 것이라면, 방어적인 것이냐 공격적인 것이냐와는 상관 없이 미사일이 배치된 이시가키섬 자체가 인근 국가 또는 ‘적’의 공격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인근 국가’나 ‘적’은 사실상 중국을 가리킨다.
일본 방위성은 난세이제도 섬들에 배치될 장거리 미사일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섬에 배치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이시가키 시 의회는 “(미사일 배치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서를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이에따라 여론이 갈리면서 젊은이들 중심으로 육상자위대 배치계획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모임’이 결성되고, 유권자의 약 40%로부터 서명을 받아 제출했으나 시와 시 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모임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위대 주둔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찬반을 떠나 시민(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할 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자위대 주둔도 미사일 배치도 시민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의사 표시도 할 수 없다. 말하자면 시민이 없는 가운데 (중대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육상자위대 주둔지 수용에 찬성했던 사람들 사이에도 불안과 우려가 확산됐다. 그것은 기시다 정권이 안보 관련 3문서 개정 때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를 명기하면서부터다. 그것은 평화주의를 내건 ‘평화헌법’ 아래서 일본 방위의 기본방침인 ‘전수방위’(오로지 지키기만 한다) 원칙을 깨버린 것(공동화)으로, 판단을 잘못할 경우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이 될 수도 있고, 상대국의 공격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국민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기시다 안보정책 전환
이 문제에 대해 <아사히>는 3일 장문의 사설을 써서 비판했는데, 그 요점 가운데 하나는 기시다 총리가 안보 3문서 개정에 대해 전후(戰後) 일본 안보정책의 ‘역사적 전환’이라 자찬했지만 이를 위한 국민적 논의도 없이 그것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 답변에서도 “내밀한 사정은 밝힐 수 없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해 갔다.
그런 가운데 개정된 3문서에 명기된 새로운 방침을 구체화하는 작업들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방위예산(국방비)을 2027년까지 5년간 2배로 늘리겠다(GDP의 1%에서 2%로)고 한 방침의 실행 첫해인 올해 3월 말에 통과된 방위예산은 실제로 전년도보다 1조 4천억 엔(약 14조 원)이나 늘었다. 이례적인 초저금리 재정 완화정책을 장기적으로 펼친 ‘아베노믹스’ 때문에 세계최대의 정부 부채를 떠안게 된 일본정부는 이 방위비 대폭 증액을 위해, “부채로 방위비를 조달할 수는 없다”는 전후 일본의 불문율을 깨고 호위함 건조비 등을 또다시 건설국채로 충당했다.
정부의 개발도상국 개발원조(ODA)와는 별도로 ‘동지국(同志國)’이라는 별도의 범주를 설정해 개도국 군대에 자재와 기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정부 안전보장능력 강화지원’(OSA)이라는 새로운 군사지원 틀도 4월 5일에 새로 만들었다. 이와함께 방위장비품(무기) 수출을 밀어주는 등 방위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무기수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자민·공명 여당협의도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무분별한 군비확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국채로 방위비를 충당하지 않는다, 개도국에 대한 지원은 경제사회 개발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무기수출이나 기술 제공에는 엄격한 제한을 둔다 등 ‘평화국가’를 떠받쳐 온 규율들은 차례차례 허물어져 형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부수되는 위험성을 포함한 관련 정보들을 공개하고 다른 의견도 들어보는 신중한 논의과정도 없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야기된 안보환경에 대한 불안감 확산 때문인지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나 방위비 대폭 증액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한다. 이를 알리고 제대로 된 논의를 촉진해야 할 메스컴들도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에 편승하듯 정부가 필수적인 국민적 논의과정과 합의 형성을 건성으로 형식만 갖춘 채 이를 강행할 경우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극단적 주장을 하는 정치세력들이 대두하면서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아사히>의 사설은 걱정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적국’만이 아니다. 정부가 설명이나 논의를 가벼이 여기고 헌법이 주권자로 명기한 국민을 제쳐 놓고 나라의 중대한 원칙들을 차례차례 바꿔 간다.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민주주의의 형해화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운용지침 바꾸기
이에 앞선 4월 30일 <아사히>의 또 하나의 사설 ‘무기수출 완화, 살상무기는 용납될 수 없다’는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국제분쟁을 조장하는 무기수출국이 돼선 안 된다. 이런 서약은 헌법에서 평화주의를 내건 나라의 근간이다. 살상능력이 있는 무기의 제공에 길을 여는 것은 오랜 기간 지켜 온 원칙에 등을 돌리는 일로, 용납될 수 없다.”
절박감이 느껴지는 이 신문의 선언과 같은 이런 사설은 그만큼 기시다 정권하의 일본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 집권당 자민·공명 양당은 지난달 25일부터 ‘방위장비 이전(移轉) 3원칙’의 운용지침의 본격적인 재검토를 시작했다. 방위장비란 무기를 가리키며, 이전은 타국으로의 수출 또는 제공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무기수출이다. 기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에 개정한 국가안전보장전략이 바로 이 방위장비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제도의 재검토를 명기하고 그 검토를 요구했다.
‘방위장비 이전 3원칙’, 즉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은 ①이전을 금지할 경우를 명확하게 정할 것 ②이전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의 한정 ③목적 외의 사용 및 제3국 이전에 관한 적정한 관리다.
수출금지 대상의 예로는 ①국제조약 위반이 될 경우 ②유엔 결의로 수출이 금지된 나라 ③분쟁 당사국을 들고 있다.
이 3원칙의 현재 운용지침은 “안전보장 면에서의 협력관계가 있는 나라”에 수출할 수 있고, 수출 가능한 분야로 구난(구조), 수송, 경계, 감시, 소해(掃海) 등 5개 유형의 분야 관련장비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여기에 지뢰제거나 교육훈련을 추가하려 하고 있고, 이 정도는 용인될 수 있다고 아사히는 얘기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은 평화공헌이나 국제협력, 일본의 안전보장으로 연결되는 경우에는 수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아베 정권 이후 살상무기 수출의 길로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은 원래 1967년에 당시 총리 사토 에이사쿠(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친동생이자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또 다른 외조부) 때 제시된 것으로, ①공산권 ②유엔 결의로 (수출이) 금지돼 있는 나라 ③국제분쟁 당사국에는 수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시 미키 다케오 총리시절인 1976년에 그밖의 다른 나라에도 수출은 ‘삼간다’는 정부 통일견해를 제시함으로써 사실상 무기수출은 금지돼 왔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3원칙은 제2기 아베 정권 때인 2014년에 그것을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무기수출을 할 수 있도록 개정한 것이다.
여기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것은, 지금 일본정부나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전투기나 호위함 등 살상능력이 있는 무기로 대상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한다.
기시다 정권은 이를 추진하면서, 그래야 우호국과 안보상의 협력관계가 깊어지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점령하는 경우처럼)을 막을 수 있다(억지력)고 주장한다. 억지의 주요 대상국은 중국이며, 북한, 러시아 나아가 한국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억지력 강화에는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다. 예컨대 살상무기 제공이나 수출을 강화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대응도 강화돼 오히려 지역 긴장을 더 높일 가능성이 커진다.
자민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해 4월 제출한 안보관련 제언 중에서 우크라이나를 예로 들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을 받고 있는 나라”에 “폭넓은 분야의 장비(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지금까지 일본은 무기수출 3원칙의 운용지침을 약간 변경해 방탄조끼나 헬멧까지는 제공해 왔는데, 이제 이를 살상무기에까지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목표는 방위산업 육성
살상무기 수출 주장이 겨냥하고 있는 또 하나의 핵심목표는 일본 방위산업의 육성, 강화다.
일본 방위산업 제품 납입처가 자위대만으로 한정돼 있는 현실에서는 양산효과에 의한 비용절감을 꾀할 수 없어서 생산기반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무기수출 확대를 위한 (3원칙 운용지침) 재검토가 다른 제도와 연동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도국 군대에 장비를 지원하겠다는 일본정부의 안전보장능력 강화지원(OSA)도, 국회에서 심의중인 방위산업지원법안에 들어간 수출 지원 방안도, 3원칙의 운용지침이 바뀌면 거기에 따라 내용도 바뀐다. 그리하여 살상능력이 있는 무기가 수출금지에서 해제될 경우 그것이 끼칠 영향은 광범위하다.
지원 대상으로 거론되는 개도국들은 주로 동남아시아지역 국가들이다. 남중국해 영해분쟁을 비롯해서 중국이 힘이 커지면서 벌어지는 이 지역과 중국간의 이해충돌이나 갈등은 무기수출산업에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공한다. 일본 무기수출 3원칙 개정론자들은 지금 그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그럴 경우 한일은 안보협력국이면서 동시에 무기수출 경쟁국이 된다.
4월 25일 집권여당 실무자협의에서 시작된 방위장비 3원칙 운용지침 재검토의 초점은 앞서 살펴봤듯이 지금까지 인정되지 않았던 살상능력이 있는 장비품(무기)의 수출을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다. 수출확대전략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일본 방위산업 지원 강화다. 지난해 12월 각의에서 결정한 안보관련 3문서는 “방위산업은 국방을 담당하는 파트너라고 해야 할 중요한 존재”로 명기했다. 최근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차기 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수출을 통한 방위산업 생산기반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살상능력이 있는 장비품을 제공하자는 자민당 내의 요구도 전차 전투기 등을 제공하는 구미 제국처럼 일본도 그런 무기 수출을 통해 방위산업 기반을 강화해서 세계 무기수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는 얘기로 들린다.
일본 재무장 길 틔워주는 윤정부
일본의 무기수출 3원칙 개정 논의는 지난해 말 안보관련 3문서를 개정할 때의 핵심 멤버들이 그대로 담당하고 있다. 관련 국회의원들과 국가안전보장국과 방위국 등 정부 관계자들이다. 개정 방향은 3원칙 자체는 그대로 두되 운용지침을 대폭 완화하는 쪽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서울방문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해 한국정부와 논의한 뒤 이번 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릴 G7 정상회의에도 이를 주요 의제의 하나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월 16일의 한일 정상회담을 정점으로 한 윤석열 정부의 파격적인 대일 접근은 결과적으로 기시다 정부 출범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전쟁할 수 있는 국가 일본’의 재무장에 길을 틔워주고 힘을 보태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전략 대중국 봉쇄 내지 견제에 미일한 3국 안보협력체제(사실상의 동맹)의 일원으로 적극 가담하는 형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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