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NSC, 핵심·신흥기술 '대중 경제안보'로 접근

윤, 중국 민감 영역 다 건드려…한중관계 악화일로

미국, '한‧미‧일 동맹' 향한 한‧일 군사협력 압박

미국 핵협의그룹 창설 약속…한국 핵무장엔 '노우'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비용 부담 예고

반도체‧자동차 부당대우 그대로…'도청' 미국 감싸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도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4.27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도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4.27

한미 정상회담이 시작되기도 전에 미국 백악관이 회담의 핵심 내용을 공개했다.

미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회담 후 한미 정상이 발표할 '워싱턴선언'의 핵심인 '핵협의그룹'(NCG) 창설 관련 내용을 미리 미국 취재진에게 브리핑했고 그 내용이 보도된 것이다. 정상외교 행사에서는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측은 백악관의 사전 브리핑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한국 취재진은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도 못 받고 미국 언론 보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미국이 자국이 원하는 것들을 일방적으로 관철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격을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죽음의 백조' B-1B 2대가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2023. 03.19 [미 태평양공군] 시민언론 민들레
'죽음의 백조' B-1B 2대가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2023. 03.19 [미 태평양공군] 시민언론 민들레

윤, 미국의 전방위적 대중국 압박에 '행동대' 자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담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과 핵협의그룹 창설을 담은 '워싱턴선언'을 발표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내용을 쏟아냈지만, 그 핵심은 권위주의 진영, 특히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작전에 윤 정부가 '행동대'를 자임하며 적극적으로 가담하겠다고 나선 부분이다.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미동맹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주장이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다음 70년 동안 포괄적 글로벌 협력을 증대시키고, 강력한 역내 관여를 심화하며, 철통같은 양국 관계를 확장함으로써 21세기의 가장 어려운 과제들에 정면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한미의 공동 대응은 경제와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공동성명 중 <인도-태평양 전역에서의 협력 확대>와 <철통같은 양자 협력 강화> 부분에 담겨 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2023.4.27 [공동취재].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한미 정상 소인수 회담을 하고 있다. 2023.4.27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미 NSC, 핵심·신흥기술 '대중 경제안보'로 접근

미국이 가장 무게를 둔 것은 대중 경제포위망 강화다. 반도체와 첨단기술,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지가 두드러진다. 특히 양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의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를 만들어 핵심·신흥기술 문제를 '경제안보' 차원에서 다루기로 했다.

여기에는 △ 최첨단 반도체, 배터리, 양자에 관한 디지털 기술 표준과 규정의 일치 △ 인공지능(AI), 바이오 기술, 인공지능(AI) 운용 의료 제품, 바이오 제조 협력 △ 국가안보 차원에서 해외 투자심사와 수출통제 협력 심화 등이 담겨 있어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공급망 등에서 한‧중 간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심화할 것임을 예고한다.

반도체 등 공급망의 대중국 디커플링을 동맹국인 한국에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 대기업의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해 반도체 등 제조업 공급망을 미국에 구축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뜻이 관철된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23 0412 [중국CCTV 캡처]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중국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2023 0412 [중국CCTV 캡처]  연합뉴스

윤, 중국 민감 영역 다 건드려…한중관계 악화일로

또한 중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공동성명은 "경제적 강압과 외국기업과 관련된 불투명한 수단의 사용을 포함한 경제적 영향력의 유해한 활용"을 비판하고 대중 경제포위망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뭣보다 윤 대통령은 내년 제3차 민주주의정상회의 주최에 이어 제4차 IPEF 회의를 연내에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함으로써 반중국 노선을 명확히 했다.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개입' 발언으로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던 윤 대통령은 이날 공동성명에서는 대만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라고 명시해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불법 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한‧중 관계가 한동안 회복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교수는 2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을 실명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중국이 민감해하는 영역을 공동성명이 거의 다 건드렸다"라며 "특히 사실상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으로 규정한 내용이 눈에 띈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일본 총리관저 인근의 렌가테이에서 맥주잔을 맞들고 있다. 2023.3.16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일본 총리관저 인근의 렌가테이에서 맥주잔을 맞들고 있다. 2023.3.16 일본 총리실 페이스북 계정

미국, 한‧미‧일 동맹 향한 한‧일 군사협력 압박

대중 포위망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이 밀어붙인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성명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했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했다"고 밝혔다. 일본의 재무장과 군사대국화를 반대하는 한국민의 여론에도 불구, 미국이 특히 군사 분야를 비롯한 한‧일 협력에 더 속도를 내도록 압박할 것이 확실시된다.

로이터 인터뷰에서 '조건부'였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용의를 밝혀 러시아로부터 "전쟁 개입" "적대 행위"라고 강한 반발을 샀던 윤 대통령은 군사 지원에 관해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양국은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 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것을 포함하여 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지원이 군사 지원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윤 정부가 반중국, 반러시아 전선 구축과 한‧미‧일 3국 동맹을 향한 미국의 글로벌 전략에 온몸을 내맡김으로써 한국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와 안보 위기를 겪고 있다.

 

미국 핵협의그룹 창설 약속…한국 핵무장엔 '노우'

그 반대급부로 미국이 내놓은 것이 워싱턴선언에 담긴 핵협의그룹 창설과 함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대폭 늘리는 방안이다. 선언에 따르면, 핵협의그룹은 확장억제(핵우산)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이 협의체를 통해 양국은 △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자원의 공동 실행‧기획 협력 △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 강화 △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위한 양국 간의 범정부 도상 훈련(시뮬레이션) 등을 논의하게 된다.

특히 미국의 핵 작전 기획 및 실행에 한국이 협력하고 핵전력 운용을 책임지는 전략사령부까지 참여하는 연합훈련과 도상훈련을 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 위협과 실제 사용 등 단계별로 대응하는 실전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연합뉴스는 풀이했다.

미국은 핵전력을 제공하고 회원국은 핵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훈련을 제도화한 나토의 핵기획그룹(NPG)보다는 낮은 단계의 확장억제 제공이다.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 해군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비용 부담 예고

또 하나는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Regular Visibility)을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미 전략자산의 전개 확대를 강조할 때 '상시 배치'나 '순환 배치'란 용어를 썼으나, 이번에 새로운 용어를 쓴 것은 더욱 빈번하게 전개하고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바이든은 조만간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이 한국에 기항할 것임을 밝혔다. 전략핵잠수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폭격기 B-2와 B-52H와 함께 핵전력 3축에 속한다. 그러나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전략자산의 전개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2대가 한반도에 전개될 때 약 60억원의 비용이 발생하며,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에 기항할 때도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이 개별 작전 비용을 따로 청구하지는 않더라도,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빈도가 증가할수록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 정부에 비용 부담을 요구할 개연성이 높다.

미국은 이번에 핵협의그룹 창설과 미 전략자산 전개 확대를 약속하면서, 윤 대통령을 포함해 여권 인사 중심으로 분출됐던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선 확실히 선을 그었다. 워싱턴선언은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한미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고 명문화했다.

 

24일 오전 서울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성균관대 교수·연구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24.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성균관대 교수·연구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방미와 취임 1주년에 즈음한 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4.24. 연합뉴스

반도체‧자동차 부당대우 그대로…'도청'한 미국 감싸기

동맹국인 한국에 경제적 희생을 강요하는 대표적 사례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관련해서 "양 정상은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기울여 온 최근의 노력을 평가했다"는 두루뭉술한 언급만 있었다.

미국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를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파운드리 공장(170억 달러)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150억 달러) 건설 등 미국 내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거나 진행 중인데도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영업 기밀'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미국의 도청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70년 한미동맹을 거론하면서 미국에 한마디 항의도 못하고 "국제관계에서 금지된 게 아니다"(미국 NBC인터뷰)라며 외려 감싸주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국내에선 저자세 굴종외교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주권국의 위신을 내팽개친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들은 모멸감을 느껴야만 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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