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관저, 현충원, 기시다 숙소 등서 집회
"기시다 사과 못 받으면 윤석열 자리서 내려와야"
기시다 '심기 경호'가 표현 자유보다 중요한 경찰
대학생들 1인 시위 방패로 가리고 경고 방송까지
정신나간 극우단체, 대형 일장기 들고 기시다 환영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에 항의하는 집회가 서울 곳곳에서 열렸다.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외교와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통령실 앞에서 일장기를 흔들며 기시다 총리를 환영하는 맞불집회를 연 극우단체도 있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학생들은 이날 오후 기시다 총리의 참배가 예정된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 일대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쟁 부르는 기시다 방한 반대' '한반도에 자위대 부르는 매국노 전쟁광 윤석열 퇴진' 등의 팻말을 들었다.
이번 방한에 대비해 기시다 총리를 'A등급' 경호 대상으로 지정한 경찰은 학생들의 시위를 막고, 기시다 총리가 탄 차량이 지나가자 방패로 1인 시위하는 모습을 가리는 등 일본 총리의 '심기 경호'에 신경을 많이 썼다.
경찰은 기시다 총리의 차량 행렬이 지나가자 시위를 하는 학생에게 "경호안전구역 내에서는 경호법에 따라 집시 등 위해요소가 있다고 판단되면 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경찰관 행동에 대하여 폭행할 시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도 오후 2시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주최한 집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매국노 윤석열, 퇴진을 명한다' '대통령이 밀정이다' '독도는 우리 땅'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등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욱일기와 방사능 표시가 그려진 '방사능 욱일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민 일부는 오후에 기시다 총리의 숙소로 알려진 서울 중구 롯데호텔 인근에서 시위를 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규탄했다.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는 오전부터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항의하는 집회가 이어졌다.
대학생 단체 모임인 '2015 한일 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고 "2015년 '위안부' 합의(12·28합의)를 체결한 일본쪼 당사자가 당시 외무상이었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라며 "그는 전쟁범죄 잘못을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년들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죄 및 그에 따른 법적 배상이 없는 현재, 한국과 일본 정부가 이야기하는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굴욕외교와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규탄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낮 12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역사 왜곡과 책임 부정으로 일관하는 기시다 정권에 거듭 면죄부를 주는 굴종 외교의 자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시다 총리의 현충원 참배에 대해 "한반도를 총칼로 짓밟고 식민 지배하고 침략 전쟁하고 강제동원해서 얼마나 학살했나. 어떻게 사죄없이 현충원 방문할 수 있나"라며, 기시다 총리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오후 1시쯤 윤 대통령이 지나갈 것으로 알려진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 인근으로 이동해 집회를 이어갔다.
한일역사정의행동은 오후 2시쯤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윤석열-기시다 한일 정상회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독도 영유권 주장 기시다 총리 방한을 규탄한다" "일본의 군국주의 무장을 규탄한다" "일본의 핵오염수 해양투기 방류계획 즉각 중단하라" " 일본의 전범기업은 강제동원 사죄 배상해라" "일본의 역사왜곡 규탄한다"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박석운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들의 마음은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총리가 온다는데 환영할 수 있길 희망하지만, 현실은 도저히 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시다 총리와 일본 정부는 역사정의를 배반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해치는 정책 방향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일본군 성노예 및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진정성있는 사과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철회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중단 등을 "한일 간 정의로운 선린우호관계 설정을 위한 기본적 출발점"이라며 "책무를 엄중하게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 정상회담이라고 했는데 ,일본은 간담회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올해 초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하고 나서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며 "지금 진행되는 한일 정상회담은 강제동원해법으로 구걸한 정상회담이다. 이런 회담에서 과연 제대로 된 한일관계 개선을 논의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 역사를 팔아서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한반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대일, 대미 추종외교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역사 무너뜨리는 한일정상회담 규탄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기시다 총리가 대한민국 국민 앞에서, 피해자들 앞에서 진정으로 사죄하고 머리 숙여 사죄를 구하는 것이 일본의 국익을 손상하는 것인가. 일본의 책임을 깎는 것인가"라며 "그런 이야기조차 하지 못하면서 한일 관계 복원되느냐"고 외쳤다.
이 이사장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대법 판결조차 따르지 못하면서 어떻게 통렬한 반성 이야기를 할 수 있나"라며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통렬한 사죄와 배상을 하겠다는 답을 못 얻는다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신자유연대와 한미일동맹강화국민운동본부라는 이름의 극우친일단체 소속 회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시다 방한에 항의하는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맞불' 성격의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대형 일장기를 들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환영합니다, 함께 갑시다' 등의 문구가 적힌 일본어 현수막을 차량에 내걸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장기, 성조기, 태극기를 들고 '기시다 수상 환영'이라고 써진 팻말을 들었다.
이들의 집회는 표면상 기시다 총리 환영을 내걸었지만, 진보단체들의 집회를 방해하는 데 목적이 있어 보였다. 극우단체 집회에서 자주 나오는 '충성가'라는 노래 1곡만을 반복해서 틀고 대형 확성기를 진보단체들에게 향하게 한 뒤 "윤석열 대통령 잘한다" "김정은 참수하라" 등의 무의미한 구호만 반복해서 외쳤다.
또 기시다 총리 방한 항의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처먹고 뒤질 인간들아" "반일팔이들아 북한으로 꺼져라" 등 모욕적인 발언도 일삼았다. 집회가 끝난 뒤 해산하는 시민들을 향해서 소형 확성기를 들고 욕설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실 앞에 모인 진보단체들의 집회가 모두 끝나자, 한남동 관저 인근으로 이동해 일본어로 적힌 현수막을 다시 걸고 대형 확성기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시민들의 집회를 방해했다.
경찰은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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