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취약한 밑바닥 노동자들 향한 저열한 공격

근거 없고 사실 왜곡, 또 하나의 마녀사냥 몰아쳐

건설 현장 인간다운 작업 환경으로 만들어온 '죄'

재벌 원청과 전문건설업체들은 단속·조사 안 해

정권 극단세력, '견딜 수 없는 세상' 다시 만들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28.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2.28. 연합뉴스

윤석열 ‘신검부’ 정권의 특징은 표적을 정해 집중 공격하면서 적와 아를 가르고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돌파구를 열어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시도하는 것에 있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체포와 구속 시도가 끝이 없다. 지금 중요한 표적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이고, 그다음으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라는 것을 모두가 목격하고 있다. 두 표적 모두에게 ‘비리’뿐 아니라 ‘종북’이라는 낙인도 찍어대고 있다.

가장 취약하고 불안정하고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을 표적 삼아 공격하면서, ‘건폭’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냈다. 건설노조가 건설 현장에서 엄청난 비리와 불법, 폭력과 갈취를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매도한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고, 전임비를 뜯어가고, 월례비를 강탈해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전부 다 근거가 없고 사실도 아니다.

‘조합원 채용 요구’는 건설자본이 노조를 배제하고 탄압하는 것이 더 문제였기에 ‘노조원도 채용해 달라’는 정당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건축공사가 끝나면 일거리가 사라지는 건설산업의 특성 때문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유니온숍’(노조원을 우선 고용하는 노사간 협정)이기도 한데, 더구나 비조합원도 채용이 가능한 구조였다.

‘노조 전임비 요구’도 문제가 아니다. 이미 대부분의 기업과 노조에는 노조 업무를 전담하는 전임자가 있고 회사가 임금을 주고 있다. 이것은 법적으로도 보장된 권리다. 건설 현장이 계속 뒤바뀌고 원청과 하청이 뒤얽힌 건설산업의 특수성이 있고, 일부 조폭들이 개입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그것은 건설노조와는 무관하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도 왜곡돼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규정을 벗어나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시키려고 건설자본들이 만들어낸 잘못된 관행이다. 시간 외로 더 많은 일을 위험하게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고 임금의 일부라고 법원도 인정했다. 하지만, 장시간 노동과 산재 위험 등을 낳기에 건설노조는 오히려 폐지를 요구해 왔다.

즉, 건설노조가 뭔가 문제가 있고 잘못을 해서 표적이 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왜 건설노조일까? 여기서 피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하수인들이 생각이 없고 멍청하다는 평가이다. 그렇지 않다. 이들은 수사, 공작, 언론플레이 등의 오랜 경험으로 다져졌고 권력의지도 강력하다. 카르텔 구조 속에서 연결돼있는 엘리트들의 도움으로 많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2023.2.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2023.2.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이들이 건설노조를 타깃으로 정한 것은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다목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경제와 정치에서 부동산과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구조적 위치를 봐야 한다. ‘부동산 공화국’이나 ‘토건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것은 정부 정책과 경기부양 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다.

더구나 지금 부동산 거품이 빠지며 건설산업은 위기로 향하고 있고, 이것이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되고 있다. 100조 원이 넘는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이 건설업체들의 연쇄 도산을 낳으면, 금융기관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레고랜드(김진태) 사태’ 등에서 보이듯이 집권세력의 무능은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기 마련이다.

노조를 싫어하는 재벌 건설사들이 주요 언론사들의 오너이거나 대주주라는 점도 봐야 한다. 대형 언론은 표적을 낙인찍고 사냥하는 데서 가장 큰 구실을 하는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이다. 실제로 지금 대형 언론들은 건설노조를 무슨 ‘조폭집단’인처럼 매도하고 있다. 건설산업은 정치권으로 흘러가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인들을 배출하는 저수지로도 유명하다.

건설노조는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에서 중심적인 부문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10여 년간 성공적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하며 성장해온 대표적인 노조이다. 게다가 건설노조 지도부는 현재 민주노총 양경수 지도부와 가까운 정치적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양경수 지도부를 ‘경기동부연합 출신의 종북좌파’로 매도해 온 공안세력에게는 표적으로서 안성맞춤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건설노조는 지난해 연말 화물연대 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융단폭격 같은 집중적인 탄압을 당할 때 연대파업을 선언하면서, 반기를 들고 행동에 나섰던 거의 유일한 산별노조이기도 했다. 그때 이미 윤석열 정부는 ‘건설 현장의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하겠다’면서 보복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이런 다양한 측면을 계산해서 건설노조를 표적으로 정하고 마녀사냥에 나선 것이다. 건설 현장의 부조리와 잘못된 문제들을 적발하고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봐야 한다. 정말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재벌기업들인 원청건설사와 그 아래에 있는 전문건설업체들부터 단속하고 조사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바로 건설 현장에서 불법 다단계 하도급, 부동산 투기와 불로소득, 비자금 조성과 정치권 로비, 근로계약도 없는 임시직 고용,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강요, 부실 시공과 대형 사고 등을 만들어온 주요 책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건설자본들은 엄청난 수익을 얻어왔지만, 건설 노동자들은 비인간적인 처지에 놓여 있었다.

특히 건설 현장은 대부분 일자리가 저임금의 불안정한 비정규직과 일용직이고 모든 산업 중에서도 최악의 중대재해 사망률로 악명이 높았다. 1년 동안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나올 정도다. 김훈 소설가는 “죽음의 바탕 위에서 우리가 기업의 이윤을 건설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월급을 올려서 살아야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세상”이라고 했는데 건설 현장이 바로 그랬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2.16. 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실태와 진실 바로보기를 주제로 민주노총-법률가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장옥기 건설 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2.16. 연합뉴스

건설노조는 이 ‘견딜 수 없는 세상’을 바꿔온 주역이었다. 건설 현장의 노동자들이 노조로 조직화 되고 함께 싸우면서 일어난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다. 임금이 인상되고, 8시간 노동제가 도입되고, 주휴수당과 퇴직금이 지급됐다. 임금 체불이 줄었고, 안전장치도 없는 위험한 작업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흙과 먼지 바닥에서 옷을 갈아입고 누워서 쉬는 게 아니라 탈의실과 휴게실이 만들어졌고, 관리자가 건설노동자를 무시하며 반말, 욕설, 폭언을 하는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따질 수 있게 됐다.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과 공격은 바로 이런 변화와 성과를 파괴해 다시 ‘견딜 수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사실 제1야당과 노동운동을 모두 ‘비리’와 ‘종북’으로 몰면서 동시에 공격하는 것은 집권세력으로서도 위험 부담이 큰 일이다. 그것은 서로 불신과 갈등을 보여주던 야당과 그 지지자들, 노동운동과 진보세력을 더 뭉치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만들어낸 보수우파의 ‘최대연합’ 내부에서는 분열과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고 다른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재명과 민주당 = 민주노총과 전교조 = 김정은을 추종하는 종북 좌파’라는 극단적 신념으로 뭉친 세력이 이 정부의 핵심에 있고, 이견과 토론은 어려워진 경직된 구조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 위험한 질주가 야당, 노동운동, 민주주의를 짓밟는 데 성공한다면 더 많은 이들이 ‘견딜 수 없는 세상’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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