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 진정되고 경기 후퇴 대응 필요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 될 것" 전망 우세
5월 한미 금리격차 역대 최대 1.75%p 눈앞
환율·자금 압력 커지면 추가 인상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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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가 2월에 이어 다시 3.5%로 동결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1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3.50%가 이번 인상기의 최종금리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미다.
이번 금통위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은 수출 부진과 경기 하강에 대한 부담을 크게 가진 데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대 초반까지 떨어진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p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차례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0.25%p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모두 3.00%p 올렸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2021년 8월 이후 이어졌던 금리 인상 기조는 한 고비를 지났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한은이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데는 갈수록 나빠지는 경기 지표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반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천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4%대 초반으로 떨어진 물가 상황도 금통위 동결 결정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작년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 상승률이 2월(4.8%)보다 0.6%p 떨어졌고, 작년 3월(4.1%)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달 7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실제 물가 흐름이 이 경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연속 동결로 시장에서는 '한은 금리 인상 종결론'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4월 동결 이후 당분간 금리는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이미 중립금리 수준을 웃도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경기가 둔화 내지 침체 양상을 보이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는 끝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 확대가 부담이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1.50%p(한국 3.50%·미국 4.75∼5.00%)로 유지됐다.
한미간 금리 격차는 이미 2000년 10월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인데,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이 오는 5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서 0.25%p(베이비스텝)만 인상하더라도 역대 최대 수준인 1.75%p 이상까지 벌어지게 된다. 우리 경제가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그만큼 더 받게 된다는 의미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예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지만, 역대 최대 폭 한미 금리차가 영향을 끼치는 정도에 따라서는 추가 인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이날 금통위에서 금리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융통화위원 5명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고, 1명은 3.5%로 동결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중 5명이 3.75%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는 물가(상승폭)가 예상한 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 산유국 추가 감산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과 공공요금 인상이 하반기 물가 경로에 주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두 번째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주요국,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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