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상승률 4.2%로 낮아졌지만 폭발력 잠재

석유·농산물 값 뺀 근원물가 지수는 4.8% 상승

산유국 감산 조처로 소비자물가 요동칠 가능성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3.4.4. 연합뉴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브리핑하고 있다. 2023.4.4. 연합뉴스

3월 소비자물가는 4.2%라는 1년 새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주요 산유국들의 전격적인 추가 감산 조치가 이어지면서 앞으로 물가 오름폭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가 4.8% 상승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보다 0.6%p 높았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것은 2021년 1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하면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3월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4.2% 내리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상당 부분 기여했다. 즉 근원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히 높은데, 유가가 물가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조치는 물가 흐름을 상승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소속 산유국들은 지난 3일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추가 감산을 발표했다. 이 여파로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 폭등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물가도 바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앞으로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유가 움직임에 따라 5% 안팎의 고물가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산유국들이 감산하면 국제유가가 오르게 되고 오른 가격은 순차적으로 국내 물가에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년 새 가장 낮은 4.2%까지 떨어지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달 7일 물가 전망과 관련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낮아졌는데,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었다.

3월 상승률이 이 총재와 한은의 전망보다 오히려 더 낮고 경로에서도 벗어나지 않은 만큼, 무리하게 기준금리를 더 올려 경기 위축을 부추기기보다는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물가·환율·경기 등을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산유국 감산으로 유가가 오르고, 국내 물가의 상승 폭이 다시 커진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도 최근 "국제 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90달러 이상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된 만큼 이런 변수들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진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도 우리 기준 금리 결정에 부담 요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25%포인트(4.50∼4.75%→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3.50%)는 미국보다 1.50%포인트나 낮은 상태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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