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 계속해온 인상행진 중단 '숨 고르기'

올 성장률·물가 0.1%p씩 내려 1.6%·3.5%로 수정

미국 금리 격차 커지고 환율 등 불안 땐 추가 인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2.23.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우리 경제의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지난 2021년 8월부터 1년 5개월여 동안 계속돼 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멈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3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의결했다. 경기가 현저히 침체 양상을 보이고, 수출 등 각종 경기 지표도 악화되고 있어 그동안의 기준금리 인상의 효과를 살펴보면서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6%에서 3.5%로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 경제가 1.7%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3.6%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을 하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본격화되자 3개월 만에 전망치를 다시 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2020년 3월 16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을 단행했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인하했다.

금통위는 그 이후 9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렸다. 이후 계속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로 기준금리는 2021년 11월, 지난해 1·4·5·7·8·10·11월과 올해 1월까지 10차례나 인상됐다.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여덟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3.00%포인트 높아졌다.

이날 동결로 지난 2021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일단 멈췄고,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작년 4·5·7·8·10·11월, 올해 1월)로 마감됐다.

다만 이날 동결로 기준금리가 3.50% 수준에서 완전히 끝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국과 기준금리 격차는 1.25%포인트(한국 3.50%·미국 4.50∼4.75%)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미 22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진 수준이고,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3월과 5월 최소 두 차례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지고, 그만큼 한국 경제는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절하(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이 예상보다 길어져 실제로 자금이 뚜렷하게 빠져나가거나 다시 1,300원을 넘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공공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기대와 달리 3월 이후에도 5%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경우, 한은이 다시 한 차례 정도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남아 있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심지어 올해 1분기까지 역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은이 이날 수정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나 현대경제연구원(1.8%), 국제통화기금(1.7%) 등에 비해서는 낮지만, 아시아개발은행(ADB·1.5%), LG경영연구원(1.4%), 주요 해외 투자은행 9곳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1.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2%대로 추정되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이다.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역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 경제 성장률은 코로나19 위기 직후인 지난 2021년 4.1%로 반등했고, 지난해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2.6%를 기록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우리 경제를 둘러싼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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