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추가 인상 땐 1.75%p 역대 최대 차이 가능성
한은, 미 베이비스텝에 4월 금리 동결 검토 안이한 대응
원/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부작용 살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다시 0.25%p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1.5%p로 벌어졌고 역대 최대 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 등 금융 당국은 이번 미국의 금리 인상 폭이 '베이비스텝'(0.25%p)에 그친 데 안도하는 모습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애초 '빅스텝'(0.5%p) 전망이 우세했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 이후 금융 불안이 계속되자 '베이비스텝'으로 돌아섰지만,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올해 중 금리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이날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에서 4.75∼5.00%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3월 이후 9번 연속 금리가 올라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이 당초 전망과 달리 2월에 이어 이달에도 베이비스텝에 그치자, 한은 등 금융당국은 통화운용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4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 지표들만 보자면, 수출 감소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45억2천만 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기 하강 신호가 뚜렷한 반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만에 4%대(4.8%)로 떨어져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은은 1년 반 넘게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회사와 대출 이용자들의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아직 국내 은행의 연체율이나 여러 건전성, 복원력 지표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지만, 계속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취약한 저축은행이나 카드사(여신전문금융회사) 등에서부터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 은행 등 전체 금융기관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이 오는 5월 기준금리를 다시 0.25%p 더 올리면 한미간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p까지 벌어지고, 원/달러 환율과 수입 물가 상승 압력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따라서 물가와 환율,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 상황 변화에 따라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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