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미지수인데 사건‧사고까지 끊이지 않아
김기현, 정치적 자생력 미약…강경 보수로 일관
'울산 땅' 경찰 수사…안철수 공수처 고발 건도
최고위원들도 잇단 물의…중도 확장은 포기했나
김재원, 5·18 관련 파문…태영호, 윤리위 제소돼
장예찬은 불법 레이싱 모임 운영 혐의 입건 상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새 지도부가 출범 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대체로 정치적 중량감이나 존재감이 약해 집권여당을 끌고 갈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잇따라 사건‧사고를 일으키는가 하면 개중엔 '사법 리스크'까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지도부 면면을 보면 내년 총선 유세 때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우려가 수도권 당협위원장들을 중심으로 벌써부터 나온다.
김기현, 정치적 자생력 미약…높은 비호감도 자초하는 발언들
우선 김기현 대표는 전국적 지명도가 낮고 울산의 '지역 정치인'이라는 한계가 있어 대중적 확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래서 3·8 전당대회 선거전 초반에는 지지율이 3%대에 불과해 하위권에 속했으나,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가 노골적으로 '윤심'을 실어주고 유승민-나경원-안철수 등 유력 주자들에게 차례로 치명타를 가해준 덕분에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본선 득표율이 절반을 겨우 넘긴 53%에 그쳤는데, 이처럼 미약한 정치적 자생력은 김 대표의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호감도는 10%대로 극히 낮고 비호감도는 60%대로 매우 높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특히 젊은층‧수도권‧중도층에서 호감도가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치를 보여 당의 간판으로서 이미지 제고가 급선무에 해당한다. 취임 이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곤혹스러운 지점이다.
김 대표의 일련의 현안 관련 발언들을 들여다 보면 단순히 지역색이나 표피적 이미지를 떠나 비호감을 자초하는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무조건 '예스맨' 역할을 하며 전반적인 국민 감정과는 동떨어진 '윤비어천가'로 일관하거나 강경 보수 일변도, 심지어 극우 본색을 드러내곤 해 지지층 확장에 관한 인식 자체가 없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가령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 개편안에 관한 무기력한 대응을 꼽을 수 있다. 이른바 MZ세대를 포함해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집권당 사령탑으로서 국민 정서에 민감하게 조응해 당정 협의의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16일 정책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근로제 개편은 일할 때 몰아서 하고 쉴 때 확실히 쉬는 형태로 노동조건이 더 열악해지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며 "현실에 맞게 산업현장의 실제적 요구에 맞게 개편하려는 좋은 취지"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69시간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쓸데없는 논쟁에 들어간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좋은 취지인데 쓸데없는 논쟁 탓에 아쉽게 됐다는, 불난 여론에 오히려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엉뚱한 발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간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고뇌에 찬 결단'은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가리킨 것이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의 한일 정상회담은 안보위기·경제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미화에 급급하다가 "문재인 정권은 5년간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또다시 전 정부 탓을 했다.
이어 "죽창가만 부르고 반일 감정을 국내 정치용으로 써먹기만 급급했던 민주당이 우리 정부의 해법을 폄훼하고 곡해해 또다시 반일 정서를 자극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혈안"이라면서 "무책임한 반일 선동에 현혹될 국민이 없다는 것을 (민주당은) 인식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4∼16일 전국 성인 1003명 대상,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33%로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지난해 12월 첫째 주 이후 처음으로 60%를 기록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강제동원 배상과 외교 문제를 꼽는 비중이 무려 3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전주보다 4%p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책임한 반일 선동에 현혹될 국민이 없다"는 김 대표의 현실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반증하는 대목이다.
민주노총‧언론노조가 反대한민국? 습관적 색깔론
김 대표는 민주노총을 '간첩단의 근거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법 위에 군림하며 불법과 탈법을 일삼던 민노총이 노동운동을 빙자한 종북 간첩단이 암약하는 근거지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우리 당의 모든 당력을 모아 종북 간첩단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대한민국에서 활개치고 있는 종북 세력 타도를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전형적인 색깔론을 원색적으로 펼쳤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노조법 2‧3조 개정, 대우조선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북의 지령에 의한 투쟁이라고 거짓 주장을 내놓더니 이젠 하다 하다 10‧29 이태원 참사로 희생당한 유가족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행사와 투쟁까지 소환해 욕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법도, 양심도 저버리고 무엇이든 다하는 그 악마적 본색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박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둔 경선 과정에서도 색깔론을 종종 꺼내들었는데, 심지어 같은 당의 안철수 후보를 향해서도 <反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 '언론노조'를 지지하는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힘 당대표가 될 자격이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도발적인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당시 김 대표는 "단순한 편향성을 넘어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한 저주와 파괴에 앞장서 온 언론노조의 행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면서 "안철수 후보의 친(親) 언론노조 행적은 반드시 해명이 필요하다"며 후보 사퇴론까지 거론했다.
언론노조는 연합뉴스, 뉴시스, 한국일보, 국민일보, 서울신문 등 통신사와 중도‧보수 일간지 들을 포함해 125개나 되는 매체 노조가 가입한 단체인데도 김 대표는 '反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이라고 무지막지한 낙인을 찍으며 상대 후보의 '정체성'까지 공격했던 것이다. 판사 출신임에도 극도로 수구보수적 시각에 매몰된 김 대표의 '정체성'을 짐작게 하는 네거티브전이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숱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극우 성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유착 관계가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9년 11월 당시 울산시장으로서 전 목사가 주최한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에 참석해 "이 패악한 (문재인) 정권, 독재정권을 향해 외치는 이사야 같은 선지자가 저는 전광훈 목사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전 목사를 '선지자'에 빗댔다. 전광훈 목사 본인도 지난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나온 뒤 예배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님은, 지나간 뒷이야기를 하자면, 저한테 전화가 와서 '목사님, 하여튼 목사님 말씀 잘 듣겠습니다'라면서 몇 번 전화가 왔다"고 말해 두 사람이 서로 밀접한 사이임을 과시했다.
주요 당직에 친윤계 전진 배치…'윤석열 아바타' 근본 문제
김 대표는 개인적인 발언이나 성향을 떠나 집권당 수장임에도 '윤심'에 철저히 휘둘리는 '바지사장' 또는 '윤석열 아바타'로 비친다는 점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당선 전까지 줄곧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부르짖더니 정작 주요 당직은 친윤계 일색으로 포진시키는 완전히 앞뒤가 다른 처사에 비주류 의원들은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이고 민심의 눈초리도 곱지 않다.
당내 다양한 세력을 포괄해 전당대회 때 여기저기 갈라진 균열을 메우고 수도권 신규 당원들을 비롯해 다양한 계층의 국민이 등 돌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포석해야 하는데 거꾸로 시작부터 '친윤 체제 공고화'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실행했으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이언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연포탕은 무슨 얼어 죽을 연포탕"이냐고 일갈하고, 특히 "총선 공천과 관련한 직책은 모두 친윤, 그것도 전당대회 때 연판장으로 줄 서기와 대표 후보 집단 린치로 찍어내기에 앞장선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인사와 향후 공천 코드는 이해가 가고 예상할 수 있다"며 윤석열 사당화 및 '검찰당' 만들기, 친윤·줄세우기 공천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식이면 이 전 의원의 장담처럼 총선 공천은 윤심을 등에 업은 원내‧외 인사들이 싹쓸이할 게 불 보듯 뻔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해 윤 대통령의 '주머니 속 공깃돌'처럼 움직이면서 공천 작업에도 윤 대통령 입김이 거의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과 김 대표 간에 주례 회동을 신설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울산 땅 의혹 경찰 수사…안철수가 공수처에 고발한 건도
김 대표는 더욱이 '사법리크스'도 만만치 않다. 전당대회 최대 이슈로 부상했던 울산 땅 투기 의혹은 울산경찰청이 사건을 배당받아 범죄 혐의점을 검토하는 중이다. 황교안·안철수 두 후보가 총력을 기울여 KTX 노선 변경과 관련한 '권력형 토착 비리' 의혹을 공론화했던 이 문제는 이미 더불어민주당에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파헤치는 중이며 총선 때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선거전 막판에 터졌던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도 불안 요소다.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기현 후보 홍보물 전파 요청' 사건과 관련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게 어떤 불씨가 될지 알 수 없다.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 진척, 황교안·안철수 측의 이슈화 재시도, 야당의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김 대표가 여권에서 '총선 걸림돌'로 인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도부의 다른 구성원들도 설상가상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도 확장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기는커녕 아스팔트 극우적 면모를 돌출시키며 우클릭으로만 치닫는 형국이다. 이 역시 총선 때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을 비롯해 박빙 선거구에서 지도부의 지원이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심각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당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김재원 5·18 관련 파문, 태영호 국회 윤리위 제소돼…장예찬은 입건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 아닌가"라고 말했다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전라도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당협위원장들도 "호남 출신 유권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분들 마음을 얻으려 애쓴 많은 노력이 김 최고위원 같은 생각 없는 지도부의 말 한마디에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탄식했다.
태영호 최고위원도 과거사와 관련한 망발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그는 제주 4·3 사건에 대해 "명백히 북한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면서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 주장을 되풀이해 제주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상태다. 국민의힘 제주도당까지 나서 "해서는 안 될, 아주 황당무계한 발언"이라고 맹비난하며 폭발했다. 태 최고위원이 제주도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은 지금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사과 한마디 없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JM'S 민주당"이라는 글을 올려 "정치 공세라고 해도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 또한 구설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불법 레이싱 모임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사법리스크'까지 안고 있다. 2015년 묘재라는 필명으로 쓴 웹소설 '강남화타'에서 실존 여성 연예인들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으로 한창 입길에 올랐다. 장 최고위원은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무실 1층 동물병원을 폭파시키고 싶다"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반려동물을 키우는 많은 국민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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