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투기 의혹에 "후보 사퇴" 공방 격화

황교안‧안철수 전면전, 천하람‧이준석 가세

김기현 "완전한 허위…전대 진흙탕 만들어"

윤석열‧윤핵관 개입 맞물려 표심 영향 주목

민주, 진상조사단 구성…"외압 행사 밝혀야"

'30억 아파트 사업권 비리 의혹' 추가 제기

국민의힘 황교안·안철수·김기현·천하람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오후 강원 홍천군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2.23. 연합뉴스
국민의힘 황교안·안철수·김기현·천하람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3일 오후 강원 홍천군 홍천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강원 합동연설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3.2.23. 연합뉴스

"나중에 목장을 할지도 몰라서 39살에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샀다는데 현장에 가 보니까 명쾌하게 해명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소 키우는 분이 없어요. 그 앞이 상수원이어가지고. 평지가 아니라 돼지는 더 안 되고, 소 키울 환경이 아니래요. 국민들이 '왜 샀지?' 이런 생각을 할 겁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울산 땅' 논란에 가세했다. 자신이 직접 현장 답사를 해봤더니 도저히 목장용 자리가 아니더라며 '은퇴 후 목장 등…'이라고 말한 김 후보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김 후보 땅이 25년 사이 1800배가량 올랐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선 시세가 형성되지 않아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지만 공인중개사들이 10만~15만 원 선이라 추정한다며 그 경우 100배가량 땅값이 오른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24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전날 KTX를 타고 김기현 후보의 임야를 (마을) 이장과 함께 걸어서 올라가 봤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는 "(김 후보가) '교회 지인의 땅을 샀다, 나중에 목장할지도 몰라서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샀다'는데 저도 39살이다"라며 39살에 노후를 준비했다는 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지목 자체가 목장용지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답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땅을 산 동기를 국민들한테 설명해야 할 것 아니냐"며 "차라리 투자 목적이었다(면 몰라도) 목장용지다 이래버리면 국민들이 왜 샀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김기현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은 과거 민주당에서 제기했던 사안이지만 지난 15일 열린 당권주자 4명의 첫 TV토론을 통해 국민의힘 내에서도 공론화했다. 황교안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지금이라도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용기 있게 사퇴하라. KTX 울산 역세권 연결 관련 의혹도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후보는 "김 후보가 아무리 변명하더라도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고 있다"면서 "또 권력을 가졌을 때 그런 일을 했다고 비난할 수밖에 없다. 당 대표가 이래서는 야당과 싸워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기현 후보가 만일 당 대표가 되면 총선 때 모든 언론 모든 야당이 다 그 땅 얘기로 도배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총선은 필패다. 대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안철수 후보가 받아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김기현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을 파고들었다. 안 후보는 16일 열린 광주·전남·전북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를 향해 "황교안 후보의 울산 KTX 역세권 시세차익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로 그 이상 엄청난 시세차익이 났다는 걸 오히려 인정했다"며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김 후보는 지난 1998년 2월 울산 삼동면 인근 언양읍 일대 땅을 매입했다. 울산시는 2003년 삼동면이 울산하늘공원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삼동~KTX울산역 연결도로 개설 사업을 약속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행정안전부 심사를 조건부 통과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보상 절차가 진행된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김 후보가 매입한 언양읍 토지 가격이 연결도로 사업으로 상승해 시세 차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김 후보가 권력을 이용해 울산역 연결도로 노선을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김 후보 캠프는 언론에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해당 의혹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김 후보 측은 "만약 KTX 노선 계획이 부당하게 이뤄졌다면 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이 노선을 바꿔야 함에도 오히려 송 시장 재임 기간 실시한 용역에서 김기현 소유 임야를 관통하는 노선으로 도로 계획을 세웠다"며 "거의 불가능한 가정에 가정을 더해 허위 사실을 생산·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또 "KTX울산역~삼동 도로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토지 매입으로부터 약 8년 1개월 차이가 난다"면서 "해당 임야의 도로 계획은 하부 지하를 100% 터널로 관통하는 산 중턱에 있는 토지인데, 이를 두고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상식 밖이지만, 지하터널을 도로 개설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완전한 허위"라고 했다.

나아가 김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가 명백한 비방과 흑색선전, 인신공격을 하고 있다며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공문을 보내 엄중 조치를 요구했다. 양측간 공방이 격화하자 유흥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들간 지나친 언행이 국민과 당원들에게 우려를 끼치고 있다면서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엄중 경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TX울산역 연결도로 임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3.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KTX울산역 연결도로 임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2.23. 연합뉴스

그러나 당대표 선거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천하람 후보도 논란에 가세해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검증을 예고했다. 천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땅을 구매할 때는 정치에 입문하기 전이었다고 해도 울산시와 관련해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다는 것들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황교안 후보는 한술 더 떠 20일 2차 TV토론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이유는 전형적인 권력형 토건 비리이기 때문"이라며 "왜 김 후보의 땅과 멀리 떨어진 곳에 만들어지기로 한 도로가 김 후보 땅으로 휘어져서 들어왔나"라고 따졌다. 아울러 "김 후보 땅 밑으로 터널이 지나가게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이 바로 터널 입구가 된다"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현장에 가서 보시면 즉시 알 수 있게 된다. 심지어 터널을 뚫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더욱 구체적으로 추궁했다.

천하람 후보도 "김 후보가 '울산의 이재명'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다. 이걸 건드리면 내년 총선에서 진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김 후보는 "법무부 장관을 하고 국무총리도 하고 당대표를 하신 분(황교안 후보)이 흑색선전, 가짜뉴스를 한다"며 "만약 불법이 개입됐다면 제가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정계 은퇴까지 공언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김기현 저격수'로 급부상한 황 후보는 22일 3차 TV토론에서 관련 판결문까지 꺼내들며 김 후보와 난타전을 벌였다. 황 후보는 과거 김 후보가 해당 의혹을 방송했던 울산MBC PD를 상대로 낸 민형사소송 판결문을 토대로 "법원은 울산지검 MBC 보도가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그 후 2년 동안 김 후보가 재정신청, 항고, 재항고 다했지만 결국 검찰에서 기각당했고 민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김 후보는 "공인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MBC가 보도한 게 사실이라고 돼있지 않다"고 맞섰다. 또 "사실과 다르게 그렇게 마구잡이로 하시니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셨으니 선거에서 참패하신 것"이라며 "그렇게 무지몽매한 사람 얘기를 듣고 가짜뉴스를 퍼나르면서 전당대회를 이렇게 진흙탕 만들어놓고 어떻게 대표가 되려 하시나 정말 딱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2.22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국민의힘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22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TV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2.22 [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서로 정계 은퇴를 요구하고 있고 다른 당권주자들도 공방에 뛰어들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 후보 표현대로 '진흙탕 싸움'으로 가고 있다. 내년 총선의 공천권이 걸린 당대표직을 두고 각 진영이 사활을 걸고 임하면서 발언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점차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그렇지 않아도 윤석열 대통령의 노골적인 전당대회 개입과, '김기현 구하기'의 전위부대로 나선 윤핵관들 전횡을 두고 상당수 당원들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어서 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야당도 연일 김 후보를 도마 위에 올리며 해당 의혹을 확산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민주당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KTX 노선 변경과 관련한 외압 ▲공천권과 역세권 거래 ▲투기성 매입 ▲울산시 자문변호사의 지위를 이용한 매입 등 네 가지 의혹을 거론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2007년 8월 착수보고 때는 노선 검토 대상이 아니었던 김기현 후보의 땅이 11월 30일 중간보고 때는 기본노선으로 변경돼 이후 최종 확정됐다"며 "김기현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산자위 간사, 18대 국회에서 국토위 간사 겸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았던 만큼 노선변경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또 "노선 변경의 대가로 울산시장이었던 박맹우 시장에게 김기현 의원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을 물려줬다는 의혹도 있다"면서"공천권과 역세권 거래는 믿고 지지해준 지역구민을 기망한 것으로 대단히 심각한 사안이다. 김기현 측은 '은퇴 후 목축업을 위해 매입했다'고 해명하지만, 실제로는 보상금 인상에 유리한 과수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매입 보름 전에 김기현 변호사의 사무장이 선매입하고 명의를 변경하는 것은 일상적이지 않다. 2008년 총선시 '변호사 변론해주고 대물로 받았다'는 주장과도 배치된다"며 "김기현 후보는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에게 낙점된 국민의힘 당대표 예정자다. 김기현 후보가 국민의힘이 아닌 야당 의원이었다면, 지금 소환과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하필 김기현 후보가 울산시 고문변호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구입한 땅을 가로지르도록 하는 도로 노선이 김기현 후보가 국회의원에 재선되던 시기에 확정된 것은 국민의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며 "송전탑이 있어 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고 투기가 아니라 변명하지만, 송전탑은 김기현 후보의 땅을 절묘하게 비껴 나가고 있다. 향후 울산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개발을 통해 도심으로 성장한다면 지금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막대한 수익이 최소치에 그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 대변인은 특히 김기현 후보의 형제들이 연루된 '30억 아파트 사업권 비리 의혹'도 추가로 제기했다. 울산시장인 형의 이름을 판 동생이 범죄 사실을 시인하고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면죄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도리어 비리 의혹 제보자를 수사한 끝에 구속하고, 고발인 주변인들에게 고소를 강요한 끝에 이를 거부한 무고한 시민이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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