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이 도화선, 전광훈-홍준표-김기현 비방전

당 위기 속 '극우 목사' 둘러싼 잡음 끊이지 않아

보수 편향에 중도층 이반…내부서도 총선 우려

지지율 국힘 37%, 민주 47%…10%p나 벌어져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고 있다. 2023.3.30.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가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러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영웅 칭호' 등의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더니, 이를 도화선으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전 목사가 충돌하고 여기에 김기현 당 대표까지 가세하며 불길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안 그래도 당 지지율이 계속 하강하는 위기 상황인데도 입단속이 이뤄지기는커녕 집안싸움이 더 요란해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지도부 때문에 내년 총선이 정말 걱정"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광훈 목사와 난투극에 가까운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해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해라. 경고 해본들 무슨 소용있나"라고 직격했고, 다음날에는 김기현 대표를 향해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한 자세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당 운영을 하게 되면 당은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고 양 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에 전광훈 목사가 분통을 터뜨렸다. 전 목사는 자신을 노골적으로 칭송해온 김재원 최고위원은 물론 김기현 대표와도 각별한 관계를 맺어왔다. 김 대표는 과거 전 목사에 대해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극찬했었고, 전 목사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직후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사실 밀었잖아"라고 과시한 바 있다.

전 목사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 '너 알아 TV' 특별 생방송에서 홍준표 시장을 향해 "당신도 광화문에 와서 연설했잖아, 내가 이런 무례한 말을 해야 되겠어, 이 자식이 말이야"라고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0월 3일 전광훈 목사가 총괄대표를 맡고 있던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주최 광화문 집회에 홍 시장이 참석해 단상에서 연설까지 했던 일을 끄집어낸 것이다.

전 목사는 "(홍 시장) 당신은 일생동안 정치 붙잡고 밥 먹고 살았지만 우리 광화문 운동은 정치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라며 "홍준표 이 자식이 어디라고, 대한민국이 네가 밥 먹고 사는 도구인 줄 아냐. 대구시민 여러분, 홍준표 저거 탄핵하세요"라고 흥분했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에서 이재오 창립준비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19.12.23. 연합뉴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통합연대 창립대회에서 이재오 창립준비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부터)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19.12.23. 연합뉴스

그러자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려 "목회자가 목회자답지 않게 욕설을 입에 달고 다니면서 자제력을 잃고 거친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라고 전 목사를 정조준했다. 이어 "내가 광화문 집회에 간 것은 이재오 전 의원이 문재인 타도 집회이니 한 번만 연설해 달라고 해서 간 것이지, 그 목회자로부터 부탁을 받거나 그 목회자를 보고 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에서 이재오 전 의원은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홍 시장은 나아가 "정당이 일개 외부 목회자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를 단절하지 않으면 그 정당은 국민들로부터 버림 받는다"면서 "그 목회자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우리 당을 떠나서 그 교회로 가거라"라고까지 했다.

그러자 전 목사는 2일 사랑제일교회 명의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정치인들이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것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막말하는 목사와 상종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면 국민의힘 20대 대선 경선 후보 때 왜 도와달라고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폭로성 반격을 가했다. 이어 "막말의 아이콘인 홍 시장이 누굴 훈계하실 그런 상황은 아니라 본다"면서 "피아 구분을 못 하고 내부총질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꼬았다.

 

유튜브 너알아TV에 출연한 전광훈 목사. 화면 캡처
유튜브 너알아TV에 출연한 전광훈 목사. 화면 캡처

이처럼 험악한 공방에 이번엔 김기현 대표가 뛰어들었다. 김 최고위원을 두고 "앞으로 언행이 더 반복 안 되도록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는 정도의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김 대표는 홍 시장에 대해서는 "지방자치행정을 맡은 사람은 그에 대해 더 전념하셨으면 좋겠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김 대표는 3일 홍 시장과 전 목사 간 설전에 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앞으로 계속돼서도 안 될 일"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아울러 "전 목사는 그분 역할을 하는 거고, 우리 당은 우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전 목사를 두둔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도 했다.

이에 홍 시장이 또 발끈했다. 홍 시장은 "전 목사에게 무슨 발목이 잡힌 당도 아닌데 저렇게 방약무인(傍若無人)하게 욕설을 쏟아내도 그에겐 한마디 말도 못하고 오히려 니는 지방일만 잘하라고 나를 질타했다?"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사야 같은 선지자라고 스스로 추켜세웠으니 그 밑에서 잘해 보세요"라며 "전 목사가 만든 자유통일당으로 당명 개정도 검토해 보시던가"라고 비아냥거렸다.

홍 시장은 "나는 그냥 대구시장이 아니라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내고 없어질 당을 바로 세운 유일한 현역 당 상임 고문이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면서 "참 어이없는 당 대표 발언"이라고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고 있다. 2023.3.30.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가리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고 한 발언과 관련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하고 있다. 2023.3.30. 연합뉴스

막말과 기행, 극우적 발언으로 숱한 파장을 일으켰던 전광훈 목사가 국민의힘과 상당한 유착 관계인 것으로 비치면서 당내에서는 여론과 언론의 부정적 시선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설상가상으로 전‧현직 당 대표들까지 전 목사를 사이에 두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음을 일으키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도층이 대거 등을 돌리고 지지층까지 이탈할 수 있어 내년 총선 결과가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목사가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할 때 김 최고위원이 4등이었나? 아슬아슬해서 나를 찾아 와 '3·1절 때 광화문에서 연설 한번 시켜달라'고 했다" "이번에도 우리가 김기현 장로님을 사실 밀었잖아"라고 대놓고 밝힌 내용들은 당 지도부와 전 목사와의 밀착을 방증한다. 당 '투톱'인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3일 부산엑스포 유치 일정을 이유로 제주 4·3 추념식에 불참한 것도 지도부의 '보수 편향' 노선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이날 발표한 지난달 27∼31일 여론조사 정당별 지지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37.1%, 더불어민주당은 47.1%다. 오차 범위를 훌쩍 넘는 10%p 차이로 벌어졌다. 전국 유권자 25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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